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누구를 위한 축제였나

김세훈 스포츠산업팀 기자 2021. 8. 1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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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지난 7월 23일 관중 없이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 사진 공동취재단


도쿄올림픽이 남긴 유산은 무엇일까.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 개최 효과에 대한 진지한 물음표가 아닐까.

일본이 올림픽 개최에 쏟아부은 돈은 400억달러(46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당초 일본이 예상한 160억달러(18조4000억원)보다 두 배 이상 불어난 수치다. 일본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개최 의사를 밝히면서 제시한 비용에 포함되지 않은 경기장, 도로, 올림픽 빌리지, 미디어 숙소 건설비용이 막대했다. 그외 일본은 300개 병상을 보유한 병원 건립비, 38대 비행기 항공료, 접대비 등 추가로 큰돈을 썼다. 코로나19로 인해 올림픽이 연기되면서 발생한 비용들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016년 리우올림픽은 당초 예상한 140억달러보다 많은 200억달러를 썼고,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는 무려 500억달러가 소요됐다. 2012년 런던올림픽도 당초 50억달러를 쓰려고 했지만, 실제 180억달러를 쏟아부었다. 뉴욕타임스는 “도쿄도 올림픽 개최로 엄청난 돈을 불태워버렸다”고 적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에 따르면 올림픽 개최비용은 1960년 이후 매 대회 평균 172%가 늘었는데 도쿄올림픽 개최비용은 최대 244% 증가할 수도 있다.

국민도 기업도 외면한 올림픽

일본 정부는 도요타 등 국내 기업으로부터 올림픽 후원금 33억달러를 받았다. 그런데 다수 기업이 팬이 없는 올림픽을 치르면서 손해를 봤다고 공개적으로 항의하고 있다. IOC 최상위 15개 스폰서 중 하나인 도요타는 다수 국민이 올림픽 개최를 반대하고 있어 올림픽 기간 중 TV 광고를 하지 않았다. 올림픽 광고가 자칫 역풍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NEC, 파나소닉, 일본생명, 메이지 홀딩스, 아사히 등도 비슷한 입장이다. 이들 모두 쓴 돈에 비하면 홍보 효과는 미비했다. 결국 도쿄올림픽은 일본 주요 기업들의 부채가 된 셈이다.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박성배 교수는 “글로벌 후원 기업들도 비용 대비 효과가 적다며 IOC를 상대로 후원비 반환 소송을 제기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일본이 얻은 건 무엇일까. 금전적으로는 얻은 게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심하게 말하면, 일본이 거둔 성과라고는 여러 종목에서 금메달을 몇개 더 딴 것,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재생한 도시를 보여준 것 정도다. 앤드루 짐바리스트 스미스대학 교수는 “일본 정부는 올림픽 개최로 인해 최소 350억달러를 손해봤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독일 스포츠경제학자 볼프강 마에니그는 “최근 30년 동안 열린 올림픽은 수입, 고용, 관광 등에서 괄목할 만한 긍정적인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금전적으로 이익을 본 곳은 건설사일 것이다. 도쿄는 경기장 8곳을 새로 지었다. 그중 가장 비싼 비용으로 지은 곳은 국립경기장으로 14억달러가 소요됐다. 수영장을 짓는 데도 5억2000만달러가 들어갔다. 일본 경제 규모는 5조달러에 이른다. 올림픽 비용은 국가 경제 규모에 비하면 다소 작은 게 사실이다. 일본 여론은 올림픽 개최를 반대하는 쪽이었다. 올림픽 개최 시점에서 일본 국민 중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비율은 22%에 머물렀다. 일본은 올림픽 개최의향서에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과거 오랜 경기 침체를 극복했음을 세계에 보여주겠다”고 적었다. 이런 목표는 지금까지는 희망 고문에 그친 분위기다. 향후 정치적 압박이 상당하리라 예상된다.

다음 올림픽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이다. 중국도 엄청난 돈을 쓰고 있다. 동계종목이 크게 인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고비사막 근처에 경기장을 짓고 수도관도 매설했다. 인공눈을 만들기 위한 작업도 물론 한다. 뉴욕타임스는 “동계종목이 크게 인기가 없는 중국 북부에 스키를 활성화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쓴다는 것은 극도로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적었다.

도쿄올림픽 최대 승자는 이번에도 IOC다. IOC의 주요수입은 방송중계권이다. 방송중계권이 전체 수입 중 약 75%를 차지한다. 대략 30억~40억달러 선이다. 다음 수입원은 스폰서 수입으로 18% 정도다. IOC는 중계권 수입을 얻지 못하면 존립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도쿄올림픽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강행하는 쪽으로 결론 내린 것도 생존을 위한 경제 논리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미국 NBC는 저조한 흥행을 경험했다. NBC 계열사를 운영하는 NBC유니버설은 10억달러가 넘는 중계권료를 지불했다. 그러나 대회를 시청하는 미국인은 하루평균 1680만명에 머물렀다. NBC가 하계올림픽을 중계한 1988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안느 이달고 파리시장이 8월 8일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폐막식에서 오륜기를 흔들고 있다. / 사진 공동취재단

올림픽 유치 경쟁 옛말 될 수도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도쿄올림픽 폐막 직전 많은 걸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바흐 위원장은 “전 세계 수십억명이 이번 대회의 성공을 훌륭한 희망의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자평했다. 바흐 위원장은 또 “일본 국민 90%가 TV 등으로 올림픽 경기를 봤다는 데이터가 나왔다”면서 “일본 사람들이 올림픽을 지지하고 받아들였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바흐 위원장은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키울 수 있는 올림픽을 강행한 역사적 의의에 대해선 “지금은 판단하고 싶지 않다”며 “미래세대가 어떻게 판단할지에 대한 문제”라고 즉답을 피했다. 바흐 위원장은 무관중 개최로 입장권 수입 대부분을 잃은 일본 측에 IOC가 추가로 재정을 지원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앞으로 올림픽 개최를 원하는 도시가 나올까. 최근 4~5차례 올림픽 유치과정에서 다수 유럽 도시는 올림픽 개최를 중도 포기했다. 지역민이 투표를 통해 유치를 거부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다. 지역민은 최소한 균형이 잡힌 손익계산서를 원했지만 그게 불가능했다.

다음 올림픽 개최지는 파리(2024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2026년), LA(2028년), 브리즈번(2032년)으로 결정됐다. IOC는 앞으로도 올림픽이 여러 대륙에서 열려야 한다는 보편성을 강조하면서 전 세계 도시들을 상대로 유치전을 이어갈 것이다. 올림픽 개최를 통해 국가 존재감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싶은 곳, 동시에 건설업 부흥으로 국가 경제에 불을 지피고 싶은 곳은 여전히 올림픽 개최를 원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올림픽 개최지 선정과정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얼마 되지 않아 IOC는 개최지를 찾지 못해 구걸하는 처지에 몰릴 수도 있다.

김세훈 스포츠산업팀 기자 shinkim@kyunghay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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