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장군과 남북관계는 별개"..文 뚝심으로 이뤄낸 유해봉환

최경민 기자 2021. 8. 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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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읽어주는 기자]
(성남=뉴스1) 이광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5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식에 참석해 있다.2021.8.15/뉴스1

"홍범도 장군의 유해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 장군의 유해봉환을 추진하라."

"홍범도 장군의 유해봉환이 이번에 어렵다면, 묘소에는 참배할 수 있도록 일정을 만들라."

2019년 4월 문재인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일정을 앞두고 참모진 및 관계부처에 주문한 내용이다.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에서 1943년 서거한 후 70년 넘게 잠들어 있던 홍범도 장군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보인 것이다.

당시 상황은 이러했다. 참모진과 관계부처는 카자흐스탄 국빈방문을 앞두고 계봉우·황운정 선생의 유해봉환이 확정됐다고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여기에 대해 문 대통령이 "홍범도 장군의 유해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물었다는 것. 역사 콘텐츠에 관심이 많은 문 대통령의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난 질문이기도 했다.

홍범도 장군의 유해봉환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보고가 나왔다. 1991년 카자흐스탄이 구 소련으로부터 독립하고 1992년 우리와 국교를 수립한 이후 몇차례 시도된 적이 있지만 남북관계 등이 발목을 잡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홍범도 장군은 '평양' 출신이다. 북한이 홍범도 장군의 연고권을 주장한 이유다.

"북측의 반대가 문제"라는 보고에 대해 문 대통령은 약간의 질타를 섞어 "남북관계와 홍범도 장군의 유해봉환은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2019년 4월이면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미 협상의 실마리를 풀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할 때였는데도, 이같은 주문을 했을 정도로 문 대통령의 의지가 강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홍범도 장군의 유해봉환 추진을 지시하며 "독립유공자 유해봉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후손의 의사"라고 힘을 줬다. 홍범도 장군의 외손녀 김알라씨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외할아버지를 한국에 모시는 게 마지막 꿈"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뜻을 따라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지론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카자흐스탄 국빈방문 일정에서 큰 의제가 추가됐다. 양국 외교관들은 바쁘게 움직였지만 문 대통령의 국빈방문에 맞춘 홍범도 장군 유해봉환식은 성사되지 못했다. 현지 고려인 사회와 소통 등의 작업을 진행시키기에는 시간이 빠듯했다.

"시간이 촉박해 이번 카자흐스탄 국빈방문 때 홍범도 장군을 모셔오는 게 쉽지 않다"는 보고가 문 대통령에게 올라왔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카자흐스탄 국빈방문 일정 중에 크질오르다에 위치한 홍범도 장군의 묘소라도 직접 찾아가 예를 갖추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제는 크질오르다가 작은 도시로, 문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동선인 알마티(제1의 도시)와 누르술탄(수도)에 포함된 곳도 아니었다는 것에 있다. 양국 관계자들이 문 대통령의 출국 직전까지 부지런히 움직였음에도 일정이 마련되지 못했다. 협소했던 크질오르다 공항, 그리고 공군2호기의 막중한 임무 때문이었다.

대통령의 해외순방에는 공군1호기(보잉 747-400)와 공군2호기(보잉 737-3Z8)가 함께 움직이는 게 보통이다. '메인'과 '서브'의 관계다. 활주로가 작은 공항이 있는 도시를 방문할 때 공군2호기가 활용되는 경우가 있다. 2018년 평양 남북 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은 공군2호기를 타고 삼지연공항에 도착한 후 백두산으로 향했었다.

크질오르다 공항에는 공군1호기가 착륙할 정도로 긴 활주로가 없었다. 공군2호기를 활용하면 크질오르다 공항에 갈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당시 공군2호기는 계봉우·황운정 선생의 유해봉환을 맡았기 때문. 두 선생의 유해는 공군2호기에 모셔져 문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방문 당일(4월21일) 누르술탄 공항에서 봉환식을 마치고 한국으로 떠날 예정이었다. 여러모로 상황이 안 맞았던 것.

문 대통령은 당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늦어도 봉오동전투 100주년(2020년 6월7일)인 내년에는 홍범도 장군의 유해봉환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히는 것으로 아쉬움을 대신했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이 일정이 1년 미뤄진 끝에 2021년 광복절에 맞춰 홍범도 장군을 국내에 모실 수 있게 됐다.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태운 특별수송기는 15일 오후 7시30분쯤 공군 전투기 6대(F-15K, F-4E, F-35A, F-5F, KF-16D, FA-50)의 엄호 비행을 받으며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참석한 가운데 유해봉환식이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홍범도 장군은 1868년 평양 태생으로 한반도 북부와 만주를 무대로 무장 독립투쟁을 했다. 대한독립군 총사령관으로 활약했고 봉오동·청산리전투를 주도했다. '백두산 포수' 출신의 전설적인 스나이퍼로 명성을 떨쳤다.

이오시프 스탈린의 한인강제이주정책에 의해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로 강제이주 당했다. 그곳에서 1943년 서거했다. 현지 고려인 극장의 경비를 서거나 표를 팔며 말년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크질오르다에는 홍범도 장군의 묘역과 '홍범도 거리'가 있었다. 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에 추서됐다.
(성남=뉴스1) 이광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5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특별수송기를 통해 국내로 봉환된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맞이하고 있다.2021.8.15/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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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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