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스러운 청와대" 오세훈, 전방위 맹공..'야당 시장' 면모 강화
[경향신문]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정부를 향한 비판 강도를 높이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수급 상황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직접 비판하고, 재건축 정책에 대해선 서울시 독자 노선을 시사하며 ‘야당 시장’으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원순 전 시장 시절 태양광 사업 진상 파악을 지시하며 법적 대응 의사를 밝힌 것을 두고는 ‘서울시판 적폐청산’의 시작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15일 오 시장의 최근 대외 발언을 종합하면, 대정부 비판을 대폭 강화한 행보가 읽힌다. 가장 첨예한 현안으로 꼽히는 방역과 주택공급 문제에서 오 시장은 연일 발언 수위를 높였다.
오 시장은 지난 13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문 대통령의 발언을 콕 집어 반박했다. 그는 “(4차 대유행의) 무엇보다도 가장 큰 원인은 낮은 백신접종률”이라며 “며칠 전 대통령은 ‘최근 확진자수 증가가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전 세계적 현상이며 여전히 다른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백신 접종 완료율만 놓고 보면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문제는 백신 확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엔 ‘서울시 코로나19 대응 자문위원회’ 첫 회의에 참석해 “전문가 견해와는 다른 정치방역을 해온 것은 없는지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정부의 방역 정책을 에둘러 비판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오 시장은 취임 후 업종별 영업시간을 달리 하는 ‘서울형 상생방역’을 검토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정부와 협의 하에 실행’이란 전제를 강조했다. 여당을 중심으로 서울시 방역 책임론이 한창 제기되던 지난달에도 “조용히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대응을 자제했다. 정부 회의석상에서 ‘백신 책임론’을 부각한 최근 비판이 도드라져 보이는 배경이다.
주택공급 방안을 두고는 사실상 ‘마이 웨이’를 선언하며 주요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9일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가 교육환경영향평가를 통과했고, 미성·크로바 단지는 재건축 설계안이 서울시 심의를 통과했다. 모두 해당 단계에서 2~3년을 계류한 상태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미 재건축 사업을 시작한 단지들은 진도를 빨리 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 공식 유튜브 채널인 ‘서울시장 오세훈TV’는 지난 11일 게시한 영상을 통해 “청와대가 고집스럽게 큰 틀에서 방향을 설정하고 강제하기 때문에 국토(교통)부는 재량이 없어 보인다”, “이 정부 끝날 때까지는 기조가 바뀔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현장을 더 잘 아는 서울시가 물꼬를 터줘야 한다” 등 오 시장의 발언을 전했다. 이 또한 재건축·재개발 정책에서도 ‘정부와 협의 하에 실행’을 강조했던 그간 기조에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박 전 시장 재임 중 ‘미니 태양광’ 사업을 두고는 형사적 절차를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오 시장이 박 전 시장 시절 사업 중 비위 의혹을 들어 공개적으로 법적 대응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창근 서울시 대변인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이 사업에 참여한 업체 관련 의혹을 들어 “(오 시장이) 자세하게 살펴서 보고를 하라고 했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사기 행위”라고 말했다. 앞서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시가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2014~2020년 베란다형 태양광 미니발전소 보급 사업에 참여한 업체 68곳 중 11곳이 정부 보조금을 받은 지 1~3년 내 폐업했다고 밝혔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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