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 뽑고 유두 가리개까지 쓴다, 2030男 눈물겨운 여름나기
올해 여름철 폭염 일수(지난 9일 기준)는 평균 11.6일로 평년(1991~2020년)의 10.6일을 넘어섰다. 유독 덥고 습하게 느껴지는 올여름이다. 계속되는 코로나 19 확산에 여전히 벗지 못한 마스크는 여름철 답답함까지 더한다.
무더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2030 남성들 사이에선 얼굴 등에 제모 시술을 받거나 답답한 속옷 한 겹 대신 일명 '니플 패치'(유두 가리개)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제 털과 수염은 남성성의 상징보다는 편의와 미용을 위해 제거할 대상이 됐고, 남성의 유두는 일상에서 굳이 드러내지 않는 것이 매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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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부터 중요부위 제모까지 "안 해본 사람은 몰라"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올해 5월부터 매달 인중, 턱 등 얼굴 제모 시술을 받고 있다. 그가 다니는 서울시 중구의 한 피부과는 매일 제모하려는 이들이 수십명 몰려 "남자들의 성지"로 불린다고 한다. 이씨는 "코로나로 마스크를 쓰고 다녀 인중, 입 주변에 뾰루지가 생기고, 여름철 면도를 하다 보면 자주 다친다"면서 "한 달에 한 번 제모를 받으니 수염도 얇아지고 매일 면도할 필요도 없어서 편하고 시원하다"고 했다.
얼굴, 겨드랑이 이외에 중요 부위를 제모하는 일명 '브라질리언' 왁싱이나 제모 시술을 받는 이들도 느는 추세다. 직장인 지모(29)씨는 "헬스장 트레이너가 여름철 중요 부위 왁싱을 한다더라. 시원하고 일상에서 불편함이 덜하다고 했다. 주변에 하는 이들이 있어 나도 고민 끝에 이번 주 왁싱을 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30대 박모씨는 "바디 프로필을 촬영할 때 처음으로 왁싱을 한 뒤 신세계를 경험했다. 여름철 찝찝함이나 불편함이 덜하다"면서 "아예 레이저 시술을 받을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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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매년 여름 고객 증가…자기만족, 위생"
제모 시술을 전문으로 하는 광진구의 한 병원 관계자는 "여름철은 피지 분비가 심해 면도를 하면서 상처 나는 남성들이 많고 겨울보다 얼굴 제모 시술을 받으러 오는 분들이 많다. 제모 고객은 매년 늘고 있고, 많지는 않지만, 브라질리언 제모를 하는 남성들도 작년보다 많아졌다"면서 "자기만족이나 위생 때문에 많이 하는 것 같다. 레이저 제모는 모근을 파괴해 털이 얇아지고 올라오는 속도를 늦춰 왁싱보다 만족도가 확실히 크다"고 설명했다.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피부과 병원 관계자는 "남성 제모가 제법 시장이 되기 때문에 여름맞이 할인 시술이나 패키지 등도 많이 내놓고 있다. 브라질리언 제모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비용 문의를 하거나 시술받는 분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 "효과를 보려면 최소 5번은 받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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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더 찾는다…민망함 가리는 '니플 패치'
주로 여성들이 이용했던 '니플 패치'를 찾는 남성들도 많아졌다. 최근 2~3년 사이 남성용 '니플 패치'를 제조·판매하는 곳도 늘었다고 한다. 대학생 유승윤(26)씨는 "여름에 얇은 옷을 입으면 보이고 튀어나오는 게 신경 쓰여 2년째 사용 중이다. 뗄 때 조금 아프지만 민망함을 가리기 위해 쓴다"고 했다. 권모(28)씨는 "여름에는 더위 때문에 내의를 입는 대신 패치를 붙인다. 겨울에는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니플 패치' 판매 업체 관계자는 "성수기가 4~9월이다. 5·6월에 매출이 가장 많고 9월이면 급격히 감소한다. 겨울보다 여름 주문이 10~20배 정도 많다"며 "구매자는 2030 남성 80%, 아버지나 연인에게 사주는 2030 여성이 20%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최근 경쟁사가 많이 생겼다. 남자들의 창피함과 민망함을 강조하는 마케팅이 이뤄져서 그런지 안 쓰던 분들의 관심이 최근 많이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건강·미용용품 등을 판매하는 CJ 올리브영에 따르면 올해 1~8월 '니플 패치' 매출은 지난해 대비 33% 늘었다. 2030세대 매출 비중은 86%에 달한다. CJ 올리브영 관계자는 "2017년부터 수요가 생겨 매년 꾸준히 판매가 늘었다. 최근에는 옷맵시를 살려주는 용도와 일상적인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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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한 겹, 털 하나가 야속한 역대급 여름"
이외에도 무더위에 반바지를 입는 남성들이 다리털 숱 제거기를 사용하거나 양산을 쓰는 건 이제는 익숙해진 풍경이다. 온라인 쇼핑몰 지마켓은 최근 한 달간 양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부산, 대구, 충남 등 전국 곳곳에서는 지자체가 '양산 쓰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우산 겸 양산을 들고 다닌다는 박모(33)씨는 "올여름은 덥고 소나기가 많이 와 우산 겸 양산 효용이 좋다"면서 "남한테 피해 주는 게 아닌 더위에 대처하는 각자의 방식이니 '니플 패치'건 제모건 남녀 성별이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날씨엔 옷 한 겹, 털 하나가 야속하다"고 말했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양수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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