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 질문 뭐길래..탈레반, 어이없다는듯 빵 터졌다 [영상]
"온건 정책 표방에 의구심 불러일으켜"
몇 달 전 탈레반 지도층 3명이 인터뷰 도중 질문을 받은 뒤 웃음을 터뜨리며 촬영 중단을 요구하는 영상이 뒤늦게 화제를 모으고 있다. 어떤 질문이었기에 탈레반은 이런 반응을 보였던 것일까.
19일(현지시간) 뉴질랜드 헤럴드, 인디아투데이 등에 따르면 북미 지역 온라인 매체 바이스뉴스의 여기자 힌드 하산은 몇 달 전 아프간 지역을 하나씩 점령 중이던 탈레반을 찾아가 인터뷰했다.
기자가 "탈레반 통치 하에서 아프간 여성들의 권리 보장이 가능한가"라고 묻자 탈레반 조직원들은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따라 여성의 권리가 유지될 것"이라고 답했다. 여기까진 탈레반이 아프간 재집권 후 내놓은 유화적인 메시지와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기자가 이어 "아프간 국민들이 여성 정치인에게 투표하는 게 가능할까"고 질문하자 이들은 이런 질문 자체가 어이가 없다는 듯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비웃던 한 조직원은 급기야 "촬영을 중단하라"고 요구했고, 또 다른 조직원은 "그것(기자의 질문)이 나를 웃게 만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탈레반의 여성 인권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이 영상은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을 계기로 최근 소셜미디어(SNS)에 퍼지면서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뉴질랜드 헤럴드는 "이 영상은 온건 정책을 표방하는 이른바 '탈레반 2.0'에 대해 더욱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고 평했다.
탈레반의 재집권으로 여성 인권 탄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탈레반은 1996~2001년 집권 당시 여성의 교육을 금지했고, 취업과 정치 참여 등 사회 활동을 제한했으며 온몸을 가린 부르카 착용을 강제하는 등 여성 인권을 사실상 박탈했기 때문이다.
폭스뉴스가 "아프간 탈로칸에서 지난 17일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한 여성이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하는 등 벌써부터 탈레반의 여성 인권 유린에 관한 증언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탈레반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카불 점령 후 첫 기자회견에서 "이슬람법의 틀 안에선 여성의 권리도 존중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공염불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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