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철학 논쟁에 불 붙인 최재형 "국민들은 국가 의존적 존재 아니다" 정면돌파

이슬기 2021. 8. 13. 03: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무책임하다'는 與 비난에
"文정권은 정말 국민 삶 책임졌나"
"정부는 국민의 자율적 삶 보장해야"
윤희숙, 지원사격.."책임지겠다? 속뜻은 입닥치면 필요한 것 줄게"
국민의힘 최재형 대선 경선 예비후보(왼쪽 두 번째)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굿모닝 좌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국가의 책임 범위는 어디까지인가'라는 정치철학 논쟁에 불을 붙였다. 최 전 원장은 "국민의 삶을 국민이 책임져야지 왜 정부가 책임지나"라는 발언을 두고 '무책임하다'고 비난한 여권을 향해 "정부는 모든 국민의 삶에 군림하고 간섭하는 게 아니라 자율적 삶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반박하며 '정면돌파'하는 길을 택했다.


최 전 원장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은 스스로 돕고, 국가는 그 국민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했던 '국민의 삶을 국민이 책임져야 한다'는 말을 놓고 일각에서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고 있다"며 "굳이 이렇게 수준 낮게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이제는 우리 정치의 수준을 올릴 때가 됐다"고 일갈했다.


최 전 원장은 전날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인 '명불허전' 강연에서 "이 정부의 목표 중 '국민 삶을 책임지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국민의 삶을 국민이 책임져야지 정부가 왜 책임지나. 국민의 삶을, 정부가 모든 삶을 책임지겠다는 게 바로 북한 시스템"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여권은 일제히 비난을 퍼부었다. 최 후보가 밝힌 철학을 '말실수'로 치부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캠프의 배재정 대변인은 논평에서 "어떻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것인가. 대선에는 왜 나온 것이냐"고 했고, 이용빈 민주당 대변인은 "최재형 예비후보까지 입만 열면 리스크"라고 주장했다.


이에 최 전 원장은 페이스북 글에 이어 별도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 책임'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이날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연 브리핑에서 "정부가 국민의 모든 삶을 책임지겠다는 것 자체가 정치권의 오랜 희망고문"이라며 "정치권은 그동안 정권만 바뀌면 한순간에 국민의 삶을 지옥에서 천국으로 바꿀 것처럼 과장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라는 제목의 대국민 보고서까지 만든 문재인 정권은 정말 국민의 삶을 책임졌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어려운 계층을 더욱 촘촘하고 확실한 사회 안전망 속에서 삶을 지속하도록 돕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며 "마음껏 일하고, 안심하고 아이를 낳고, 은퇴 후 새 삶을 시작할 여건을 만들어주는 최소한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역할에 대해선 "정부는 모든 국민의 삶에 군림하고 간섭하는 게 아니라 자율적 삶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국민의 모든 삶을 책임질 수 없다"며 "그런 정부가 있다면 완벽한 천국이거나 아니면 정부의 간섭과 개입이 심한 전체주의 국가일 것이다. 국민은 불행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 전 원장의 공보특보단도 논평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향해 "이들은 국민을 정부의 도움 없이는 행복한 삶 자체가 불가능한 어리석고, 우매하고, 스스로의 삶을 꾸려 갈 수조차 없는 불쌍한 존재로 여기는 듯하다"며 "전쟁의 잿더미에서 위대한 성공의 역사를 써왔던 우리 국민들은 국가가 보살펴야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국가 의존적 존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히려 내 삶은 내가 알아서 마음껏 잘 살 수 있으니, 제발 간섭하고, 규제하고, 통제하지 말아 달라는 게 우리의 청년들, 자영업자들, 소상공인들, 기업인들의 목소리"라며 "책임이란 이름으로 국민의 발목을 잡으려 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대선 후보로 나선 '경제통'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윤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말꼬리만 잡고 늘어지는 우리 정치의 행태는 이 화두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며 "권력이 국민의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달콤한 말은 무식하기도 하지만 속뜻은 '내 밑으로 들어와 입닥치고 있으면 필요한 걸 줄게'에 다름 아니다"고 꼬집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