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부족국가 마한에서 한반도의 고대국가 백제로 가는 여정

글·사진 김종목 기자 2021. 8. 1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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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박물관 '마한·백제'전

[경향신문]

‘마한·백제’전은 경기지역 마한 사회의 태동부터 한성백제 변천 시기까지의 유물을 내놓았다. 마한의 대외 교역 등을 보여주는 붉은색 유리구슬(곤지암리)이 대표 전시물이다.
광주 곤지암리·용인 고림동 등
최근 발굴 문화재들 한자리 모아
초기 철기와 원삼국 시기 연결
세형동검·덧띠토기 등 유물 주목

경기도박물관은 ‘마한·백제’전을 알리는 자료에서 “4세기경에 이르면 마한의 54개 소국 중 하나였던 백제국(伯濟國)이 고대국가 백제(百濟)로 도약한다. 백제의 성장은 기존 지역 세력인 마한의 소국들을 통합해 가는 과정”이라고 썼다. 경기도박물관은 ‘마한·백제’전에서 백제의 기원이 된 마한의 중심이 지금의 경기도 지방이라는 걸 강조한다.

‘마한·백제’전은 500여점을 내놓았다. “경기 지역 마한 사회의 태동과 시작, 물질문화와 대외교류, 고대 정치세력으로의 발전과 한성백제로 변천” 등을 1부 ‘마한, 여명을 열다’, 2부 ‘마한을 말하다’, 3부 ‘마한에서 한성백제로’라는 주제로 엮어 전시장을 구성했다. 시기는 청동기와 철기를, 전시품은 토기와 장신구를 아우른다. 광주 곤지암리, 화성 요리, 용인 고림동, 김포 운양동, 평택 마두리 등지에서 벌인 최근 수년간의 매장문화재 발굴의 결과물을 한자리에 모았다.

1부 전시물 중 하나는 초기 철기 시기에 나온 세형동검과 덧띠토기다. 인천 검암동 발굴 유물이다. 초기 철기와 마한의 토기를 모두 사용한 양수리 유적도 전시됐다. 초기 철기와 원삼국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유물이다.

선사시대 유물로 마한과의 연결고리를 살피는 2부 전시에서 주목할 건 환구(環溝)다. 박물관은 도랑으로 둘러싸인, 이 구획 시설이 마한 소도(蘇塗)의 기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경기 지역 청동기 시대의 의례 공간으로 추정한다. 전시에는 환구 유적과 수장의 집자리에서 출토된 토기 등을 내놓았다.

이번 ‘마한·백제’전에 ‘최초 공개’ 유물은 없다. 다만, 3세기 중엽 형성돼 4세기 전반까지 유지된 광주 곤지암리의 유물은 대중에게 널리 공개된 적이 없다. 곤지암리 유적 북서쪽 돌무지무덤에서 출토된 남아시아 마노와 중앙아시아 소다계의 붉은색 유리 구슬 등이 이번 전시 2부에 나왔다. 구슬과 북방계 금귀걸이 같은 유물도 당시에 수입된 것이다. 국가 단계 이전 소국연맹체 형태였던 마한의 대외 교역관계와 장례 풍습을 드러내는 유물이다.

시루, 토기, 접시, 항아리 등 한성백제기 유물(용인 고림동·위)도 전시했다. 초기 철기 세형동검과 덧띠토기(인천 검안동)는 원삼국과의 연결고리 유물로 제시된 것이다.
백제의 기원이 된 마한의 중심이
지금 경기 지방이라는 것을 강조

“구슬 목걸이를 보배로 삼는데, 혹은 옷에 꿰매 장식하기도 하고, 혹은 목에 매달기도 하고, 귀에 달기도 한다.” 마한의 풍습을 다룬 <삼국지>(280~289년) ‘위서동이전’의 한 구절이다. 이 풍습의 연장선에서 볼 수 있는 것이 곤지암리 유물이다.

3부의 주요 전시물은 화성 요리의 ‘금동관모와 금동신발’이다. 4~5세기 백제가 지금 경기도 화성 지역 일대에 지배력을 강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유물이다. ‘마한·백제’전에 나온 금동관모와 금동신발은 복제품이다. 진품은 발굴 당시 흙 등의 압력과 화학적인 풍화작용 때문에 훼손이 진행돼 보존처리작업에 들어갔다. 박물관은 금동관모와 금동신발 등 유물을 두고 “백제 중앙에서 지방의 유력자에게 진귀한 물건을 주어 포섭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지방을 유연하게 통치하는 매개체였던 것으로 이해한다”고 했다.

경기도박물관은 마한과 한성백제를 잇는 이번 전시에서 경기 지역을 내세운다. <조선왕조실록>이 조선을 지칭할 때 ‘삼한(三韓)’이라고 기록하고, 1897년 고종이 황제를 칭하고 조선을 황제국으로 올리면서 나라 이름을 “대한(大韓)”이라 부른 점도 상기한다. 박물관은 ‘경기도의 마한이 한성백제를 거쳐 지금 대한민국으로 이어졌다’는 걸 증명하려 한다.

부족국가란 무엇인가. 부족국가 간 다툼과 갈등, 연대의 와중에 죽이고 죽는 싸움을 거쳐 형성된 고대 국가란 무엇인가. 현대를 사는 이들이, 태어난 고장이나 사는 지역에 따라 고대 국가의 정체성·지역성을 따르며 ‘신라의 후예’니, ‘백제의 고장’이니 다투는 게 맞는 일인가라는 생각이 ‘마한·백제’전을 둘러보며 들었다. 백제는 경기도에 국한된 고대 국가가 아니다. 백제의 역사와 존재 의의, 정체성은 경기, 충청, 전라를 아우른다.

박물관 1층 ‘마한·백제’전 전시장 옆은 선사·고대 상설전시관이다. 구석기~삼국시대 유물을 전시한다. 2층으로 고려·조선 시대 상설전시관이 이어진다.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초조대장경, 정몽주 초상 등 보물 수백점을 내놓았다. 전시관엔 ‘고려의 중심 경기’ ‘국가(조선) 근본의 땅, 경기’ 같은 문구를 적은 패널이 이어진다. 왕조와 귀족에 중심을 둔 전시물이 한국(인)인가. 다만, 특별전과 상설전시관을 돌면 선사와 역사 시대의 일단을 일괄할 수 있다. 전시는 10월31일까지 열린다. 무료이고, 홈페이지(musenet.ggcf.kr)에서 사전 예약하면 된다.

글·사진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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