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큰소리쳤던 국민의힘, '부동산'으로 무릎 꿇나.."단호한 조치가 해법"

김미경 2021. 8. 2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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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으로 큰 소리를 쳐왔던 국민의힘이 '부동산'으로 무릎을 꿇을 위기에 처했다.

23일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국민의힘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 결과 공교롭게 더불어민주당과 같은 12명의 의원이 투기 의심사례로 지목받고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에 넘겨졌기 때문이다. 민주당 조사대상이 176명이고 국민의힘 조사대상이 102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비율 상으로는 민주당보다 배 가까이 많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대선 국면에서 국민의힘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특히 국민의힘이 신속하고 단호하게 이 문제를 처리하지 않을 경우 당 지도부의 리더십과 당 신뢰도에도 큰 상처를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전면에 내세워 공세를 펴왔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단독으로 밀어붙인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전·월세 신고제)을 비롯해 20여 차례에 걸친 부동산 대책이 오히려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부추겨 가격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특히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민주당 의원들의 부동산 투기 연루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부동산 내로남불'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권익위가 민주당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던 지난 6월7일 국민의힘은 안병길 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한 공직자들의 행태는 엄벌해 처해야 하고, 게다가 집권여당의 국회의원이라면 그 책임을 더더욱 무겁게 지어야 한다"면서 "그렇기에 성역 없는 조사와 수사가 더욱더 필요하고 또 절실하다"고 말한 바 있다. 국민의힘 역시 전수조사에서 민주당과 견줘 불리한 결과표를 받게 된 이상 부메랑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지지율 30% 선이 무너진 바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의 6월5주차 주간동향(YTN의뢰·6월28~7월2일 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을 살펴보면 민주당 지지율은 5월4주차 30.5%에서 6월1주차 29.7%, 6월2주차 29.2%, 6월3주차 29.4%, 6월4주차 29.7%, 6월5주차 29.6% 등으로 고전했다. 반면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은 같은 기간 35.6%에서 38.0%, 39.1%, 39.7%, 38.0%, 37.7%로 고공행진을 했다.

무엇보다 국민의힘이 앞으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할 수 있는 동력이 매우 소실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고 민주당의 부동산 투기 의심사례를 문제 삼아온 국민의힘으로서는 '너희가 더하다'는 차가운 시선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면서 "대선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할 수 있는 자격 자체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리더십도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앞서 국민의힘 전수조사에서 투기 의심사례가 나올 경우 민주당보다 고강도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국민의힘이 후속조치에 미적거릴 경우 대선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 대표도 과거 약속한 바가 있으니 공언한 대로 처리해야 한다"면서 "처리를 머뭇거리거나 하지 않거나, 해당 의원들이 반발한다면 국민의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와 기대감을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이 대표가 현재 대선 경선관리와 관련해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 상당히 강하게 대처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이 시점에서 당이 흔들린다면 국민의힘에 대한 신뢰와 정권교체에 대한 여론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평론가 역시 "이 대표가 좌고우면 해버리면 국민의힘 지지율이나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이 동반하락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민주당보다 가혹하게 처리한다면 그나마 소나기를 피할 수 있는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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