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손수호]"225g 그리고 ABO" 구미 석씨가 바꿔쳤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 입력 2021. 8. 1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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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손수호 (법무법인 지혁 대표변호사)

탐정의 눈으로 사건을 들여다봅니다. 탐정 손수호. 손수호 변호사, 어서 오세요. 

◆ 손수호>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 다룰 사건, 많이 기다렸습니다. 왜냐하면 저 이 판결 보고 궁금했거든요.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 가지고 오셨죠. 

◆ 손수호> 그렇습니다. 대단히 괴상한 사건이죠. 오늘은 특히 그 사건 관련 <재판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 김현정> 네, 사실 3월에도 저희가 탐정 코너에서 다뤘어요. 그런데 1심 선고가 그제 난 겁니다. 우선 사건의 개요, 가물가물한 분들을 위해서 짧게 짚어주세요.

◆ 손수호> 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서 세 살짜리 여자 아이가 반 미라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1999년생인 어린 친모 김 모 씨의 아동학대와 방치로 인한 비극적인 사건으로 알려졌죠.

◇ 김현정> 그렇죠. 

◆ 손수호> 하지만 엄청난 반전이 있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유전자 검사를 실시했는데요. 당초 친모로 알려졌던 김 씨는 사실 숨진 아이의 언니였고요, 외할머니로 알려졌던 김 씨의 어머니 석 씨가 그 숨진 아이의 친모라는 결과가 나온 거죠. 

◇ 김현정> 그렇죠, 너무 놀랐어요. 그래서 검사 결과가 잘못됐을 거라는 생각까지 했거든요.

◆ 손수호> 정말 놀라운 결과였죠. 그래서 그동안 이 사람이 언니인지 엄마인지, 이 사람은 외할머니인지 엄마인지, 누가 아빠인지, 누가 외할아버지인지. 호칭부터 헷갈렸어요. 그리고 그게 이 사건 이해를 더 어렵게 만들기도 했죠. 그런데 이제 판결이 나왔으니까, 호칭을 통일하겠습니다. 

◇ 김현정> 어떻게 정리할까요? 

◆ 손수호> 우선 외할머니로 알려졌던 석 씨. 숨진 아이의 <친모>로 부르겠습니다. 

◇ 김현정> 네. 사망한 3세 여아의 엄마는 석 씨.

◆ 손수호> 네. 석 씨가 친모입니다.

◇ 김현정> 그럼 김 씨는 이제 엄마가 아니라 <언니>로 정리되겠네요?

◆ 손수호> 네. 김 씨도 재판을 받았어요. 딸로 알고 키웠던 동생에 대한 아동유기•방임과 살인죄까지 인정돼서 이미 6월에 징역 20년 형 받은 상태입니다.

◇ 김현정> 그런데 김 씨가 정말 그 아이가 자기 딸이 아니라는 걸 끝까지 몰랐던 게 맞느냐. 이거 정말 궁금했어요. 

◆ 손수호> 네, 지금까지 재판 결과를 보면, 김 씨는 정말 몰랐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김 씨는 2018. 3. 30. 여자 아이를 출산했고, 4. 8. 퇴원하면서 데리고 간 아이를 자신이 출산한 것으로 인식하고 출생신고한 후 양육하다가 방치하고 살해했어요.

◇ 김현정> 그럼 언니 김 씨의 살인 유죄 판결은 6월에 나왔고, 친모 석 씨 유죄 판결은 이틀 전에 나온 거고요.

◆ 손수호> 네. 재판이 각각 진행됐는데요. 이번에 법원은 석 씨의 아이 바꿔치기를 인정했습니다.

정리하면요. 석 씨는 자신이 출산한 아이를 딸 김 씨로 하여금 양육하게 하려고, 딸의 출산 다음 날인 2018. 3. 31. 저녁부터 다음 날인 4. 1. 아침 사이에 다른 곳도 아닌 산부인과에서 두 아이를 몰래 바꿨다는 겁니다. 그래서 딸 김 씨가 실제로 낳은 아이를 어딘가로 데리고 갔기 때문에 미성년자약취죄 유죄 판결 받은 건데요.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바꿔치기해서 딸 김 씨에게 맡긴 아이가 사망했는데, 그 아이 사체은닉 미수도 함께 인정됐습니다. 검사가 반인륜적 범행이라며 징역 13년 구형했는데, 이틀 전 징역 8년 선고됐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이 미스테리한 사건에서 모녀가 각각 1심 유죄 판결을 받은 상황, 판결문을 보고 오셨어요. 손수호 변호사. 판결 내용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그런데 우선, 석 씨는 줄곧 범행을 부인했거든요. 아주 강하게. 

◆ 손수호> 그렇습니다. 아예 출산 사실 자체부터 부인했기 때문에, 그 다음 이어지는 것들도 전혀 인정하지 않게 된 거죠. 심지어 이번에 법정에서 유죄 판결 받고 실신하고 울면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상태에서 교도관 부축을 받으며 퇴장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법원의 논리 구성이 굉장히 중요했어요. 법원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첫 번째, 석 씨가 사망한 여자 아이의 친모일 것. 두 번째, 검찰이 주장한 그 시점과 그 장소에서 아이 바꿔치기가 이루어졌을 것. 그리고 세 번째, 그 바꿔치기가 석 씨에 의해서 이루어졌어졌을 것. 이 세 가지가 모두 증명되어야 석 씨가 유죄라는 거죠.

◇ 김현정> 이 세 가지가 모두 증명돼야 한다. 그 중에 하나라도 빠지면 유죄가 아니다? 

◆ 손수호>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석 씨의 범죄 사실이 증명되어야만 유죄 판결 가능하니까요. 그럼 이제 하나씩 살펴보죠. 오늘 판결문 해설을 듣고 그동안의 의문점이 해소되면 좋겠습니다.

우선 과연 석 씨가 사망한 아이의 친모인가? 법원은 뭐라고 했습니까? 

◆ 손수호> 석 씨가 친모 맞다.

◇ 김현정> 근거는요? 

◆ 손수호> 여러 과학 증거들이 있어요. 우선 첫 번째, 유전자 검사 결과입니다. 국과수 본원, 부산연구소, 대구연구소, 대검에서 여러 차례 실시했거든요. 여러 번 검사했는데 결과가 동일해요.

◇ 김현정> 오류일 가능성은 없어요? 

◆ 손수호> 국제적으로 공인된 검사방법을 썼고요. 신뢰도는 사실상 100%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결과 자체를 부인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석 씨 측도 검사 결과 자체는 인정했습니다.


◇ 김현정> 하지만 그러면서도 <키메라증> 얘기하면서 아이 낳은 적 없다고 했잖아요?

◆ 손수호> 좀 낯선 용어이긴 한데요. 한 사람의 몸 안에 둘 또는 그 이상의 유전적으로 구분되는 세포를 가지고 있는 현상을 <키메라증> 또는 <키메리즘>이라고 하는데요. 매우 드문 일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존재하긴 합니다. 

◇ 김현정> 유전자가 2개 이상. 그런데 재판에서는 인정되지 않은 건가요?

◆ 손수호> 네. 키메라증 오류를 막기 위해서 석 씨의 손톱, 모발, 구강과 사망한 여자아이의 치아, 연골 등에서 시료 채취해서 다 검사해봤어요. 그리고 잘 생각해 보면요, 키메리즘은 실제 친자 관계임에도 친자가 아닌 것처럼 판단되는 경우는 설명할 수 있지만, 반대로 친자 관계 아닌데 우연하게 친자로 오인되는 경우까지 설명할 수는 없는 거죠.

◇ 김현정> 그래요. 어쨌든 법원은 인정하지 않은 겁니다. 

◆ 손수호>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리고요. 

◆ 손수호> 두 번째는, 혈액형입니다. 사망한 아이의 혈액형은 A형이었는데요. 석 씨와 김 씨는 모두 B형입니다. 

◇ 김현정> 그러면 두 명 다 친모가 아니라는 의미 아닌가요? 

◆ 손수호> 그렇지 않습니다. ABO 혈액형 분류인데요. 생물 시험 문제 같은 사안이에요. 숨진 아이는 A형 중에서도 AA가 아니라 AO 타입이었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A형에 두 가지 타입이 있죠. AO와 AA. 그런데 이 아이는 AO였군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그런데 김 씨는 B형 중에서도 BO가 아닌 BB예요. 그렇기 때문에 김 씨는 AO형인 이 아이의 친모가 될 수 없는 거죠. 유전법칙상.

◇ 김현정> 절대 아니네요. 

◆ 손수호> 반면 석 씨는 B형 중에서도 BO입니다. 따라서 AO인 이 아이의 친모가 될 가능성이 있는 거죠. 

◇ 김현정> 가능하네요. 여러분 생물 시간 잘 생각해 보세요. 그래서 석 씨는 가능하다고 본 겁니다. 그런데 6개월 미만 신생아들의 혈액 검사는 부정확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있었잖아요? 

◆ 손수호> 맞습니다. 그래서 법원도 "이런 경우에는 불일치가 흔한 일"이라는 표현을 썼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즉 이런 오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다른 정황을 추가해 보면 바꿔치기 인정된다는 거죠. 

◇ 김현정> 그렇겠네요. 혈액형 하나만 가지고 바꿔치기 인정한 건 아니니까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정황이 있어요. 사망한 아이가 태어난 3월 경 석 씨도 출산했을 것으로 볼 수 있는 다양한 정황이 있습니다. 

◇ 김현정> 이게 굉장히 중요하겠네요. 석 씨는 출산 사실 자체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법원은 낳았다라고 인정한 근거. 어떤 정황들입니까? 

◆ 손수호> 첫째, 석 씨가 처음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하는 그 무렵에 출산 관련 동영상을 시청했고요. 둘째, 석 씨 스마트폰에 특정 어플리케이션이 설치돼 있었는데요. 임신, 태교, 육아일기 작성을 위해 임산부들이 주로 이용하는 앱이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그건 딸 김 씨가 임신했으니까 친정엄마로서 충분히 할 수 있었던 거 아닌가요?

◆ 손수호>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까지 추가해서 들어보시죠. 세 번째 정황입니다. 석 씨가 출산일로부터 약 한 달 전에, 한 달 동안 직장을 쉬었는데요. 그런데 그 사실을 숨기려고 수사기관에서 거짓 진술을 했습니다. 

◇ 김현정> 굳이 그걸 왜 숨기려 했는가?

◆ 손수호> 그렇죠. 그리고 넷째, 이 부분도 굉장히 중요한데요. 바로 생리대입니다. 석 씨는 그동안 온라인으로 생리대를 구입해서 썼거든요. 그런데 임신으로 의심되는 그 기간 동안 온라인 구매를 중단했고요. 출산 후 다시 구매하기 시작했습니다. 

◇ 김현정> 정황상 이건 상당히 큰 증거가 될 수 있겠네요. 이런 것들을 종합할 때 아이 낳은 거 맞다, 이렇게 법원은 본 거고요. 그런데 석 씨가 아이를 낳았다고 쳐도, 바꿔치기를 증명하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잖아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석 씨가 아이를 바꿔치기 했다고 인정했어요. 과학적으로 볼 때 석 씨가 사망한 여자아이의 친모이기 때문에, 결국 사망한 여자 아이 외에 김 씨가 직접 낳은 피해자가 존재한다. 논리적으로 아이가 두 명 있었다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서 바꿔치기 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법정 향하는 구미 3세 여아 친모 (연합뉴스)


◇ 김현정> 그런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도대체 언제 어디서 바꿔치기가 벌어졌는지 검사가 구체적으로 특정해서 기소해야 유죄 판결 받을 수 있는 거 아니에요?

◆ 손수호> 맞습니다. 그게 이 사건의 핵심이죠. 사실 굉장히 어려운 과제로 보였습니다만, 검사는 특정을 했고 1심에서는 증명에 성공했습니다.

◇ 김현정> 시기도 특정이 됐어요? 

◆ 손수호> 네, 김 씨가 3월 30일에 출산했는데요. 출산 다음 날인 3월 31일 저녁 5시 32분부터 또 그 다음 날인 4월 1일 아침 8시 17분 사이, 그 반나절 사이에, 다른 곳도 아닌 산부인과에서 두 아이를 몰래 바꿔치기 했다는 거죠. 

◇ 김현정> 장소까지 다 특정된 거네요?

◆ 손수호> 네. 

◇ 김현정> 그런데요. 산부인과면 지켜보는 눈이 많은데, 도대체 거기서 어떻게 바꿔치기를 합니까? 

◆ 손수호> 증거를 살펴보죠. 가장 먼저 사망한 아이의 탯줄입니다.

◇ 김현정> 탯줄이 왜요?

◆ 손수호> 김 씨는 4월 8일에 아이와 함께 퇴원했어요. 당시 함께 집에 간 아이 배꼽에 탯줄이 일부 붙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날인 4월 9일에 자연스럽게 떨어졌거든요. 그리고 그 후에 이 사건이 발생하고 올해 3월에 집에서 탯줄이 담긴 렌즈케이스를 발견했는데요. 이걸 검사해 보니 바로 사망한 여자아이와 동일 인물이라는 결과가 나왔어요. 이걸 보면 이미 퇴원할 때 아이가 바뀌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는 거죠. 

◇ 김현정> 병원에서 함께 퇴원한 아이의 탯줄이 집에 가서 떨어졌고, 알고 보니 그게 석 씨 아이다. 그러니 이미 병원에서 바꿔치기 된 거라는 분석. 그리고요? 

◆ 손수호> 두 번째, 당시 산부인과 병원의 운영 실태인데요. 

◇ 김현정> 상황이 어땠는데요?

◆ 손수호> 당시 입원했던 산모 5명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당시 누구든지 횟수에 제한 없이 신생아실에서 신생아를 데리고 올 수 있었고, 심지어 야간에도 병원 밖으로 자유롭게 출입 가능했다."고 진술했어요. 그리고 당시 병원에서 근무한 간호사의 진술도 있었는데요. 대단히 중요합니다. 

◇ 김현정> 간호사는 뭐라고 했는데요?

◆ 손수호> "당시 병원 구조상 2층 대기실과 3층 모자동실은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형태였기 때문에, 신생아를 바꾸려고 마음만 먹었다면 혼자서도 충분히 바꿀 수 있는 구조였다."고 진술한 겁니다.

◇ 김현정> 관리가 철저한 병원을 떠올렸는데, 그게 아니었을 수 있군요. 그리고 간호사가 더 중요한 내용도 진술했죠?

◆ 손수호> 그렇습니다. 세 번째는 증거는 식별띠인데요. 3월 30일 출생 직후 발목에 채웠어요. 

◇ 김현정> 발목.

◆ 손수호> 그런데 날짜가 중요합니다. 4월 1일에 식별띠가 발목에서 빠진 게 발견됐거든요. 여기에 대해서 간호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누가 인위적으로 빼지 않는 이상 빠지지 않는 다."

◇ 김현정> 손목이라면 가끔 빠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발목은 누가 끊지 않으면 안 빠진다고 진술한 건데요. 그래서 그날 이상하게 생각했다는 거죠? 

◆ 손수호> 그렇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그 시기에 신생아를 바꾸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술한 거죠.

◇ 김현정> 또 있습니까? 

◆ 손수호> 이 부분 대단히 중요합니다. 네 번째 증거. 바로 몸무게입니다. 

◇ 김현정> 아이의 몸무게요? 

◆ 손수호> 네. 태어난 다음 날인 3월 31일 0시, 그리고 24시간 후인 4월 1일 0시에 측정한 몸무게. 그 변화 폭이 225g입니다. 

◇ 김현정> 24시간 만에 225g 변동됐다는 거죠? 

◆ 손수호> 네. 200g 정도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신생아에게는 그렇지 않습니다. 태어날 때 몸무게가 3.485kg이었고요, 그 후 하루 변동 최대치가 60g였거든요. 그러니 200g은 대단히 큰 거죠. 전체 몸무게의 6.5%가 하루에 변동된 거니까요. 심지어 증가한 것도 아니고 빠진 거에요.

◇ 김현정> 아니, 체중이 빠진 거라고요?

◆ 손수호> 네. 직원 간호사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진술했어요.

◇ 김현정> 뭐라고 했나요?

◆ 손수호> 그날 아이 몸무게가 이렇게 많이 빠진 걸 보고, "내가 다른 아이 몸무게를 쟀나?" 이렇게 생각했다고 진술한 겁니다.

◇ 김현정> 그 간호사가, 신생아가 하루에 225g 빠지는 건 처음 봤다고 한 건데요. 아이 낳아보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태어나서 하루 만에 200g 이상 빠지긴 힘들죠. 신생아가. 불가능한 일이다. 

◆ 손수호> 그래서 법원도 이건 동일한 아이의 단순한 몸무게 변동이 아니고, 아예 다른 사람 몸무게를 측정한 걸로 본 겁니다. 이런 증거에 기초해서, 법원은 3월 31일 저녁부터 4월 1일 오전 사이에 병원에서 바꿔치기가 이루어졌다고 인정했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하지만 그래도 직접증거는 없지 않아요? 누가 봤다든지, CCTV에 찍혔다든지. 이런 건 없었죠?

◆ 손수호> 네. 그 부분이 바로 법원의 고민이었습니다. 그래서 법원은 이런 판단을 했어요. 즉, 석 씨가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고, 사라진 피해자의 행방도 모르고, 목격자 진술이나 CCTV 등 직접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석 씨 혼자 아는 범행 전후 연결고리를 빠짐없이 증명하라고 요구한다면, 그로 인하여 오히려 형벌권 행사를 도외시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된다. 따라서 범행의 세부적 경위나 방법까지 전부 증명되어야 하는 건 아니다. 이렇게 전제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전제에서, 석 씨가 아닌 제3자에 의한 바꿔치기 가능성을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배제할 수 있다면, 석 씨가 바꿔치기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논리를 세운 거죠.

◇ 김현정> 그럼 법원은 제3자의 바꿔치기 가능성은 없다고 본 거겠네요?

◆ 손수호> 네. 제3자 바꿔치기 가능성은 없다고 봤어요. 물론 여기에서도 법원의 고민이 엿보입니다. 즉,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게 많다는 건데요. 석 씨가 아이를 어디서 낳았는가, 바꿔치기 전에 어디서 어떻게 보살폈는가. 언제부터 바꿔치기를 계획하고 준비했는가, 실제로 자기 아이를 어떻게 산부인과에 데리고 왔는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꿔치기 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바꿔치기 한 후 피해자를 도대체 어디로 데려가서 어떻게 했는가. 이 부분을 몰라요. 그렇기 때문에, 과연 석 씨가 바꿔치기를 할 수 있었느냐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솔직히 인정했습니다. 

◇ 김현정> 솔직하네요. 

◆ 손수호> 하지만 그럼에도, 석 씨가 사망한 여자 아이의 친모라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증명됐기 때문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 따라서 조금 전에 말씀드린 의문들은 추상적 의문에 불과하다. 즉 유죄 인정에 지장을 초래하는 합리적 의심이 아니다. 그러므로 석 씨의 바꿔치기 사실 인정에 지장이 없다는 1심의 최종 결론을 내린 거죠. 

◇ 김현정> 지금 판결문 내용을 아주 꼼꼼히 분석해 드리고 있는데요. 이런 이유로 석 씨가 그 아이의 친모라는 결론이 나온 거고요.

그리고 또 범행 동기도 상당히 중요하잖아요. 뭔가 설명 가능한 범행 동기가 있어야 유죄 판결이 제대로 이해될 텐데요. 도대체 석 씨는 왜 손녀를 버리고 자기 딸을 다른 딸한테 준 거야? 이유가 뭐야? 여기에 대해서 법원은 뭐라고 봤어요? 

◆ 손수호> 석 씨가 자기 아이를 출산했잖아요. 결국 자신의 딸이 출산한 아이보다 자신이 직접 출산한 아이를 더 가까이에 두고 지켜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자신이 출산한 아이를 자신의 딸로 하여금 양육하게 하려고 바꿔치기 한 걸로 봤습니다.

◇ 김현정> 손녀보다 딸이다?

◆ 손수호> 네. 그리고 여기에 더해서, 2019년 1월말까지 남편과 10년 넘게 성관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불륜사실이 드러날 것이 두려웠고, 그렇기 때문에 출산하더라도 정상적으로 양육할 수 없음을 염려해서 바꿔치기를 했다는 거죠.

◇ 김현정> 그렇게 봤군요. 그래서 결론은 징역 8년이다?

◆ 손수호> 네. 재판부는 석 씨를 매우 강하게 비난했어요. 움직일 수 없는 과학적 증거가 있는데도 출산 사실을 포함해서 범행 일체를 극구 부인하고, 건전한 상식을 가진 일반인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범행동기로 자신의 친딸과 친딸의 친딸을 바꿔치기 했다. 그것도 모자라 외할머니 행세를 하는 전대미문의 비상식적 행각을 벌였다. 이에 대한 준엄한 법의 심판이 내려져야 한다면서 징역 8년형을 선고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요. 이번 판결이 맞다 쳐도, 그럼 법원은 바꿔치기 당한 아이는 어떻게 됐다고 본 건지, 그게 사실 가장 궁금해요.

◆ 손수호> 이 부분 헷갈리면 안 됩니다. 이번 재판에서 석 씨는 미성년자약취 유죄 판결 받은 겁니다. 즉 딸이 낳은 아이를 몰래 데리고 온 게 범죄라는 거죠. 그런데 몰래 데려온 아이를 어떻게 했는가. 살해했는지, 어디 숨기고 있는지, 이건 밝혀내지 못했어요. 애초에 수사를 통해 밝혀내지 못해서 기소조차 못 했기 때문에, 아예 이번 재판의 판단 대상 아니었던 거죠. 심지어 법원은 불고불리의 원칙상 데리고 간 후의 정황을 양형에도 반영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데려간 아이에 대한 새로운 증거를 앞으로 찾아낸다면, 그 부분은 앞으로 기소해서 재판 받게 할 수는 있습니다.

◇ 김현정>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는 거네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이번 판결에 따르더라도, 석 씨가 아이를 어디에서 어떻게 낳았는지, 낳은 후 어디에 데리고 있다가 병원으로 가서 바꿔치기 한 건지, 그러면 바꿔치기 한 아이를 데려간 후 어떻게 했는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거죠. 사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증거들이 있는데도 석 씨가 범행을 끝까지 부인하는 거겠죠. 

◇ 김현정> 석 씨는 아예 출산 사실부터 부인하고 있잖아요. 증거가 많은데도요. 그 이유는 뭘까요?

◆ 손수호> 석 씨 입장에서만 보자면 현명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이죠?

◆ 손수호> 일단 석 씨가 출산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그에 따라 당연히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항이 뒤따릅니다. 즉, 아이 낳은 걸 인정하면 그 후 아이 바꿔치기가 필연적으로 인정되고요. 바꿔치기가 인정되면 김 씨의 아이를 몰래 데리고 나온 게 인정되죠. 또 그렇게 되면 석 씨가 그 아이를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내놓아야 하거든요.

◇ 김현정> 아, 그럼 데려간 아이에 대한 살인죄가 인정될 수도 있겠네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그래서 아예 출산 사실부터 철저하게 부인하는 걸로 보입니다. 

◇ 김현정> 그런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는 분석. 그럼 석 씨가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면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 손수호> 현재까지 확인된 증거들을 보면, 아이 바꿔치기는 앞으로도 계속 인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그 외의 미스터리는 당장 해결하기 힘들어 보여요. 이번에 1심 판사도, 석 씨가 입을 열지 않는 한 사라진 피해자의 행방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털어놓았어요. 석 씨의 입장이 바뀌지 않는 한 밝혀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매우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 김현정> 그렇네요. 안타깝네요. 자, 이렇게 이번 석 씨 1심 판결 내용을 꼼꼼히 분석해봤습니다. 앞으로 나올 석 씨와 김 씨 상급심 판결도 주목해서 보죠.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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