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점 1편] '죽음의 급식실'.."요리하며 매일 들이마신 연기..암세포가 온몸에"

김대겸 2021. 8. 17.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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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폐암에 걸리거나 숨지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조리 과정에서 각종 발암성 물질을 오랜 기간 들이마셨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YTN은 오늘부터 '죽음의 일터'가 된 급식실 문제를 연속 보도합니다.

먼저, 암 투병 중인 조리사들의 이야기를 김대겸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18년 동안 학교 급식실 조리사로 일한 58살 허 모 씨.

석 달 전, 원인 모를 가슴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습니다.

폐암 4기, 뇌와 온몸의 뼈까지 암세포가 전이된 상태였습니다.

[허 모 씨 / 폐암 투병 급식실 조리사 : 서울대병원 가니깐 뇌까지 전이됐다고 하시더라고요. (이전까지는) 너무 건강했었으니깐요. 너무 깜짝 놀랐죠. 진짜. 상상도 못 했어요. 폐암이 오리라고는.]

돌아보면 열악했던 근무 환경 탓이었습니다.

언제나 매캐한 연기로 가득했던 조리실 내부.

환기 설비는 미미했고 얇은 마스크 한 장만 쓴 채 하루 평균 8시간 이상 일했습니다.

[허 모 씨 / 폐암 투병 급식실 조리사 : (전교생 수가) 천 명이 넘으니깐 좁은 데서 하다 보면 (연기가) 많이 차죠. 뿌열 정도로 연기 같은 게. 그것(튀김)만 하는 게 아니라 끓이고 볶고 하다 보면 많이 차요.]

2년 전, 폐암 3기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인 61살 박 모 씨 역시 24년 동안 비슷한 환경에서 조리했습니다.

환기 장치는 주먹구구로 설치돼 좀처럼 연기가 빠져나가지 않았고,

[박 모 씨 / 폐암 투병 급식실 조리사 : 180도~200도에서 쳐다보면서, 끓는 기름을 쳐다보면서 튀김을 해야 해요. (튀김 솥) 바로 위에 환풍기가 없어요. 한참 떨어진 데에 환풍기가 벽 쪽으로 붙어있어서….]

청소할 때는 독하디독한 세정제 증기를 들이마셔야 했습니다.

[박 모 씨 / 폐암 투병 급식실 조리사 : 펄펄 끓는 물에 세제를 넣고 식판을 넣어요. 그 냄새가 엄청나게 역겹거든요. 그걸 넣었다 뺐다 해서 또 닦아야 해요. 그런 식으로 반복했어요. 계속.]

52살, 젊은 나이에 급식실 노동자 박 모 씨는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딸이 기억하는 어머니의 일터는 항상 숨쉬기조차 힘든 연기로 자욱했습니다.

[황 모 씨 / 폐암 사망 조리사 유족 : 엄마를 기다린다고 급식실 안에서 들어갈 때가 많았는데, 들어가면 연기가 항상 자욱하고 뜨거운 물이 튀고. 그래서 이모들이 빨리 지나가라고 숨 참고 지나가라고….]

가족 중 흡연자가 없었고 가족력이나 지병도 없이 건강했던 어머니의 죽음.

열악한 노동 환경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황 모 씨 / 폐암 사망 조리사 유족 : 엄마 위쪽으로 지병이 있으신 것도 아니고 아빠도 흡연하셨지만 끊으신 지 한참 되셔서 흡연 문제도 아닌 것 같고. 지금 생각해보면 원인이 아마 급식실에서 일했던 게 유일하지 않나….]

지난 4월부터 시민단체 '직업성암환자찾기 119'를 통해 폐암 발병이 확인된 급식실 노동자는 최소 20명.

이 가운데 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단체는 암 발병 사실을 모르거나 투병 사실을 알리지 않은 이들까지 포함하면 급식실 환경 때문에 중증 질환에 시달리는 노동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YTN 김대겸입니다.

YTN 김대겸 (kimdk1028@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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