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일본] 세습정치 못 버린 자민당..총선 앞두고 지역구 물려주기

이세원 2021. 8. 2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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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선언한 다선 의원 지역구에 줄줄이 아들 공천 결정
비세습 의원 스가는 '묵인'..세습 정치인에 표 던지는 유권자
일본 국회의사당 촬영 이세원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중의원 의원 임기 만료가 임박한 가운데 은퇴를 예고한 원로 정치인의 지역구가 대물림되는 이른바 '세습'이 되풀이되고 있다.

자수성가형 정치인이라고 자부해 온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가 집권 자민당을 이끌고 있지만, 구태라는 비판을 받아온 세습 정치는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10월 21일 중의원 의원 임기가 만료하는 가운데 다선 의원 여럿이 은퇴를 선언했는데 자민당이 이들의 선거구에 은퇴 예정 의원의 자식을 공천하기로 한 사례가 일본 언론을 통해 속속 알려졌다.

은퇴 선언하는 시오자키…지역구는 장남에게 (도쿄 교도=연합뉴스)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일본 중의원 의원이 6월 19일 일본 에히메(愛媛)현 마쓰야마(松山)시에서 은퇴를 예고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8선 의원인 시오자키가 다져놓은 지역구는 그의 장남이 물려받을 전망이다.

대표적인 인물은 관방장관·후생노동상 등을 지낸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8선·70세, 연령은 만 나이로 표기·이하 동일) 의원이다.

자민당은 시오자키의 지역구인 에히메(愛媛)1구에 장남인 아키히사(彰久·44) 씨를 공천하기로 했다.

형식상 '공모' 절차를 거치기는 했으나 세습이라는 평가를 피하기는 어렵다.

시오자키 집안의 정치 세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시오자키 의원의 부친인 시오자키 준(鹽崎潤·1917∼2011)은 재무성의 전신인 대장성(大藏省) 관료로 일하다가 1969년 중의원 선거 때 당시 에히메1구에서 당선돼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일그러진' 일본 집권 자민당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도쿄도(東京都) 지요다(千代田)구에 있는 일본 자유민주당(자민당) 본부 건물이 인근에 있는 볼록 거울에 비쳐 비뚤어진 형태로 보이고 있다.

일본은행 직원이던 시오자키는 1993년 아버지의 지역구에서 바통 터치를 하면서 국회의원이 됐고 이를 다시 아들에게 물려주는 상황이다.

이번 임기를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밝힌 야마구치 다이메이(山口泰明·7선·72세) 자민당 선거대책위원장의 지역구인 사이타마(埼玉)10구(區)에는 야마구치의 차남 스스무(晋·38) 씨를 공천하기로 했다.

가와사키 지로(川崎二郞·12선·73) 전 후생노동상의 텃밭인 미에(三重)현 2구는 장남인 히데토(秀人·39) 씨가 물려받기로 했다.

가와사키는 조부인 가와사키 가쓰(川崎克·1880∼1949), 부친 가와사키 히데지(川崎秀二·1911∼1978)에 이어 3대째 세습 국회의원이다. 장남이 다음 선거에서 당선되면 4대 세습이 된다.

선거 유세 지켜보는 일본 유권자 (가와사키=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2016년 6월 27일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 JR 가와사키역 인근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총리가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연설하는 것을 유권자들이 경청하고 있다.

자민당은 민주당에 정권을 내준 2009년 중의원 선거 공약으로 세습 정치를 제한하는 방안을 내건 적이 있다.

민주당이 국회의원의 배우자나 3촌 이내의 친족이 같은 선거구에서 연속해서 입후보하는 것은 인정하지 않겠다고 공약을 만들자 자민당도 이런 경우에는 '다음 총선 때부터 공천이나 추천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당시 자민당의 이런 공약을 주도한 것은 다름 아닌 비(非)세습 정치인인 스가였다.

하지만 자민당이 정권을 내준 뒤 이런 원칙은 유명무실해졌다.

2012년부터 3대 세습 정치인인 아베 신조(安倍晋三)가 총재로서 약 8년간 자민당을 이끌었다.

2017년 총선 때 자민당의 소선거구 당선자 중 약 30%가 세습 정치인일 정도로 정치적 텃밭을 물려주는 것은 뿌리 깊은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대표적인 세습 정치인 (도쿄 교도=연합뉴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오른쪽) 전 일본 총리와 차남 신지로(進次郞). 신지로는 고이즈미의 비서로 일하다 지역구를 물려받아 국회의원이 됐다. 고이즈미 집안은 신지로의 증조부 시절부터 4대째 국회의원을 지내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세습 정치인이다. 신지로는 현재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에서 환경상으로 활동하고 있다.

1년 전 아베가 사의를 표명한 후 총리 후보로 급부상한 스가는 자신이 지반(조직·지지기반), 간판(지명도), 가방(선거 자금) 등 선거 승리에 필요한 3가지 조건이 하나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며 차별성을 강조했다.

당시 일본 언론은 스가가 의원 비서에서 시의원을 거쳐 차곡차곡 경력을 쌓아 올린 3무(無)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부각했다.

스가는 1989년 가이후 도시키(海部俊樹)가 총리가 된 후 31년 만에 나온 자민당 출신 비세습 총리라서 관심을 모았지만 달라진 모습을 체감하기는 어려웠다.

기득권 파벌의 담합을 등에 업고 총리 자리를 꿰찬 스가는 세습 정치인을 요직에 기용하는 보은성 인사로 내각을 발족했다.

스가가 정치에 입문한 직후부터 11년 동안 비서로 일하며 받들었던 오코노기 히코사부로(小此木彦三郞·1928∼1991) 전 통산상의 셋째 아들인 오코노기 하치로(小此木八郞) 중의원 의원이 국가공안위원장으로 내각에 이름을 올렸다.

스가의 정치 스승인 가지야마 세이로쿠(梶山靜六·1926∼2000) 전 관방장관의 장남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는 아베 내각에 이어 스가 내각에서도 경제산업상 자리를 지켰다.

아베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岸信夫) 중의원 의원은 방위상에 임명됐다.

세습 정치 온상 자민당의 비세습 총재 스가 (도쿄 교도=연합뉴스) 2020년 9월 14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왼쪽 세번째) 당시 일본 관방장관이 일본 도쿄도(東京都)의 한 호텔에서 열린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경쟁 후보들을 압도적인 표 차로 제치고 총재에 당선된 후 기시다 후미오(왼쪽) 당시 정무조사회장, 아베 신조(왼쪽 두번째) 당시 총리,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과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총재 선거에서 스가와 경쟁했던 기시다와 이시바, 스가의 전임자인 아베는 모두 세습 정치인이다. 스가는 이후 31년만에 자민당 출신 비세습 총리로 취임해 주목받았으나 세습 정치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세습 정치인이 아니라는 것을 자랑했던 스가는 총선을 앞두고 당내에 세습이 되풀이되는 것을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

자민당 정치인이 지역구를 물려주려고 하는 것은 기득권 세력 속성에 비춰보면 한편으로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

문제는 유권자다.

아무리 국회의원 자리를 물려주고 싶어도 표를 얻지 못하면 세습이 중단될 것이지만 많은 일본 유권자는 대물림 정치인을 지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집권 세력에 대한 불만이 고조한 가운데 다가오는 선거에서 일본 유권자들이 여전히 세습 정치인에게 표를 던질지가 주목된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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