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경제 그림자③] 친환경 순환경제? 탄소 중립 걸림돌 될 수도

장정욱 2021. 8. 20.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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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연간 폐기물 12억5364만t
70% 재활용.. 30%는 폐기·매립
자원 순환 많아져도 쓰레기는 늘어
지난 2월 광주 광산구 신창동 한 재활용쓰레기 선별장에서 폐기될 쓰레기가 압찬된 상태로 창고에 쌓여있다. ⓒ뉴시스

“지속가능한 발전을 일컫는 용어 가운데 새롭게 떠오르는 마법 같은 단어인 순환경제는 파괴나 훼손 없는 경제 성장을 약속한다. 하지만 이는 전체적인 자원 사용 가운데 작은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고 열역학 법칙은 고려하지 않는 개념이다.” - 크리스 드 데커 로우 테크 매거진(low tech magazine) 발행인

순환경제는 자원 절약과 재활용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하는 친환경 경제 모델이다. 기존 선형경제, 즉 자원 채취와 대량생산, 이후 폐기를 중심으로 하던 방식을 원료 재활용과 재사용을 극대화해 유용한 자원으로의 순환을 추구한다. 일회성 소비에서 벗어나 자연의 복원력을 키우며 함께 경제도 성장시키는 게 목적이다.


이처럼 바람직해 보이는 친환경 경제 모델에 대해 최근 일부 환경 전문가들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순환경제가 추구하는 구조적 문제와 환경정책의 최종 목적지가 될 수 없다는 한계 때문이다.

아무리 아끼고 다시 써도 30%는 버려져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하루 발생 쓰레기(폐기물)양은 343만4627t이다. 1년으로 계산하면 약 12억5364만t가량 된다. 재활용률은 68.2% 수준이다. 매년 8억5498만t은 재활용하고 3억9865만t은 소각하거나 매립하고 있다.


통계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 재활용률은 상당한 수준이다. 세계 생활 쓰레기 평균 재활용률 20%와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문제는 재활용하지 못하는 30%의 쓰레기가 계속 늘어난다는 점이다. 2010년 하루 48만550t 수준이던 쓰레기가 7년 만에 343만4627t으로 7배 넘게 늘었다. 재활용률이 63.3%에서 68.2%로 4.9%p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소각·매립되는 쓰레기양은 17만6140t에서 109만1144t으로 6배 이상 증가했다.


순환경제 한계를 지적하는 전문가들은 이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크리스 드 데커 로우 테크 매거진(low tech magazine) 발행인은 “순환경제의 신뢰성을 위협하는 첫 번째 문제는 제품의 재활용 과정이 100% 효율적이지 않다는 점”이라며 “산업화 이전에는 거의 모든 것이 재사용할 수 있는 재료였지만 현대 제품들은 다양하고 새로운 재료로 구성돼 분해할 수 없고 쉽게 재활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활용이 가능하고 제품 수명도 더 늘어났다는 스마트폰조차 합성 자재와 마이크로칩, 배터리 등으로 순환구조가 차단됐다”며 “해당 스마트폰에 사용한 자재 가운데 오직 30%만이 재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재활용률이 아무리 높아져도 순환에는 한계가 있고 무엇보다 전체 소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순환경제만으로 폐기물 증가를 막을 수 없다는 비판이다.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지적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HBR은 “모든 상품과 물질은 무한대로 재활용될 수 없다는 점에서 재순환의 한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HBR은 일부 경우 재활용 제품이 새 상품보다 에너지 사용량과 환경적 부담이 더 높다는 주장도 곁들였다.


폐기된 제품을 재활용할 때 재활용 방법이 서로 다른 원재료들이 섞여 이를 분리하고 처리하는 데 상당한 에너지와 비용이 소모된다는 것이다. HBR은 재활용률을 높여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 내구성을 높여야 한다는 순환경제 이론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HBR은 “유행에 민감한 소비계층과 기술 발전으로 인해 제품의 내구성만을 고집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특히 생산 대량화가 보편적인 산업 체계에서 수리에 필요한 부품만 소량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서초 센트럴 아이파크' 아파트에서 현대홈쇼핑 직원들이 투명 폐페트병을 직접 수거해 재활용하는 ‘북극곰은 페트병을 좋아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순환경제는 과정일 뿐 최종 목적 될 수 없어

환경 전문가들은 순환경제를 탄소 중립의 필수 열쇠로 생각한다. 티브 스톤 유엔환경계획(UNEP) 지부장은 “순환경제 없이는 탄소 중립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말했고 롤프 파옛 바젤협약 사무총장은 “지금과 같은 생산 소비 패턴을 유지하면 2050년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많아질 것”이라며 순환경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순환경제 한계를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이런 견해에 동의한다. 그들 또한 순환경제가 환경 보호와 경제 발전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중요한 미래 정책으로 손꼽는다. 다만 순환경제가 탄소 중립 사회로 가는 하나의 방법일 뿐 최종 목적일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특히 순환경제의 태생적 한계인 ‘경제성’을 극복해야만 본래 목적에 도달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일례로 2018년 우리나라가 겪은 폐비닐 쓰레기 대란은 순환경제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당시 중국 재활용 쓰레기 수입 중단 조치로 우리나라 재활용 업체들은 페트(PET)병과 비닐 같은 일회용품을 그대로 폐기했다. 경제성이 떨어지면서 자원이 ‘순환’하지 않게 된 것인데 이러한 사태는 얼마든지 재현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2018년 중국이 정치적인 이유로 폐기물 수입을 중단하면서 재활용 시장에 내재한 문제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며 “재활용 시장이 경제 논리로 돌아간다는 지적이 입증된 셈”이라고 말했다.


홍 소장은 순환경제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려면 소비자와 생산자, 수거·선별·재활용업체와 정부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는 경제 논리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권식 환경공학 박사(환경이야기 대표)도 마찬가지 우려를 전했다. 김 박사는 “순환경제는 현재와 같은 사회에서 환경을 위한 아주 긍정적인 활동인 것은 분명하다”면서 “다만 순환경제는 경제 논리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환경이라는 인류 목표를 실현하는 데 있어 궁극적인 수단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경제란 언제든 이익에 따라 변할 수 있다. 실제 순환경제도 그런 모습을 종종 드러내고 있다”며 “진정한 탄소 제로를 위해서는 순환경제는 도구이자 때론 극복해야 할 과제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순환경제 한계를 지적하는 전문가들은 재화 사용 자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산업화에 따른 대량생산이 계속되는 한 순환경제는 탄소 중립의 대안이 될 수 없고 자칫 걸림돌이 될 가능성까지 언급한다. 기존 선형경제보다 발생량이 적을 뿐 순환경제 역시 탄소를 만들어내는 건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순환경제 규모를 키우면서도 최종적으로는 플라스틱이나 비닐과 같은 비 친환경 재료가 생산물의 원자재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 정책 또한 이런 방향이 돼야 한다는 견해다.


크리스 드 데커 발행인은 “순환경제를 위해서는 화석 연료를 덜 사용하고 재화에서의 원자재 사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자동차와 건물 등을 덜 소유하는 것. 적게 소유할수록 자원은 적게 들고, 재사용과 재활용에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은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HBR 또한 “순환경제를 통해 재료 재활용과 재사용을 극대화하는 것은 필수적이지만 탄소 중립의 모든 해법은 아니다”며 “순환경제는 세계 경제에서 성장과 낭비적 소비주의 등에 대처하기 위한 더 큰 노력의 일부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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