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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권 광복절 욕보여"..靑 조율 김원웅 기념사 나라 쪼갰다

김상진 입력 2021. 08. 15. 17:28 수정 2021. 08. 16.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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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참석 정부 공식 행사서 발표
"이승만 친일, 박정희 반민족 정권"
보수 야권 "친일파 세력"으로 비난
사전녹화 때 탁현민 비서관 등 참관
"靑, 사전에 내용 알고도 방치한 셈"

김원웅 광복회장이 15일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 보수 야권을 사실상 친일 세력으로 규정하며 “친일파 없는 대한민국으로 만들자”고 말해 논란이 이는 가운데, 이같은 기념사 내용을 사전에 정부 측과 조율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김 회장이 기념사를 사전 녹화하는 자리에 탁현민 의전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가 참관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국민의힘은 김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고, 야권 대선 주자들은 "문재인 정권이 광복절을 욕보이고 있다"고 크게 반발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청와대와 정부의 묵인 아래 국민 여론을 갈라치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15일 오전 옛 서울역사(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사전에 녹화된 김원웅 광복회장의 기념사가 나오고 있다.[KBS 화면 캡처]

이날 오전 10시부터 옛 서울역사(문화역서울 284)에서 진행된 광복절 경축식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역대 최소 규모로 치러졌다. 김 회장은 행사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행사장에서 직접 읽은 문 대통령의 경축사와 달리 김 회장의 기념사는 지난 13일 백범김구기념관(서울 효창동)에서 사전 녹화됐다. 사회자는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엄중한 인식을 함께 해서 영상으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영상 기념사는 문 대통령 경축사에 앞서 공개됐다.

김 회장은 기념사에서 “초대 내각에서 독립운동가를 하나씩 제거해서 친일파 내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며 “우리 국민은 독립운동의 연장 선상에서 친일 정권과 맞서 싸웠다”고 했다. 또 “4ㆍ19로 이승만 친일 정권을 무너뜨렸고, 박정희 반민족 군사정권은 자체 붕괴됐다. 전두환 정권은 6월 항쟁에 무릎 꿇었고, 박근혜 정권은 촛불혁명으로 탄핵됐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옛 서울역사(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사전녹화된 김원웅 광복회장의 기념사를 본 후 박수를 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러면서 사실상 보수 야권을 겨냥해 “민족 배반의 대가로 형성된 친일 자산을 국고 귀속시키는 법의 제정에 반대한 세력, 광복절 폐지하고 건국절 제정하자는 세력, 친일 교과서 만들어 자라나는 세대에 가르치자는 세력, 이런 세력은 대한민국 법통이 임시정부가 아니라 조선총독부에 있다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기념사 말미에는 “민족 정통성 궤도를 이탈해온 대한민국은 깨어난 국민의 힘으로 제 궤도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무릎 꿇으면 다시 일어날 수 없다”며 “친일파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 이는 독립운동가들의 통한이 담긴 참된 애국의 기도”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참석해 국민을 상대로 연설하는 정부의 광복절 공식 행사에서 광복회장이 보수 야권을 친일로 몰면서 '조선총독부 대한민국 법통'이라는 모욕적인 비난을 기념사로 내놓은 것이다.

이와 관련 대구시는 이날 경축식 행사에서 김 회장의 기념사 영상을 틀지 않았다. "기념사가 편향된 역사 의식을 담고 있어 생략하게 됐다"면서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근본에서부터 깔아뭉개는 것인데, 국민이 동의할 수준의 얘기인가”라면서 “임시정부의 정통성만 내세우고 대한민국 정부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북한식 사고방식과 다를 게 없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옛 서울역사(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있다. 뒷자리에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이 앉아 있다. [연합뉴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같은 김 회장의 기념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 측과의 조율을 거쳤다. 한 소식통은 “정부 부처에서 사전 녹화 전에 광복회로부터 초고를 받아 협의한 뒤 일부 내용을 수정해 확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광복절 경축식이 대통령 행사인 만큼 사전 녹화장에는 탁현민 의전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도 참석해 지켜봤다”며 “한마디로 청와대가 이런 내용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방치하거나 동조한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김 회장이 이승만 전 대통령과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를 친일파로 거명한 지난해 광복절 기념사의 경우 행사장에서 돌발적으로 일어난 일이라고 치부할 수 있겠지만, 이번은 사전 녹화 아닌가”라며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권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사실상의 사전선거운동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측은 이런 사실이 보도되자 크게 반발했다. 신인규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매년 반복되는 망언을 방치한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근본적 책임이 있다”며 “문 대통령은 광복회의 국민 갈라치기 행태를 더는 방치하지 말고 국가보훈처를 통해 광복회장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광복절인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내 독립운동가 7위 영정을 모신 의열사를 찾아 예를 울리고 있다. [뉴스1]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는 논평을 통해 "궤변과 증오로 가득찬 김원웅 광복회장의 기념사 내용이 사전에 정부 측과 조율된 것이라 하니 이 정부가 광복절을 기념하고 말하고 싶은 진심이 무엇인지 헷갈린다"고 비판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김원웅 당신 같은 사람이 저주하고 조롱할 대한민국이 아니다”라며 “당신의 지긋지긋한 친일팔이와 내로남불, 문재인 정권의 이념 망상이 뜻깊은 광복절을 욕보이고 있다”고 SNS에 적었다.

유승민 전 의원 캠프는 “보수 야당을 친일세력으로 몰고 비하한 해당 문장을 청와대가 지시하고 촬영장을 감시한 것은 아닌가”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해당 표현을 걸러내지 않은 정부 담당자와 김원웅 회장을 즉각 징계하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은 김원웅 회장의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라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캠프는 이승만 정권이 친일파였다는 김 회장의 주장과 관련해 “오히려 북한의 초대 내각을 보면 군부는 공군사령관 이활 등 일본군 출신이 주축을 이뤘고, (김일성의) 친동생 김영주를 필두로 한 내각 역시 친일파들이 수두룩했다”고 지적했다.

고 백선엽 장군 추모 1주기를 앞둔 지난달 1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 장군제2묘역 고인의 묘소에 태극기와 조화가 놓여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한편 김 회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고 백선엽 장군에 대한 친일 행적 논란과 관련해 “윤봉길 의사가 상해 홍구공원에서 던진 폭탄에 숨진 일본 육군 대신이 시라카와 요시노리(白川義則)인데, (백 장군이) 얼마나 그를 흠모했는지 (같은 이름으로) 창씨개명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그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 백 장군 묘소를 파묘해야 한다고도 주장해왔다.

이와 관련, 박철희 교수는 "백 장군은 6ㆍ25 전쟁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고 국가를 수호하기 위해 헌신한 사람"이라며 "식민지 시절 수많은 사람이 했던 창씨개명만 갖고서 그렇게 판단하는 것은 균형감을 상실한 상징 조작"이라고 비판했다.


“박정희 공화당, 전두환 민정당 출신이…”
김근식 경남대 교수(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는 "진보 진영이 저주해마지 않는 박정희의 공화당에 공채 합격해서 전두환의 민정당까지 당료로 근무한 김원웅, 한나라당 창당에 참여해 한나라당 후보로 당선된 김원웅의 역사는 어떻게 지우겠느냐"며 "친일 잣대만으로 파묘하자는 민주당식 과거청산이라면 독재의 후예이자 부역자라고 훗날 진보 족속들이 김 회장의 묘소도 파헤치자고 할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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