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의원 사퇴·대선 불출마'.."정치인의 도덕성 기준이 높아야"

심진용 기자 2021. 8. 2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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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윤 “흠집 내려 꿰맞추기 조사”
여권선 “정치적 퍼포먼스” 비판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51·사진)이 25일 대선 불출마와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부동산 거래 의혹 명단에 포함되면서다. 윤 의원은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 대선 주자들과 치열하게 싸워온 제가 국민 앞에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들과 당원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윤 의원 사퇴를 만류하는 한편 권익위 조사의 정치적 의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권익위가 수사의뢰한 12명 중 6명만 징계한 ‘반쪽’ 조치라는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윤 의원 사퇴 선언을 계기로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여권은 윤 의원이 의혹에 대한 해명 없이 “정치적 퍼포먼스”를 한다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직을 서울 서초갑 지역구민과 국민들께 돌려드리겠다”며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그는 “대선 후보 경선을 향한 여정을 멈추겠다”며 대선 후보 경선 중단도 선언했다. 윤 의원은 부친의 세종시 농지 구매와 위탁경영을 문제 삼은 권익위 조사 결과에 “독립관계로 살아온 지 30년이 지난 아버님을 엮은 무리수가 야당 의원의 평판을 흠집 내려는 의도”라며 “꿰맞추기 조사”라고 했다.

윤 의원은 “이번 대선 최대 화두는 현 정부의 부동산 실패와 내로남불 행태”라며 “그 최전선에서 싸워온 제가 정권교체 명분을 희화화할 빌미를 제공해 대선 전투의 중요한 축을 허물어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나는 임차인입니다’라는 국회 발언으로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비판해 화제가 된 까닭에 더 큰 책임감을 느꼈다는 설명이다.

윤 의원은 지도부가 ‘소명됐다’고 밝혔는데도 초강수를 두는 데 대해 “정치인의 도덕성 기준이 높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대선에 출마한 이유 중 가장 큰 것도 그것이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 의원 사퇴를 만류했다. 이준석 대표는 “권익위가 연좌의 형태로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참 야만적이라는 표현을 쓰겠다”며 “윤 의원은 잘못한 게 없고, 책임질 일이 없다”고 말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얼토당토않은 결정을 한 권익위야말로 심판 대상”이라며 “여야 꿰맞추기를 위해 의도된 각본에 따라 권익위가 조사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분노가 치밀어오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눈물’로 말려 보지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25일 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불법 거래 의혹 대상자로 지목돼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윤희숙 의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당 일각에서는 권익위가 윤 의원을 처음부터 표적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당 초선 의원 30여명은 “정치적 의도를 가진 권익위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윤 의원의 선당후사 정신을 높이 평가하지만 사퇴 의사를 철회해주기 바란다”고 의견을 모았다.

권익위 공격을 두고 국민의힘 지도부가 부동산 투기 의혹 의원들에게 ‘반쪽 징계’를 내렸다는 비판의 화살을 돌리기 위한 목적이라는 풀이도 나왔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은 윤 의원 선택에 힘을 실었다. 유승민 전 의원은 권익위 조사 결과를 비판하며 “몰상식이 상식을 파괴하고, 정치공작이 국민을 기만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하태경 의원은 대선 주자 비전발표회에서 “민주당이 위선의 목소리 조국(전 법무장관)과 함께하는 정당이라면, 국민의힘은 양심의 목소리 윤희숙과 함께하는 정당”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의 의원직 사퇴 선언을 두고 냉소적인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그의 부친 문제가 더 큰 논란으로 이어지기 전에 발빠르게 움직인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권익위는 윤 의원 부친이 2016년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논 1만871㎡를 사들이고도 직접 농사를 짓지 않았다고 문제 제기했다. 현지 주민이 벼농사를 지으며 매년 쌀 7가마니를 지불했고, 윤 의원 부친이 권익위 현지 조사 때만 서울 동대문구에서 세종시로 주소지를 옮겼다는 사실도 조사 결과 확인됐다.

윤 의원은 “국민들 앞에 책임을 다하는 모습”이라고 했지만,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국민의힘 상임고문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윤 의원 사퇴 선언에 “선량이 가지는 무게를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이라며 “지역 유권자들에게 심각한 결례가 된다”고 SNS에 적었다. 정 전 의장은 “개헌저지선의 한 석이 얼마나 중차대한데 가볍게 의원직을 던질 일이 아니다”라며 사퇴 철회를 촉구했다.

의원직 사퇴가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내년 지방선거의 서울시장 출마 등을 염두에 둔 사전 작업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국회의원 사퇴는 회기 중에는 무기명 투표를 거쳐 재적 의원의 과반 출석과 과반 찬성으로 의결된다. 회기 중이 아닐 때는 국회의장 허가에 따른다. 20대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손혜원·민병두 의원 등이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임기를 지켰다. 그는 ‘서울시장 출마를 염두에 둔다는 말도 있다’는 취재진 질문에 “제가 생각하는 정치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윤 의원은 “민주당 입장에선 대선 후보(이재명 경기지사)를 치열하게 공격한 저의 사직안을 처리해주지 않는다고 예상하긴 어렵다. 민주당이 아주 즐겁게 (사직안을) 통과시켜줄 것”이라고 말하며 여당을 의도적으로 자극했다. 이재명 지사 캠프 김남준 대변인은 “윤 의원은 지난해 국회 연설에서 자신은 임차인이라며 서민 코스프레를 했지만 연설 직전까지 2주택 소유자였음이 밝혀지면서 국민을 기만하는 쇼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며 “진정 사퇴 의사가 있다면 국회의장을 찾아가 사직서를 제출하면 된다”고 밝혔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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