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스타셰프 요리까지, 안방서 즐긴다

변희원 기자 2021. 8. 24.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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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외식 힘들어지자 간편식 밀키트시장 급성장

워킹맘 김미진(44)씨는 지난 주말 저녁상에 서울 서촌의 분식집 ‘남도분식’의 짜장떡볶이와 연희동의 중식당 ‘목란’의 멘보샤, 63빌딩 중식당 ‘백리향’의 짬뽕을 차려냈다. 식구들이 좋아하는 맛집에서 나온 밀키트를 냄비와 에어프라이어로 조리해 채 30분도 안 걸려 한 상을 완성했다. 김씨가 4인 가족을 위한 세 가지 메뉴를 차리는 데 3만원도 안 들었다.

지난 20일 서울 시내 한 대형 마트에서 고객이 밀키트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손질된 식재료와 소스 등이 다 준비돼 있어 손쉽게 요리해 먹을 수 있는 밀키트 시장이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급성장하면서 유명 식당들까지 뛰어들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일주일 한두 번 외식을 하던 김씨 가족은 코로나 사태 이후 배달 음식을 자주 먹었지만, 최근에는 맛집 밀키트로 외식 기분을 낸다. 그는 “배달 음식은 배달비도 아까운 데다 최소 주문 금액을 맞추려면 가격이 만만치 않다”며 “반면 밀키트를 이용하면 안전하고 싸면서 여러 식당 음식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다”고 했다.

비상식 취급을 받던 간편식이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일상식이 됐다. 간편식 중에서도 최상위 단계에 있는 밀키트는 외식과 집밥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외식(外食)의 집밥화’를 주도하고 있는 밀키트는 식재료와 소스, 조미료가 다 마련된 상태에서 최종 조리만 거쳐서 완성할 수 있는 간편식이다. 외식 인구가 줄어들자 외식 프랜차이즈와 유명 식당들이 생존을 위해 밀키트를 내놓으면서 외식 시장과 식품 산업 지형이 모두 변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2017년 10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000억원으로 커진 데 이어 올해는 3000억원 규모로 확대될 예정이다.

◇노포도, 미쉐린 스타도 모두 밀키트

기존 간편식이 편리함이나 시간, 비용 절약을 강점으로 내세웠다면, 요리하는 재미와 제대로 된 한 끼를 강조하는 밀키트는 외식을 꺼리는 코로나 시대에 외식을 대체하는 강력한 대안이 됐다. 특히 맛집이나 고급 음식점, 유명 셰프의 인기 메뉴를 그대로 재현한 ‘프리미엄 밀키트’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미쉐린 투 스타를 받은 고급 레스토랑 밍글스는 파스타 밀키트를 내놨고 스시 오마카세를 파는 스시 코우지는 멘치가스와 가라아게를 밀키트로 출시했다. 한일관이나 광화문 미진 같은 유명 노포들도 각각 불고기와 메밀 소바 같은 대표 메뉴를 밀키트로 만들었다. 이 식당들에서 제공하는 레시피대로 공장에서 대량 생산해 소비자에게 배달하는 방식이다.

한 외식 컨설턴트는 “예전 같았으면 밀키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고급 레스토랑이나 유명 요리사까지 밀키트 사업에 모두 진출했다. 식당 중에 밀키트를 안 내는 데를 찾아보는 게 더 어려울 정도로 코로나 1년 새 외식업계 판도가 바뀌었다”고 했다.

◇외식·식품 업계 판도 바꿔놔

소비자들이 밀키트에 지갑을 열자, 식품 기업에서도 고가 밀키트를 내놓기 시작했다. CJ제일제당의 밀키트 브랜드인 ‘쿡킷’의 경우 가장 저렴한 버터간장치킨덮밥(2인분)이 1만8800원이며 가장 고가인 붕장어전골과 구이(3인분)의 경우 3만9800원에 달한다. 이마트는 기존 중저가 밀키트에 더해 오뎅식당, 도우룸 등 맛집과 손잡고 프리미엄 밀키트를 선보였다.

최근 국내 식품 기업의 성장도 밀키트가 견인하고 있다. 밀키트 제조 점유율 1위 업체인 스타트업 프레시지는 2016년 창업 당시 매출 1억원이었다가 올해 매출 20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밀키트 업체인 마이셰프는 쿠팡 등 유통채널 60여 곳에 월평균 20만개의 밀키트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51% 늘어난 276억원이었다. SSG닷컴에서도 밀키트 매출은 지난해 대비 196.3% 증가했다. 올해 1~2월에도 매출이 작년 동기보다 2배로 뛰자 SSG닷컴은 밀키트 전문관까지 열었다. 새벽배송 마켓컬리는 기존 신선식품 배송에 밀키트 배송을 추가하면서 올해 매출 1조원 달성을 앞두고 있다. 마켓컬리의 지난 한 달간 밀키트 매출은 2019년 동기 대비 1261% 증가했다.

외식업계는 코로나가 끝나도 집에서 ‘맛집’ 식사를 하던 경향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밀키트 시장이 2024년에는 올해의 2배 이상인 7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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