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한 사람 등골을" 피해액만 수천만원..커뮤 '키다리 아저씨' 사기 의혹

임지혜 2021. 8. 1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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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배드림서 의인으로 불리던 A씨
"변호사 빌려주겠다"면서 금전 요구 의혹
보배드림 캡처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서 아무런 대가 없이 어려운 상황에 있는 이들을 도와 의인으로 추앙받던 50대 남성 A씨가 실제론 회원들에게 소송을 제기하는 데 필요하다며 비용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19일 보배드림 유저 B씨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피해자 단톡방 포함 B씨가 알고 있는) 피해자들은 50~60명가량"이라며 "피해액도 대략 추산하면 몇 천만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씨에 따르면 A씨는 보배드림 외 다른 사이트에서도 활동해 왔으며, 계속해서 피해자들이 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선 A씨는 유저들 사이에서 '키다리 아저씨'로 통하던 인물이다. 최근 몇 달간 대가 없이 법률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회원들에게 대신 고소장을 작성해주거나 변호사를 선임해주는 등 선한 영향력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 최근엔 한 매체를 통해 충남 예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교 폭력을 당한 여학생을 도와 가해 학생의 강제전학 조처를 받아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사기 의혹이 제기된 건 지난 17일 B씨가 "보배로 영업하지 말라"며 폭로글을 올린 이후다. B씨는 한 회원이 보험사 구상금 청구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씨에게 이를 부탁하면서 변호사 비용으로 500만원을 줬다고 폭로했다. B씨에 도움을 요청한 이 회원이 소송 보험사에 문의한 결과 소취하 구상금 360만원에 소송 인지대 10~20정도면 해결이 가능했다는 것.

여기에 A씨는 이 과정에서 변호사 선임계를 작성하지 않은 것은 물론 변호사 계좌가 아닌 폐업한 법인 통장으로 돈을 받았다는 게 B씨와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대가 없는 선한 영향력과는 거리가 먼 모습에 커뮤니티 회원들은 충격에 빠졌다. 

보배드림에 A씨에 돈을 보냈다는 한 회원의 게시글. 보배드림 캡처
이후 게시판엔 "나도 피해자" "상담료 입금했다" "XXXXX(A씨 닉네임) 돈 돌려달라"는 글이 잇따르기 시작했다. 

A씨에게 돈을 보낸 회원들은 각기 어려운 형편과 상황 속에 답답한 마음을 풀기 위해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가 더 큰 상처를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혼소송을 위한 법률 상담을 위해 A씨를 직접 만났다고 밝힌 한 회원은 게시글에 "가정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커 이혼소송을 안하겠다고 (A씨에게) 이야기 했다. 그러자 (A씨가) 부모님께 전화해 이혼소송을 해야 한다고 설득시키고 변호사 비용 500만원을 입금해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는) 변호사랑 소장을 작성해 이제와서 이러면 안 된다며 하루에 수십통씩 연락했고 지속적으로 금전을 요구했다. 결국 상담료로 50만원을 보냈다"며 해당 내용이 녹음된 통화 파일이 있다고 했다. 

특히 A씨에 수십에서 수백만원까지 돈을 보낸 회원들 모두 B씨가 소개한 변호사를 직접 보거나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는 변호사법 위반이자 사기 행위란 입장이다. 피해자들은 현재 단톡방서 피해 사례를 모으며 집단 행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C변호사는 "변호사가 아니면서 금품을 받고 법률과 관련된 사무를 하거나 이를 알선하는 경우에는 변호사법 위반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B씨는 "A씨가 변호사 정보를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며칠전부터 논란이 됐는데) 이런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전날까지 A씨에게 돈을 입금했다고 한다. 돈도 중요하지만 절박한 사람들을 이용했다는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반면 A씨는 이같은 의혹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A씨는 "변호사 선임료를 받은 것이 아니다. 그 돈을 받아서 저희가 쓴 것이 아니라 민사 소송에 필요한 인지대와 송달료를 받은 것이다. 항상 (법률) 상담을 할 때도 문서 비용이 약간 발생하는데 부담할 수 있느냐고 물어봤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돈을 받지 않고 손해를 보면서까지 어려운 회원들을 도운 적이 많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또한 A씨는 피해액이 수 천만원이라는 피해자측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면서 "총 1900만원 받았고 소장이 이미 진행된 6~7명 정도만 빼곤 돌려줬으며 현재도 돌려주고 있다"고 했다. 이혼소송 이야기 중 회원으로부터 50만원을 받은 것과 관련해선 해당 회원의 부모가 오랜 시간 상담해줘서 고맙다는 인사 표시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A씨는 "피해자라고 하는 분들 중에 이번 일과 무관한 사람들도 있다"며 "한 회원의 경우 소송을 돕고자 휴대폰 디지털 포렌식도 진행해 처리했는데 이제는 사기로 저를 고소한다더라"며 억울하단 입장을 전했다. 

한편 변호사법 34조 1항 1호는 법률사건이나 법률사무의 수임과 관련해 사전에 금품이나 향응, 그 밖의 이익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하고 변호사를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같은 조 5항은 변호사 아닌 자가 변호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업무를 통해 보수나 그 밖의 이익을 분배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각 규정을 위반할 경우 변호사법 제109조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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