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도 조절 푹신의자·다회용 컵..무슨 뜻인지 아시나요?
"우리말을 사용해야 한다는 건 공감하지만 리클라이너를 '각도 조절 푹신 의자'라고 바꾸는건 조금 난감하긴 하네요. 크게 와닿지도 않는데 이미 리클라이너로 굳어진 이름을 바꿔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순화어가 있는지도 몰랐어요."
리클라이너 기능을 접목한 안마의자·소파 등을 판매하는 한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립국어원(이하 국어원)과 함께 지난해부터 유관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새말모임'을 통해 외래어를 순화해 다듬은 대체어를 발표하고 있다. 리클라이너는 지난 3월 제시된 순화어다. 그러나 5개월 가량 지난 현재 관련업계는 물론 고객들도 각도 조절 푹신 의자라고 부르는 경우는 없다.
국어원이 2004년부터 내놓은 순화어는 1만8000개가 넘는다. 올해 새말모임을 통해 대체하기로 한 순화어는 59개다. 대표적로는 '책 꾸밈' '덧 보고' '초단기 노동자' '디지털 친화 어르신' '동네 생활권' '추가 접종' 등이다. 각각 북아트와 백브리핑, 긱(gig) 워커, 실버서퍼, 하이퍼 로컬, 부스터 샷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다.
기존 단어가 가진 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단 이유에서다. 대체어가 오히려 생소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데다, 더 길어 쓰기 불편하단 지적이다. 실제 과거 '웹툰'을 '누리터쪽그림'으로 바꾸고, '블루투스'는 오래 전 '쌈지무선망'으로 순화했다가 다듬기에 실패한 적 있다.
문체부와 국어원은 지난 18일에도 프랜차이즈 카페체인의 마케팅으로 화제를 낳은 '리유저블 컵'을 '다회용 컵'으로 바꾸자고 제안했지만 큰 공감을 얻지 못했다. 해당 내용을 다룬 기사에선 '컵부터 영어 아니냐', '다회용도 한자인데 굳이 바꿔야 할까', '리유저블은 여러번 쓸 수 있단 뜻인데 단순히 다회용이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누리꾼 반응이 나왔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새말모임에서 전문가들이 대체어를 만들지만, 학문적이고 규범적인 틀 안에서 만들어내는 것이라 어떤 측면에선 대중들이 사용하는 말이 더 감각적일 수 있다"며 "국민들이 직접 제안한 말이 더 적절한 순화어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부처나 기관에서 순화어 확산에 비협조적이란 지적도 있다. 올해 초 코로나19 속 여행활로로 주목 받았던 트래블버블을 '비격리 여행권역'으로 순화했지만, 여행업계는 물론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이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12일 적극행정·규제혁신 우수사례를 소개하는 자료에서 순화어 대신 트래블버블을 그대로 사용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덧붙인 답글'이란 뜻의 리플의 순화어인 댓글도 처음엔 반응이 좋지 않았고 정착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방송·신문·유튜브 등을 통해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홍보를 통해 순화어를 정착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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