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애 여가부장관 "코로나로 양성평등 부각..돌봄은 모두의 일"

전준우 기자 2021. 8. 1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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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위안부 문제 국제사회 알린지 30년, 뜻 깊은 해"
"사회 지속 가능성, 여가부 필요..성주류화 체계 개편할 것"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여가부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여성이 돌봄하는 것을 존중해주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돌봄의 일을 나눠야 진짜 지속 가능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은 위안부 기림의 날(8월14일)을 앞둔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뉴스1>과 만나 우리 사회가 양성평등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돌봄'의 중요성이 매우 커졌다. 학교를 매일 등교하지 못하고,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져 '돌봄'의 영역이 확대됐고 이로 인해 양성평등 문제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정 장관은 "많은 나라에서 돌봄의 주책임이 여성에게 있다보니 아이들이 학교를 못 갈 때 집에서 부담이 커지는 게 많은 나라들의 공통적인 현상"이라며 "여성의 고용 분야도 '대면서비스 업종' 비율이 높아 코로나로 많은 영향을 받게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국내 여성학 박사 1호를 기록한 여성학 전문가이자, 맞벌이 부부인 딸 내외의 손녀를 직접 돌본 '황혼 육아'의 경험자이기도 하다.

정 장관은 "아이를 키우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며 "이모, 할아버지 등도 모두 동참해 당번을 정해 손녀를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정 장관의 임기도 벌써 8개월이 지났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잇단 성폭력 사건에 군부대 성폭력 피해 부사관 사망 사건 등 여가부의 역할이 요구되는 사안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여가부 폐지론이 불거지며 정 장관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정 장관은 "사회 지속 가능성을 위해 여가부가 필요하다"며 "여가부는 한부모, 학교 밖 청소년, 다문화 등 이 사회에서 포용하고 같이 가야할 집단들에 대한 업무를 굉장히 중요하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임을 공개 증언한지 3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기도 하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아쉽게도 정부 기념식은 영상 행사로 진행됐지만, 여가부는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조사·연구를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힘쓸 계획이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이 11일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여가부 제공).© 뉴스1

◇위안부 피해자 허위사실 유포 처벌 법률 개정 추진

-올해는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임을 공개 증언한지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제 피해자 열네 분밖에 남지 않았는데, 앞으로의 정책 방향성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왜곡된 주장에 적극 대응하고 올바른 인식 확산을 위해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 지원법'에 허위사실 유포처벌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알리고 다음 세대와 국제사회 공유를 위한 조사·연구, 교육·홍보 등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필요도 있다.

-여자 양궁 국가대표팀 안산 선수에 대한 혐오 표현을 담은 인권 침해 논쟁이 불거졌다. ▶안산 선수에 대한 공격은 논란이 아니라 혐오적 표현이고 인권침해 행위이다. 성별을 막론하고 혐오나 폭력, 비하적 표현과 같은 인권침해적 행위는 우리 사회에서 근절되어야 한다. 이러한 현상은 일반인들의 건강하고 균형적인 시각과는 괴리된 것으로, 일부의 과격한 주장들이 과잉 대표되고, 확대·재생산된 경향이 있다.

-젠더 갈등은 왜 심화할까. 어떻게 답을 찾아야 하는 건가. ▶현재 남성들이 성별 관계에 대해 갈등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은 페미니즘 때문이거나 여성의 지위가 높아졌기 때문만으로 보긴 어렵다. 젊은 사람들은 부모 세대보다 잘 살게 됐지만, 훨씬 더 노력하고 준비해도 일자리나 기회가 제한되고 취업 후에도 정규직 등 다양한 계층으로 나뉘고 지속되는 것도 불안정하다. 모든 것이 경쟁인 셈이다.

-지자체장 등 성폭력 이슈에 여가부가 너무 주저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여가부가 적극적인 대응을 못한 것은 사실이다. 정치적 이슈와 연관됐을 때 피해자의 입장에서 목소리 내기를 여가부에 기대했는데 기대에 못 미친 부분이 있던 것 같다. 여가부가 하는 성폭력 관련 사업은 기본적으로 예방 사업과 피해자 지원사업 두 가지가 핵심이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조사하고, 진위를 가리고, 처벌하는 것은 저희 업무가 아니다 보니 민감한 사안에 초기부터 대응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있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이 뉴스1과 각종 현안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다(여가부 제공).© 뉴스1

◇"사회의 지속 가능성 위해 여가부 필요…성주류화 체계 개편"

-여가부 폐지론은 어떻게 보나. ▶여가부는 한부모, 학교 밖 청소년, 다문화 등 이 사회에서 포용하고 같이 가야할 집단들에 대한 업무를 굉장히 중요하게 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공정성, 평등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차별을 없애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경쟁에서 뒤쳐진 사람들, 경쟁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을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포함해 잘 보듬고 가야 한다. 기존 부처의 업무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 많은 문제를 발굴하고 배려하고 개선해나가면서 사회의 지속 가능성, 안정성을 높여가는 것이 여성가족부의 역할이다.

-코로나 시대에 양성평등 문제가 더 부각되는 것 같다. ▶코로나는 전세계 공통 이슈이고, 나라마다 다르지만 돌봄의 주 책임이 여성에게 있는 나라가 많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했을 때 돌봄 부담이 커지는 게 많은 나라들의 공통적이다. 특히 여성은 대면서비스 업종 고용 비율이 높아 코로나로 영향을 많이 받게 되고, 비정규직이나 불안정한 고용 상태로 훨씬 먼저 손쉽게 고용시장 밖으로 나오게 되는 경우도 많다.

-우리 사회가 '양성평등'을 이루기 위해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특혜나 보호를 받지 않고 권리·의무를 똑같이 가져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가 돌봄 문제다. 나 혼자 태어나 나 혼자 죽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 사회는 돌봄이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평가받고, 여성이 주로 하고. 이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사회가 될 수 없다. 여성이 돌봄하는 것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돌봄의 일을 나누고 여성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취임 후 8개월이 됐다. 하반기 중점 업무와 남은 임기동안 씨앗을 뿌리고 싶은 것이 있다면. ▶1995년 제4차 북경여성대회 이후 성평등 정책의 중요한 목표는 성주류화(Gender Mainstreaming)이고, 이를 위한 정책 수단으로 성별영향평가, 성인지예산 등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2005년 이후 성주류화 정책과 제도를 추진해 왔지만, 아직 정책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작동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성주류화 추진체계를 개편해 각 분야 정책에 성평등 관점이 반영되고, 국민들이 그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

혼인·입양·혈연관계로 구성된 경우에만 인정하는 '가족' 개념을 확대해 보다 다양한 가족이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건강가정기본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스마트폰 게임 이용 증가 등 환경 변화를 고려해 국회에 발의된 청소년 인터넷 게임 건전이용제도(셧다운제) 개편에도 적극 협조하고, 관련 사안에 대한 청소년 보호를 위한 대안들을 마련할 것이다.

(대담= 박태정 사회정책부장, 정리= 전준우 김진희 기자)

junoo568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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