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빠른 사춘기 방치하면 10cm 이상 덜 클 수도

이순용 2021. 8. 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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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저리 비켜!" 아이들이 나를 둘러싸고 앞서 말한 그런 실없는 것들이나 묻고 있는데, 문득 그들 등 뒤에서 그런 소리가 나지막이 들려 왔다.

잘 모르는 나에게는 담임선생이 들어온 것이나 아닐까 생각이 들 만큼 어른스런 변성기(變聲期)의 목소리였다.

가 그를 엇비슷한 육십 명 가운데 금방 구분해 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급장이어서라기보다는 다른 아이들과 머리통 하나는 더 있어 뵐 만큼 큰 앉은 키와 쏘는 듯한 눈빛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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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하이키한의원 원장
[박승찬 하이키한의원 원장] “모두 저리 비켜!” 아이들이 나를 둘러싸고 앞서 말한 그런 실없는 것들이나 묻고 있는데, 문득 그들 등 뒤에서 그런 소리가 나지막이 들려 왔다. 잘 모르는 나에게는 담임선생이 들어온 것이나 아닐까 생각이 들 만큼 어른스런 변성기(變聲期)의 목소리였다. 아이들이 움찔하며 물러서는데 나까지 놀라 돌아보니…(중략)…그 아이만은 나도 알아볼 수 있었다. 담인 선생님과 내가 처음 교실로 들어왔을 때 차렷, 경계를 소리친 것으로 보아 급장인 듯한 아이였다. 그러나 내
박승찬 하이키한의원 원장
가 그를 엇비슷한 육십 명 가운데 금방 구분해 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급장이어서라기보다는 다른 아이들과 머리통 하나는 더 있어 뵐 만큼 큰 앉은 키와 쏘는 듯한 눈빛 때문이었다. ―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중에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중 이제 막 5학년이 된 주인공이 반 친구인 ‘엄석대’를 표현한 장면이다. 소설 속 또래 사이의 우상이었던 엄석대는 결국 학년이 바뀌고 담임이 바뀌면서 나락의 길을 걷게 된다. 정치적·시대적 비유가 뛰어난 작품으로 상징하는 바가 다양한 인물이지만, 성장기 관점으로 보면 엄석대는 또래보다 빨리 사춘기를 겪어 심신의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인물이다.

초등학교 5학년인 엄석대는 다른 아이들보다 키가 크고 변성기가 시작된 아이였다. 이 시기 남아의 평균 키 성장은 1년에 5~6cm씩 정도로, 그 이상 또래보다 크게 자라고 있다면 사춘기가 벌써 시작된 것일 수 있으니 서둘러 전문클리닉에서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급성장기인 사춘기가 일찍 시작하면, 처음에는 키가 갑자기 훌쩍 큰다. 그래서 본인이나 부모는 키가 잘 자라고 있다고 생각해 빠른 사춘기나 성조숙증의 위험을 놓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춘기가 앞당겨질수록 그만큼 아이의 성장 마무리도 빨라지므로, 전체 키 성장 기간이 크게 줄어든다. 빠른사춘기로 사춘기가 또래보다 1년, 성조숙증으로 사춘기가 또래보다 2년 정도 빨라지면 크게는 본래 커야 할 키보다 10cm 이상 작게 평생 키를 마무리할 수 있다.

남아의 빠른 사춘기와 성조숙증은 빠르게 늘고 있다. 증가비율만 보면 여아보다 심각하다. 2020년 남아 성조숙증 진료 환자 수의 증가세는 전년 대비 135%다. 남아의 사춘기 증후는 변성기가 시작되고, 고환이 커지기 시작하며, 늦게 자려고 하고, 짜증이 느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신체적으로 부모가 쉽게 그 변화를 인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PC, 스마트폰 게임에 집착하는 성향이 강한 남아들에게서 빠른 사춘기가 자주 발현하고 있으니 세밀한 주의가 필요하다.

엄석대도 빠른 사춘기임을 미리 알고 주변에서 잘 보듬어 주고 치료해 주었다면 바른 어른이 되었을지 모른다. 남아 성조숙증의 심각성은 키뿐 아니라 심신의 발달에 모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기적인 성장·성조숙증 검사와 관리를 잊지 말아야 하겠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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