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왜 '옛 서울역'에서 마지막 광복절 경축사 했을까

CBS노컷뉴스 김동빈 기자 2021. 8. 1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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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문 대통령, 옛 서울역사서 마지막 경축사
韓 근현대사의 좌절과 꿈이 공존한 공간
일제강점기 수탈 경로이자 독립운동 장소이기도
광복 후 산업화 과정서 주요 삶의 터전이자 민주화 운동 주요 장소
임기 중 5번째 경축식 참석, 해마다 의미 담아 장소 바꿔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은 15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 284'에서 거행됐다. 서울 중구 '문화역 서울284'은 옛 서울역사(驛舍)를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 시킨 곳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날 행사 장소로 구 서울역사를 택한 이유는 이곳이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품은 중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원활한 수탈을 위해 경성역으로 만들어졌지만, 독립운동의 장소이기도 했다. 3.1운동 당시 1만 여명이 만세운동을 벌였다. 광복 후 산업화 과정에서 주요 삶의 터전이 됐고, 민주화 운동 주요 장소가 되기도 했다.

서울역사 중앙홀 외관에 설치된 '파발마 시계'는 한국전쟁기 약 3개월을 제외하고 멈춘적이 없다고 한다. 1951년 '1.4후퇴' 당시 역무원들은 파발마 시계를 해체해 피난을 떠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한 광복절 경축사에서 장소가 가진 의미를 되새겼다. 그는 "오늘 기념식이 열리는 '문화역 서울284'는일제강점기, 아픔과 눈물의 장소였다"며 "우리 땅에서 생산된 물자들이 수탈되어 이곳에서 실려 나갔다. 고난의 길을 떠나는 독립지사들과 땅을 잃은 농민들이 이곳에서 조국과 이별했고, 꽃다운 젊음을 뒤로 하고 전쟁터로 끌려가는 학도병들과 가족들이 이곳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광복과 함께 역과 광장은 꿈과 희망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만주와 연해주에서 출발한 기차에는 고향으로 돌아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며 "부산, 인천, 군산을 비롯한 항구도시들도 희망에 찬 귀향민으로 북적였다"고 소개했다. 좌절도 있지만 '꿈'도 함께 였던 공간인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이날 연설에서도 꿈을 주요 주제로 삼았다. 문 대통령은 독립의 꿈을 이룬 직후, 경제발전의 꿈을 이뤘고 자주 국방의 절실한 꿈도 이뤄가고 있다고 했다. 또 백범 김구 선생의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라는 꿈을 언급하며 BTS, 영화 기생충의 성과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문화예술은 세계를 무대로 그 소망을 이뤄내고 있다"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우리는 언제나 새로운 꿈을 꾸었다"며 "꿈을 잃지 않았기에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6월 유엔무역개발회의는 만장일치로,개발도상국 중 최초로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격상했다"며 "이제 선진국이 된 우리는 다시 꿈꾼다. 평화롭고 품격 있는 선진국이 되고 싶은 꿈이다. 국제사회에서 제몫을 다하는 나라가 되고자 하는 꿈"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코로나의 성공적 극복과, 한국판 뉴딜을 통한 선도국가로의 발돋움이란 꿈도 강조했다. 또 '백신 허브 국가'로의 도약과 글로벌 공급망 기여, 기후위기 대응 등 공존공영에 적극적인 나라라는 목표도 제시했다. 공존공영을 위한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은 한일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의 의지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끝으로 "외국에 나가면 누구나 느끼게 되지만 우리는 우리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국제 사회는,경제와 방역, 민주주의와 문화예술을 비롯한 많은 분야에서 대한민국이 보여주는 역량과 성취에 놀라워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날의 대한민국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고 새로운 꿈을 꿀 차례"라며 "그 꿈을 향해 국민 모두가 함께 나아가길 바란다"고 매듭지었다. 문 대통령의 임기 중 마지막 광복절 경축사인 만큼 미래에 대한 '꿈' 또한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등 참석자들과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행사는 서울역 뿐 아니라 DDP 동대문운동장(2020년·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 배화여고(2020년·제101주년 3·1절 기념식), 천안독립기념관(2019년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 탑골공원(2021년·제102주년 3·1절 기념식) 등 기존 3·1절 기념식과 광복절 경축식 장소에서도 함께 이뤄졌다.  DDP 동대문운동장에서 한국 최초 올림픽 메달 리스트 여홍철 부녀가 국기에 대한 맹세를 낭독했다. 문화·과학기술·스포츠계를 대표 인물들도 나머지 공간에서 각각 만세삼창을 불렀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임기 중 5번째로 마지막 경축사를 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첫 해인 2017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서 보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세종문화회관은 이전 정부부터 경축식 행사가 주로 열렸던 장소다.

평양 정상회담 등 남북 관계가 급속히 진전됐던 2018년에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경축식을 열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위치한 서울 용산은 북으로 가는 경의선과 경원선의 출발지인 만큼 남북 협력과 통일의 희망을 담았다.  

일본 수출규제가 있던 2019년에는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행사를 치뤘다. 지난해에는 동대문운동장에서 열린 경축식에서 문 대통령은 개인의 행복을 강조하며,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 개인들의 명예회복과 행복이 진정한 독립이라고 강조했다. 동대문운동장(現 동대문 DDP)은 자유해방 경축 전국종합경기대회, 임시정부요인 환국 기념행사, 김구 선생 장례식, 3·1절 국경일 기념식 등 역사적인 기념행사들이 개최된 장소이기도 하다.

CBS노컷뉴스 김동빈 기자 kimdb@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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