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빚내서 삼성전자 7조 넘게 샀는데.. 증권가 "향후 6개월 이상 부정적일 것"

송복규 기자 2021. 8. 2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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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매도에 주가 하락하자 개인투자자 이달만 7조3000억 순매수
'빚투'도 30% 넘게 급증
반도체 업황 우려, 테이퍼링 불안으로 단기 투자 위험 경고 목소리 나와

개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005930)를 이달 들어 7조3000억원이 넘게 순매수하고 있다. 과거에도 개인이 삼성전자를 순매수한 경우는 많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반도체 업황 불황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우려로 삼성전자를 연일 순매도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부 개인투자자는 삼성전자를 매수하기 위한 신용융자까지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융자는 투자금의 일부는 본인 자금으로, 일부는 증권회사로부터 대출을 받아 주식을 사는 것을 말하며 빚을 내서 투자한다는 의미로 ‘빚투’로도 불린다.

증권업계는 삼성전자 주가가 향후 수개월간 지지부진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길게는 6개월에서 1년까지 주가가 큰 반등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고려해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5일부터 23일까지 12거래일 동안 삼성전자를 순매도했다. 이 기간 누적 매도 물량은 9887만5000주, 금액으로는 7조5229억1400만원으로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 중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이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는 삼성전자 주식 9616만7800주(7조3292억3500만원)를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매도한 주식을 대부분 개인이 받아서 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분석한다.

삼성전자를 매수하기 위한 빚투도 크게 늘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삼성전자의 신용융자 잔액은 9372억원(1345만주)이다. 이는 지난달 30일 7192억원(1018만주)보다 금액 기준으로 30.3% 늘어난 수치다.

이런 개인의 투자 행태는 외국인 매도로 주가가 낮아진 삼성전자를 저가에 매수해 단기간 시세 차익을 얻으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황 둔화와 미국 연준의 테이퍼링 착수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의 주가가 길게는 앞으로 수개월 동안 낮은 상황을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며 신중하게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증권가에서 삼성전자 주가 추이를 확신하지 못하는 이유는 핵심 반도체 제품인 D램 등 주요 반도체 가격의 하락 때문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초 50%가 넘었던 삼성전자의 D램인 DDR4 8Gb의 스팟 프리미엄은 역프리미엄 상태로 전환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까지 이 제품을 사기 위해 웃돈을 줘야 했지만, 지금은 헐값에 팔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대만 시장조사기관은 D램 고정가격이 4분기 5~10% 하락한 후 내년 2분기까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D램 메모리 반도체는 전통적으로 4분기가 비수기”라며 “특히 서버 D램의 경우 수요처의 재고가 6주 이상 수준으로, 올해 4분기 서버 D램 계약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수정주가.

해외에서도 비슷한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지난 11일 반도체 시장과 관련해 ‘메모리 반도체, 겨울이 오고 있다’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내며 “내년 D램 산업이 공급 과잉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콩 증권사 CLSA도 지난 16일 리포트를 통해 “올해 4분기부터 2022년 말까지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며 “메모리 칩 업계가 침체기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모건스탠리는 8만9000원으로, CLSA는 8만6000원으로 각각 낮췄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의 테이퍼링도 변수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테이퍼링 실시를 시사하면서 금리 인상 압박이 거세지고 있어 외국인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외적인 불확실성인 테이퍼링이 지속해서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연준의 테이퍼링에 대한 입장이 공론화하는 것을 보고 (삼성전자에)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망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도 괜찮다”고 덧붙였다.

윤지호 이베트스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1~2분기에 반도체 가격이 내려갈 확률이 높다면 반등해 봤자 큰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라며 “(삼성전자 주가는) 최소 6개월에서 1년은 부정적으로 흐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반도체 업황 둔화로 외국인 매도가 늘고 있다”며 “극적인 반전이 없는 한 하락세나 보합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앞으로 외국인의 매도세가 잦아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1년 이상 장기 투자를 위한 매수는 고려해볼 만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모건스탠리 등 외국 증권사가 반도체 업계에 대해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서 외국인들이 수동적으로 반도체 선두주자인 삼성전자를 매도하는 것이지만 외국인의 매도 강도는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 센터장은 “중장기적으로 본다면 지금 삼성전자를 매수해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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