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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은 왜 '공동부유'를 전면에 내세웠나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입력 2021. 08. 22. 16:08 수정 2021. 08. 2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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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7월1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공산당 창당 100주년 경축대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베이징AP연합뉴스


“공동부유(共同富裕)는 사회주의의 본질적 요구이며, 중국식 현대화의 중요한 특징이다. 질 높은 발전 속에서 공동부유를 촉진해야 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7일 공산당 제10차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회의는 시 주석이 지난달 30일 공산당 정치국 회의에 참석한 후 18일만에 처음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자리였다. 중국에서는 그 사이 매년 여름 휴가철 전·현직 지도자들이 모여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열린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일정과 내용은 물론 개최 사실도 공개되지 않는 비밀 회의다. 올해는 내년에 두 번째 임기를 마무리하는 시 주석의 3연임 문제가 논의됐을 가능성이 크다. 지도자들과 비일 회의를 마치고 복귀한 시 주석이 공동부유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시 주석의 공동부유 강조는 중국 경제·사회 시스템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함과 동시에 장기집권 기반을 탄탄히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공동부유는 말 그대로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부의 분배를 강조하는 개념이다.

공동부유 자체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마오쩌둥(毛澤東)의 공부론(共富論)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시 주석 집권기에도 자주 등장했던 단어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지난 17일 회의에서 시 주석이 집권한 18차 당대회 이후 당은 공동부유를 더욱 중요한 목표로 삼아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올해 베이다이허 회의 후 시 주석의 복귀 일성이란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이 많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과거 느슨하게 논의됐던 정책이 처음 공식적으로 논의됐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공산당이 공동부유라는 기치를 내걸고 중요한 경제·사회적 변화를 예고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40여년간 분배 보다 성장을 우선시하면서 누적된 빈부격차 등 사회적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부의 재분배를 추진하려 한다는 것이다. 공산당 지도부는 이번 회의에서 “고소득층에 대한 조절을 강화해 합법적 소득은 보장하면서도 너무 높은 소득을 합리적으로 조절하고 고소득층과 기업이 사회에 더 많은 보답을 하도록 격려해야 한다”고 공동부유의 목표를 제시했다. 신화통신은 22일 이를 두고 “당중앙이 공동부유의 방향과 경로, 임무에 대해 보다 명확한 설명을 내놨다”며 전면적인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건설의 새로운 노정이 시작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공동부유의 전면화는 결국 시 주석의 장기집권과 맞물려 있다. 집권 초기부터 탈빈곤 정책을 추진한 시 주석은 지난 7월 공산당 창당 100주년 행사에서 “절대빈곤을 해결하고 샤오캉(모두가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를 실현했다”고 선언했다. 공동부유는 시 주석이 제시한 다음 단계의 목표인 셈이다. 그가 분배에 방점을 찍고 새 지향점을 제시한 것은 빈부격차로 인한 민심 이반을 막고 장기집권 기반을 공고히하려는 의도다.

개혁개방기를 거치며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고, 향후 10년내 국내총생산(GDP) 규모면에서 미국을 추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그 사이 누적된 경제·사회적 불평등은 사회주의 체제와 시 주석 장기집권의 정당성을 위협하는 요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은 지난 40년 동안 경제성장을 우선시했지만 시 주석의 계속된 통치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사회적 평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촉진하려한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올 들어 각종 규제를 통한 대기업 길들이기와 사교육 단속, 노동권 강화 등의 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도 이런 일련의 흐름과 무관치 않다. 부의 독점을 완화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키우는 요소들을 제거하려는 것이다.

중국이 곧 공동부유를 전면화하는 후속 조치로 이른바 부자 증세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관영 경제일보는 지난 19일 “적절한 시기에 부동산세와 상속·증여세 같은 재산세를 부과해 고소득층의 수입을 조절해야 한다”는 전문가 기고를 1면에 실었다. 중국은 상속세가 없고 부동산 보유세도 일부 도시에서만 시범 적용되고 있으며, 이는 불평등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슝위안 궈성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SCMP에 “정부가 일반 개인의 소득세를 인하하는 대신 부동산 보유세와 상속세, 자본이득세를 도입하고 자선기금이나 공공 기부금에 대한 우대조치를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동부유를 전면화하기 위한 중국의 조치가 자본 시장과 시장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중국은 경제 성장과 부의 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은 “공동부유는 소수의 부유가 아니지만 획일적인 평균주의도 아니어서 단계적으로 촉진해야 한다”며 “기본 경제제도를 견지하고 사회주의 초급단계에 입각해 일부가 먼저 부유해지는 것을 허용하되 먼저 부유해지면 (다른 사람이) 나중에 부유해지는 것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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