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C학점' 받은 직원 자녀도 장학금 150만원

권해영 2021. 8. 1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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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비 무상지원 금지 규정 회피..'장학금'으로 우회 지원
국가장학금도 'C학점 경고제' 적용
예정처 "사회통념 벗어나고, 우회적 지침 위반..개선 필요"

[세종=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132조원이 넘는 빚더미를 안고 있는 한국전력공사가 임직원 대학생 자녀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면서 성적이 부진한 이들에게도 매학기 150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은 과도한 복리후생을 막기 위해 대학생 자녀 학비 무상지원을 할 수 없는데, 한전이 임직원 복지를 위해 성적이 낮은 자녀까지 '장학금' 명목으로 꼼수 지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그동안 국회가 공공기관 임직원 자녀에 대한 과도한 학자금 지원 문제를 여러 차례 지적해왔다는 점에서 '소 귀에 경 읽기' 수준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13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20 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학기 성적이 C학점 이상인 대학생 자녀를 둔 임직원에게 매 학기 150만원 한도로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B학점 이상인 경우 지원 한도는 200만원이다. 한전은 C학점을 받은 경우를 포함해 지난해 임직원 대학생 자녀 3620명에게 총 91억원을 지급했다.

특히 한전 유관기관의 '후한' 장학금 지급이 두드러졌다. 한전원자력연료는 임직원 대학생 자녀의 성적이 C학점 이상이면 150만원을 상한으로 실비지원 하는데 지난해 기준으로 256명에게 총 10억8000만원을 지급했다. 이 밖에 한전KPS는 C학점을 받은 경우 해당 학기 대출액의 65%(지난해 학자금 지원액 31억7900만원)를 지원하고 한전KDN은 60%(4억4000만원), 한국전력거래소는 30%(1억2300만원)를 지원했다.

예정처는 한전을 비롯한 일부 공공기관들이 꼼수를 써서 학자금을 지원했다고 봤다. '공공기관의 혁신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임직원 대학생 자녀에게 학자금을 무상지원할 수 없다. 장학금만 예외로 두고, 사회통념상 과도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사내근로복지기금을 통해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예정처는 C학점을 받은 경우까지 장학금을 지급하는 건 사회통념을 벗어났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장학금의 재원인 사내근로복지기금은 공공기관 순이익에서 일정비율을 출연해 조성, 순이익을 감소시킨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사용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다른 장학금 제도와도 비교된다. 한국장학재단이 운영하는 국가장학금 중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Ⅰ유형(학생직접지원형)'만 보더라도 'C학점 경고제'를 적용하고 있다. 장학금 수령의 성적 기준이 B학점인데, C학점을 받은 경우 두 차례 경고 후 장학금 수령 기회를 주는 것이다. 4년제 대학 기준 최대 8회 장학금을 지원받을 수 있지만, C학점을 3차례 이상 받으면 더 이상 장학금을 지원받을 수 없다.

한전의 사례는 다른 공공기관과도 차이가 있다. 대부분 공공기관들은 임직원 대학생 자녀를 대상으로 한 장학금 지급 요건을 B학점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강원랜드는 장학금 최소 지원요건이 B학점 이상, 한국마사회와 한국공항공사도 마찬가지다.

예정처는 "사회통념상 성적 기준으로 볼 때 우수하다고 보기 어려운 임직원 자녀를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원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장학금 명목으로 성적이 낮은 임직원 대학생 자녀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건 사실상 학자금 무상 지원의 성격이 강해 우회적인 지침 위반에 해당하므로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한전이 132조원이 넘는 빚더미를 안고 있는 등 경영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도덕적 해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탈원전 정책과 연료비 연동제 도입을 유명무실케 하는 올해 2, 3분기 전기요금 동결 등의 영향으로 경영부담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적자전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전의 '2020~2024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연결 기준 한전 부채는 오는 2024년 159조4621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20%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한전 직원수도 현 정부 출범 전인 2016년 2만1560명에서 올해 3월 기준 2만3235명으로 늘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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