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의 바다' 헤어 나오지 못하는 세월호

나성원 2021. 8. 21.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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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마지막 의혹 근거 부족 결론에도..
게티이미지뱅크·국민일보 DB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국민적 충격이 컸던 만큼 국가정보원 개입설부터 잠수함 충돌설까지 다양한 의혹이 제기돼왔다. 지난 10일 종료된 세월호 특검은 일부 인터넷 방송인 등이 제기해온 CCTV 조작 의혹에 대해 ‘근거가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다. 세월호 침몰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가 7년간 9차례 이뤄졌지만 사고를 외부에서 유발했고 조직적으로 조작이 있었다는 가설의 근거 역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호 관련 의혹은 대부분 세월호가 외부 요인으로 침몰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출발한다. 초기에는 세월호 선체 오른쪽 바닥 하얀색 흔적 때문에 충돌설이 불거졌다. 2014년 10월 대검찰청은 “하얗게 보이는 부분은 도색이 변색, 탈색돼 발생한 것”이라며 “세월호 CCTV 등 각종 영상을 봐도 충돌에 의한 흔들림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세월호가 무리한 구조변경, 화물 과적 등 내부 요인이 복합 작용해 침몰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당시 세월호에서 수거된 노트북에 ‘국정원 지적사항’ 파일이 발견돼 국정원 관여 의혹도 확산됐으나 검찰은 “국정원은 국정원법 등에 근거해 국가보호장비 지정 업무를 수행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법원은 선박 개조, 화물 과적 등을 사고 원인으로 판단했다. 세월호 선장이 적절한 시점에 퇴선명령을 했다면 피해자 대부분이 생존 가능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도 나왔다. 다만 법원은 ‘조타기가 정상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3등 항해사의 업무상 과실 혐의는 무죄 판결했다.

이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1년1개월간의 조사 끝에 2018년 8월 종합보고서를 공개했다. 조사위는 ‘내인설’ 및 ‘열린 안’(외부 충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안) 두 가지를 채택했다. 내인설을 채택한 위원들은 세월호가 무리한 증개축, 화물 과적, 복원력 감소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침몰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선체와 관련해 ‘솔레노이드 밸브(방향타를 작동시키는 부품) 이상’ 사실을 밝혀냈다. 김창준 선조위원장은 당시 인터뷰에서 “(내인설에) 확신에 가까운 결론을 얻었다”며 “선체 외판에 경미한 손상밖에 없는데 그걸 잠수함 충돌 근거라고 하는 건 이해를 못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12월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6차 촛불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32만명(경찰 추산 43만명)의 인파가 모였다. 게티이미지뱅크


세월호가 외부 원인으로 침몰했다는 가설은 AIS(선박 위치를 전파로 송출하는 장치) 항적 조작설에도 등장했다. 방송인 김어준씨 등은 이런 가설을 영화로 제작했고 2018년 4월 상영됐다.

의혹의 핵심은 정부가 발표한 AIS 항적이 세월호 실제 항로와 다르며, 세월호가 좌현 앵커(닻)를 내린 채 운항하다 지형에 걸려 침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후 공개된 세월호 좌현에는 별다른 충돌 흔적이 없었다. 항적 조작설은 문재인정부에서 출범한 세월호 특별수사단에서도 다뤄졌다. 검찰은 해양수산부 제출 자료와 세월호 주변의 민간 업체 자료들이 전부 일치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조작설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지난 5월 출범한 세월호 특검팀은 DVR(디지털 비디오 리코더의 약자) 및 CCTV 데이터 조작 의혹을 다뤘다. 사실상 세월호 참사의 마지막 남은 의혹이었다. CCTV 조작 의혹은 김씨가 2015년 인터넷 방송에서 제기했고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도 2019년 3월 유사한 의혹을 제기했다. 2014년 6월 22일 세월호 3층 안내데스크에서 해군 잠수사가 수거한 DVR에는 총 64개 CCTV의 영상이 저장돼 있다. 의혹의 핵심은 ‘진짜 세월호 DVR’이 2014년 6월 22일 이전 은밀하게 수거됐다는 것이다. 해군 등이 미리 진짜 DVR을 수거했으면서 6월 22일 오후 11시38분 ‘가짜 DVR’을 수중에서 수거하는 것처럼 연출했다는 주장이다.


특검은 해당 의혹들에 근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특검은 당시 해군·해경이 교신한 4000시간 분량 음성파일 등을 다각도로 조사했지만 세월호 DVR이 은밀하게 수거된 정황은 찾지 못했다. 특검은 공식 수거에 앞서 누군가 은밀하게 세월호 선체로 잠수한 후 아무도 모르게 해역을 빠져나가기는 극히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DVR 수거 당일 오전 유도색(선체에 설치하는 굵은 밧줄)을 설치한 해군 중사 A씨는 “유도색 설치 전 그곳에 몰래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죽으러 들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진술했다. 특검은 2014년 법원에 제출된 CCTV 데이터에서 나타나는 특이현상도 데이터 복원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전체 플롯을 짜놓고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 다음 의혹이 과연 가치 있는지 판단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핵심 사안인 DVR 교체가 발생할 수 없었고 가짜 DVR이 없다면 다른 의혹들에 무게를 두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이번 특검 수사는 지난 1월 검찰 세월호 특별수사단 입장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 검찰 세월호 특수단 관계자는 “유가족들이 볼 때는 실망하리라 생각한다”면서도 “법률가로서 되지 않는 사건을 억지로 만들 수는 없다”고 했다.

사참위는 이번 특검 결과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참위 활동 기간은 지난해 12월 관련법 개정으로 2022년 6월 10일까지로 연장됐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작 의혹이 없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며 진상규명이 미진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나타냈다.

세월호 의혹과 관련해서는 그간 검찰과 각종 조사위 등 공신력 있는 기관들의 발표를 믿지 못하겠다는 취지의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특히 사회적 갈등을 해소해야 할 정치권에서 관련 의혹을 확대 재생산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적으로는 조작에 대한 증거가 있어야 관련자들을 처벌할 수 있는 것”이라며 “유죄 증거가 없는데도 같은 주장을 하는 것은 사회적 갈등을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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