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마존 물량 변화없는데 메모리 불황?..삼성 하이닉스 불안 과도하다"

이종혁 2021. 8. 15.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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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위클리반도체] "메모리 반도체에 겨울이 오고 있다(Memory-Winter is Coming)."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12일(현지시간) 내놓은 보고서다. 모건스탠리는 이 보고서에서 "반도체 산업이 슈퍼사이클 후반부에 접어들었다"며 메모리를 비롯한 주요 반도체 기업에 대한 투자 주의를 당부했다. 주기적으로 공급이 수요를 웃도는 시점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전 세계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초래한 반도체 수요가 조금씩 둔화되기 시작했다"며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내년부터 역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고서 여파는 컸다. 그날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WDC) 등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7%씩 빠졌다. SK하이닉스 역시 4.7%, 삼성전자 주가도 약 1.9% 떨어졌다.

메모리 주의 경보는 모건스탠리만 발령한 게 아니다. 대만의 시장 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오는 4분기 PC용 D램 가격이 전 분기에 비해 크게는 5%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렌드포스는 보고서를 통해 3분기까지 D램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지만 4분기부터 하락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료=모건스탠리 보고서 캡처
트렌드포스는 "PC 제조업체들의 D램 재고 수준이 높아지는 등 D램 시장이 점차 초과공급 상태로 변하고 있다"며 "최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관련한 방역 규제가 완화되면서 PC나 노트북 수요가 감소하고 있어 D램값 하락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트렌드포스 자회사 D램익스체인지가 집계하는 D램 가격지수(DXI)도 이달 들어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CLSA도 반도체 사이클 하강 국면에 대비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최근 내놨다. CLSA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촉발된 정보기술(IT) 수요와 데이터 센터들의 재고 축적으로 인해 메모리 반도체 평균 판매단가(ASP)가 상승했다"면서 "그러나 PC와 스마트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 업체들이 메모리 반도체 재고 계획을 줄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D램익스체인지 D램 가격지수(DXI). /자료=D램익스체인지
상반기 메모리 호황을 불러온 것은 코로나19 사태였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PC 등 IT 기기의 수요가 다소 둔화되면서 완성품 업체들의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여기에 D램과 낸드플래시 같은 메모리 반도체의 현물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며 시장은 마치 방아쇠를 당긴 듯 출렁였다.

전문가들은 일단 IT 기기 수요 증가세가 일부 둔화한 것은 맞는다고 본다. 이 밖에 비메모리 반도체의 공급 부족으로 인해 전자 기기 완성품 생산이 차질을 겪으며 메모리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시스템 반도체 공급 대란이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로 연결되는 이례적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또 10만대 이상 서버를 운영하는 '하이퍼스케일'급 대규모 서버 업체들이 가격 협상력을 바탕으로 메모리 기업의 가격 인하를 압박하고 나섰다는 시각도 있다.

반면 국내 반도체 업계에선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며 일부 시장 조사기관과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반도체 경기 후퇴에 대한 공포심이 과도하게 확산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애플이나 아마존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고객사는 분기 단위로 계약을 맺는다. 이때 기준이 되는 고정거래가격은 아직 변동이 없다. 개인들이 거래하는 소매가격에 해당하는 현물가격 하락만으로 전체 추세를 전망하는 것은 과도한 확대 해석이라고 전문가들은 본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대규모 계약을 상당수 완료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일반적으로 분기 단위를 기준으로 장기 고정거래가격으로 계약을 맺는다"며 "이미 견조한 수요를 바탕으로 3분기와 4분기 물량에 대한 계약이 상당 부분 끝난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하반기에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시는 물론 졸업과 입학, 크리스마스, 광군제, 블랙프라이데이 등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칠 이벤트가 많이 남아 있다"며 "완성품 업체들이 이미 본격적으로 D램과 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주문을 시작하면서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렌드포스가 하락세를 점친 PC용 D램은 전체 시장 내 비중이 약 10%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메모리 반도체 시황 전체를 예측할 근거로 삼기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PC용 D램의 경우 모바일·서버용 D램 제품들에 비해 저사양 제품에 해당한다"며 "고사양·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늘려가며 수익성 향상에 나서고 있는 국내 업체들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서버 업체의 가격 협상력이 과대평가됐다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서버 업체는 주문 물량이 많기 때문에 일부 협상력이 있지만 보통 시장가격에 따라가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하반기 서버 업체들의 수요는 견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서버는 백신 보급 확대와 경기 부양책 영향으로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회복되고, 신규 CPU 채용이 확대되면서 고용량화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한 바 있다. 중국의 오포와 샤오미, 비보 같은 모바일 기업의 메모리 반도체 재고 증가도 일시적 현상이라는 게 일부 전문가 분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잇달아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견조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연간 D램 수요 비트그로스(비트 단위 출하량 증가율)를 전년 대비 20% 중반대로 내다봤다. 낸드는 성장세가 더 커 비트그로스가 40%대에 이른다는 게 삼성전자 예상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올해 D램 비트그로스는 20% 초반, 낸드는 30% 중후반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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