집단면역 어렵다는데.."'코로나와 함께살기' 대전환 하자"
코로나19(COVID-19)와 함께 살아가는 '위드코로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단 주장이 나온다. 델타 등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사실상 집단면역 형성이 불가능하단 분석이 잇따라 나오면서 위드코로나 전략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국내외에서 집단면역에 집착할 필요가 없단 의견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 5월 오명돈 국립중앙의료원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토착화되고, 결국 독감(인플루엔자)처럼 백신을 맞으면서 함께 살아야 한다"고 공언했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개발에 참여한 앤드루 폴라드 옥스퍼드대 교수 역시 최근 "집단면역이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며 중증 치료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국내에서도 델타 변이 확산으로 가장 강력한 거리두기 조치에도 불구하고 하루 신규 환자가 2200명을 넘는 등 유행 양상이 악화하고 있다. 예방접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돌파감염 사례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 피로와 사회·경제적 피해를 수반하는 고강도 거리두기 중심의 방역 체계의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많은 전문가가 꾸준히 얘기했듯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생기고 있어 이제 집단감염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며 "코로나는 이길 수 없기 때문에 방역 체계를 중증 및 고위험 환자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등 효율적으로 전환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방접종률이 37% 수준일 때 위드코로나를 선언한 싱가포르 사례를 보고 배워야 한다"며 "거리두기는 실외가 아닌 실내 위주로 하는 등 비효율적인 지금의 방역 관리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 부회장은 "우리 의료 시스템으로 위드코로나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며 "다만 예방접종률(완료 기준)이 30~40% 수준으로 올라야 하고, 무엇보다 위드코로나에 대해 국민을 설득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위드코로나를 당연히 검토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예방접종률이 낮지만 계속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치명률은 잘 유지하고 있는 반면 방역에 추가적으로 쓸 카드는 마땅치않다"며 "위드코로나로 현재 방역 대응 체계의 출구전략을 미리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탁 순천향대 교수는 "집단면역을 코로나19을 종식하는 개념으로 이해한다면 불가능하다"며 "코로나19를 장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만드는 측면에서 코로나와 같이 생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위드코로나의 개념이 코로나19가 독감처럼 별 거 아닌 병이란 의미가 아니다"라며 "이런 접근은 매우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예방접종을 하면 사망률이 줄어들지만 그렇다고 거리두기나 마스크 착용을 안 하면 우리 의료 역량에 얼마나 부담을 줄지 모른다"며 "이전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개념보다 지금의 비상대응체계를 상시대응체계로 전환하는 의미에서 위드코로나를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는 "위드코로나는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김 교수는 과학에 근거한 방역 체계 마련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백신 접종 간격을 고무줄처럼 늘리고, 예외적인 상황에서 해야 하는 교차접종도 그냥 하고, 거리두기도 어설프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보다 엄격한 거리두기 등 방역 대응 체계를 주문하면서도 집단면역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인구 70%가 백신을 맞더라도 백신마다 효능이 100%가 아니고 변이에 대한 효능은 더 떨어진다"며 "코로나는 종식이 불가능하고 계절마다 주기적으로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배경택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 상황총괄단장은 "최근 확진자 수가 늘고 델타 변이가 발생하면서 국내 감염 양상이 바뀌었다"며 "정부는 전문가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있고, 방역을 강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현재 거리두기 지침이 확진자 수만 보는 건 아니고, 위중증 및 사망자 수 등 역학지표를 종합적으로 본다"며 "예방접종률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확진자 수가 늘면 중증환자 수도 연동해 늘어나기 때문에 중증 환자 관리 중심의 새로운 방역 지침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예방접종률, 거리두기 등 방역 전략이 아직 지역사회 신규 환자 발생 규모를 줄이는 데 일정 부분 효과가 있다고 본다"며 "아직 우리가 할 수 있는 조치가 남아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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