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 돌입한 아프간 판지시르 저항군..내전 본격화되나

임종명 2021. 8. 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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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살레 부통령 등 저항군, 카불 인근 3개주 점령
"평화·안전 충족 시 용서…대화 거부하면 전쟁"
탈레반, 러시아 통해 정치적 합의 의사 밝혀
'평화적 해결' vs '또 한 번의 내전'…귀추 주목

[카불(아프가니스탄)=AP/뉴시스]탈레반 전사들이 지난 18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을 순찰하고 있다. 2021.08.23.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아프가니스탄이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의 점령 이후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아프간 수도 카불 북부에 위치한 판지시르주(州)를 거점으로 결성된 탈레반 저항군이 탈레반 장악 지역을 탈환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또 한 번의 내전이 치닫게 될지 주목된다.

미국의소리(VOA)는 지난 21일 아프간 정부 인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탈레반 저항군이 아프간 북부 3주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아프간은 총 34개 주로 이뤄졌는데, 저항군이 이번에 탈환한 곳은 북부 바글란주와 파르완주다.

파르완주는 수도 카불과 북쪽으로 맞닿아있으며, 바글란주는 카불에서 북쪽으로 120㎞ 떨어진 지역이다. 두 곳 모두 판지시르주 서쪽 지역과 연결된다.

VOA에 따르면 압둘 하미드 저항군 지휘관은 공개된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 과정에서 탈레반 전사 최소 15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며 "저항군이 인근 지역을 향해 진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은 암룰라 살레 아프간 제1부통령이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의 해외 도주로 자신이 임시 대통령임을 자임한 지 며칠만에 이뤄졌다.

살레 부통령은 지난 1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탈레반에 대한 저항의 뜻을 밝히며 결집을 독려했다. 트위터에는 판지시르주에 저항군으로 추정되는 인사들이 운집한 영상도 공개됐다.

이들 중에는 살레 부통령과 비스밀라 모함마디 아프간 국방장관 대행,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아들 아흐마드 마수드가 포함됐다.

판지시르주는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점령했음에도 유일하게 장악되지 않았던 지역이다. 이곳은 아프간 구국 이슬람 통일전선, 속칭 '북부동맹'의 근거지다.

북부동맹을 이끌었던 아흐마드 샤 마수드는 소련 침공과 탈레반 장악에 저항 의지를 표했던 인물로 알려졌다.

그의 아들인 마수드는 워싱턴 포스트(WP)를 통해 탈레반과 싸울 무기,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오늘 아버지의 전철을 밟을 준비가 된 무자히딘 전사들과 함께 판지시르 계곡에서 다시 한 번 탈레반을 잡을 준비를 하고 있다"며 "탈레반은 아프간 국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탈레반 통제 하에 아프간은 틀림없이 이슬람 과격 테러의 시초가 될 것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음모가 이곳에서 다시 한 번 부화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리=AP/뉴시스] 아프가니스탄 내 주요 무장세력 지도자인 아흐마드 마수드(32)가 22일(현지시간) 탈레반에 굴하지 않고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프간 '국부'로 불리는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아들이다. 지난 3월27일 마수드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샤 마수드 동상 제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1.08.23


그는 22일(현지시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알아라비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소련에 맞섰고, 탈레반에도 저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아프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한 조건이 충족된다면 탈레반을 용서할 준비가 됐다"며 탈레반에 포괄적 정부 구성을 촉구했다. 또 만약 탈레반이 대화를 거부할 경우 전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탈레반은 카불 장악 후 내부적으로 새로운 정부 구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외적으로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정부 관계자, 서방 국가에 조력한 아프간인, 외국인 등에 대한 보복이 없을 것이고 여성 인권을 존중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과거 억압, 탄압 이미지 탈피를 위한 노력에 집중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카불 공항 인근에 검문소를 설치해 아프간인들의 자국 탈출을 방해하고 있고 부르카(눈 부위를 제외한 전신을 가리는 의상)을 입지 않은 여성에 총격을 가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집을 찾아가 여성과 어린이 등 주민들을 폭행했다.

[서울=뉴시스] 하지 물라 아차크자이 아프간 바드기스주 경찰청장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두 눈이 가려진 채 무릎꿇고 있다. (사진=트위터 갈무리) 2021.08.22. *재판매 및 DB 금지


영국 데일리메일 등은 탈레반이 바드기스주의 하지 물라 아차크자이 경찰청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처형당하는 동영상이 공개됐고 탈레반도 아차크자이 경찰청장을 이달 18일 처형했다고 시인했다. 이에 공포정치의 부활이라며 아프간 상황을 우려하는 국제사회의 시선이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저항군 진격은 탈레반에 당혹감을 선사했다.

카불 점령 후 일주일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저항군이 결집해 지역 탈환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향후 저항군 세력의 확대 가능성 등을 고루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특히 저항군이 탈환한 지역들이 수도 카불과 인접한 지역이라 탈레반도 방어를 게을리할 수 없다. 병력을 저항군 점령지 인근으로 보내면 카불 방어가 허술해지고, 반대로 카불이 함락될 가능성도 있다.

장기화될 경우 또 한번의 아프간 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탈레반은 반격을 위해 안드라브 지역에 병력을 급파한 것으로 전해졌다.

NDTV는 탈레반이 22일(현지시간) 아랍어 트위터 계정을 통해 "탈레반 수백명이 판지시르주로 향하고 있다"고 전했고 AFP통신은 수십명의 탈레반 전사들이 체력단련을 하고 있는 모습과 무장 군용트럭 험비가 카불 북동쪽 계곡을 향해 달리는 모습을 보도했다.

다만 탈레반은 저항군 대응을 위한 병력 이동과 별개로, 저항군과의 협상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아프간 주재 러시아 대사 드미트리 쥐르노프는 지난 21일 "탈레반의 한 고위 관계자가 저항군에게 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내길 바란다고 말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탈레반은 아프간에서 유혈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도 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의 무력 대응과 고위급의 평화적 해결 방식이 공존하지만 어떤 결론이 이어질 지는 아직 불확실해 귀추가 주목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jmstal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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