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위에 쿠팡?..'온라인 유통' 대놓고 갑질
[경향신문]
최저가 경쟁 마진 손실 줄이려
납품업체에 “다른 몰 가격 올려라”
불응 땐 사이트에서 상품 제외해
공정위, 과징금 약 33억원 부과
쿠팡이 최저가 경쟁을 위해 G마켓이나 11번가 등 경쟁 온라인몰의 판매가격을 올리라고 납품업자를 압박한 사실이 확인돼 과징금 약 33억원을 내게 됐다. 거래 상대방이 대기업 제조업체라도 온라인 유통업자가 우월적인 힘을 갖고 갑질을 했다고 본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9일 공정거래법과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한 쿠팡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2억97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온라인 유통업자도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와 같은 오프라인 유통업체처럼 우월적 힘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 첫 사례다.
공정위 조사 결과, 쿠팡은 G마켓이나 11번가에서 할인을 하면 납품업자에게 경쟁 온라인몰의 판매가격 인상을 요구했다. 최저가 경쟁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마진손실을 줄이기 위해 총 360개의 상품을 이 같은 방식을 통해 관리했다. 공정위는 “납품업자의 경영활동에 부당하게 간섭했을 뿐만 아니라 가격경쟁을 막아 판매가격이 인상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납품업자가 쿠팡의 요구를 따르지 않으면 쿠팡 사이트에서 상품을 제외해버리거나 발주를 받지 않았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쿠팡은 최저가 정책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납품업자에게 광고를 구매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예컨대 11번가가 공급가격이 6000원인 제품의 판매가격을 1만원에서 8000원으로 인하하면 쿠팡도 최저가 정책에 따라 8000원으로 낮춘다. 이 과정에서 마진이 4000원에서 2000원으로 일시적으로 줄어들면 쿠팡은 납품업자에 광고를 구매하도록 압박해 손실을 충당하는 방식이다.
쿠팡은 판매 촉진비용을 떠넘기기도 했다. 소비자에게 다운로드 쿠폰 등 할인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할인비용 약 57억원을 전액 납품업자가 부담하도록 강요했다. 계약에 판매장려금 관련 약정이 없었음에도 성장장려금 명목으로 납품업자에게 104억원을 받기도 했다.
쿠팡은 LG생활건강, 유한킴벌리, 매일유업, 남양유업, 쿠첸 등 8개 대기업 납품업체에 대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쿠팡은 “일부 대기업 제조업체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쿠팡과 같은 신유통 채널을 견제하기 위해 공급가격을 차별한 것이 본질”이라며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고 밝혔다. LG생활건강은 2019년 6월 대규모유통업법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쿠팡을 신고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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