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는 밤 9시부터 전파된답니까? 왜 자영업자만 괴롭히는지.." [밀착취재]

강승훈 2021. 8. 2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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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는 밤 9시부터만 전파된답니까? 가족들 생각에 하루하루 겨우 버티고 있는데 왜 먹고살기 힘든 자영업자만 괴롭히는지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인천 남동구에서 10년 넘게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23일 정부의 강화된 방역 조치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야말로 가게 문을 닫으라는 소리지. 정말 못 살겠네"라며 불만을 쏟아낸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누적된 식당 적자를 이제 감당할 자신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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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강화·연장 첫날 스케치
수도권 식당·카페 영업시간 오후 9시까지로
편의점도 같은 시간 실내·외 취식 전면 금지
"가게 문 닫으라는 소리지, 정말 못 살겠네"
소상공인들 아우성 거세.. 매출 타격 불가피
일각서 '새삼스럽지 않아' 반응 나오기도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관계자가 오픈 준비를 하며 백신 인센티브 관련 안내문을 적고 있다. 뉴스1
“코로나는 밤 9시부터만 전파된답니까? 가족들 생각에 하루하루 겨우 버티고 있는데 왜 먹고살기 힘든 자영업자만 괴롭히는지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인천 남동구에서 10년 넘게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23일 정부의 강화된 방역 조치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날부터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두기 2주 연장에 더해 식당·카페의 영업시간이 오후 9시까지로 기존보다 1시간 앞당겨졌다. 편의점도 같은 시간 야외테이블을 포함해 실내·외 취식이 전면 금지됐다. 

“그야말로 가게 문을 닫으라는 소리지. 정말 못 살겠네”라며 불만을 쏟아낸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누적된 식당 적자를 이제 감당할 자신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경기 수원시 인계동 먹자골목의 한 식당 주인은 “확진자가 늘면서 거리두기 조치가 쉽게 완화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면서도 “매상이 크게 줄면서 ‘완화 조치’가 실낱같은 희망이었는데 답답하기 그지없다. 백신 접종자가 늘면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미시의 한 막창집 사장은 폐업을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하루에 한 테이블도 채우지 못한 날들이 늘어나면서 올해 초 2개월이나 문을 닫은 터였다. 하지만 상권은 여전히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문을 닫은 상점 바닥에 대출 및 고지서들이 널부러져 있다. 뉴스1
상가 월세와 수도세, 전기세 등 고정 지출액을 내고 나면 수중에 남는 돈이 한 푼도 없다고 푸념했다. 김씨는 “정부는 상인들의 피해에 대한 어떤 적극적인 조치도 없이 거리두기만 기약 없이 연장할 뿐”이라면서 “살려고 발버둥 치는 힘없는 자영업자만 계속해서 옥죄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수도권임에도 거리두기 4단계 조치가 한 달 가까이 시행 중인 대전에서는 소상공인들의 아우성이 거세다. 중구 문화동에서 3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설렁탕집은 이달 초 문을 닫았다. 식당이 있던 건물은 매각됐다. 어렵게 만난 설렁탕집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를 견딜 수 없었다. 정말 벼랑 끝에 몰렸다. 더는 대출도 안 되고 대출을 막을 돈도 없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일각에서는 ‘새삼스럽지 않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돼 나타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부산 연제구의 한 음식점 업주는 “영업시간 종료 시점이 오후 9시나 10시나 별반 차이가 없다”면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에 손님이나 장사하는 사람 모두 헷갈리기는 마찬가지”라고 했다.
지난 22일 서울 양천구 한 중식당에 '백신 인센티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오후 6시 이후라도 백신 접종 완료자를 포함해 최대 4명이 모임을 가질 수 있는 정부의 인센티브 방안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장 지역사회에서 백신 접종을 마친 연령대가 주로 60대 이상인데 저녁 시간대 식당이나 카페를 찾는 이들은 젊은 층이라 수요 측면에서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편의점 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동안 인근 식당들이 문을 닫으면 찾아오는 손님들의 야간 취식이 전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고, 취식 시간이 1시간 줄어들면 당분간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점주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그렇다고 심야 영업시간을 줄이는 등 탄력적으로 매장을 열고 싶지만 가맹 계약 때문에 이마저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다고 전한다. 일반적으로 편의점주는 24시 영업을 원칙으로 본사와 계약할 때 전기세 지원, 수수료율 인하 등 여러 혜택이 주어진다.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경기 부천시의 번화가에 위치한 편의점 주인은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늦은 시간의 영업을 아예 접는 게 나을 판”이라며 “방역당국은 업종 특성도 고려하지 않고 야외테이블까지 접으라고 주문하는 등 소상공인을 볼모로 통제만할 뿐”이라고 말했다.

인천·수원·대전·구미=강승훈, 오상도, 강은선, 배소영 기자, 전국종합 s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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