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과원, '경기도는 채용비리 왕국' 글 올린 직원 고소..노조 "이재명식 보복"

'허위사실 명예훼손' 고소장 제출..경찰, 혐의 성립 여부 조사

'황교익만 그럴 거 같냐. 경기도는 이미 채용비리 왕국이다'라는 제목의 블라인드 게시글 캡쳐 © 뉴스1

(수원=뉴스1) 최대호 기자,이상휼 기자 =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 상급 기관인 경기도의 채용 관련 문제점을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에 비판한 직원을 고소했다.

경과원 노조 측은 '이재명식 보복'이라며 반발했다.

26일 경과원과 노조, 수원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과원은 블라인드에 익명 글을 올린 A씨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해 처벌해달라는 고소장을 최근 수원남부경찰서에 제출했다.

경과원 직원으로 추정되는 익명의 A씨는 지난 15일 블라인드에 '황교익만 그럴 거 같냐. 경기도는 이미 채용비리 왕국이다'는 글을 게시했다.

이 글에서 A씨는 "성남 모 방송서 일한 사람이 비서실 랭킹 2위", "행정고시 출신도 수십년 근무해야 도달할 수 있는 3급을 TV 몇번 나온 30대 변호사한테 줬다", "지방지 기자 출신으로 업무 연관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을 5급 사무관 감사부서 팀장으로 배정", "성남시 시절 계약직 6급하던 사람을 경기도청 4급으로 만들었다"는 등 주장을 했다.

A씨는 "보도 안 됐을까? 이런 거 나올 때마다 언론사 압력행사는 기본"이라며 "대통령 되면 진짜 김어준 국정원장 시킬 수 있다. 이 양반이 공정이라고 할 때마다 토나온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여기 언급된 사람 한두 명 빼고 내가 직접 보고 들은 내용이다. 전부 실명 알고 있고 명예훼손으로 처벌 받을지언정 허위사실 유포로는 절대 처벌 안 받는다고 장담한다"고 했다.

이어 "채용 비리는 속성상 서류상 문제가 없다. 그런데도 그 기준에도 못 들어오니 자격 기준도 없앤 거 아니겠나. 우리가 바라는 공정은 실질적 공정이지 형식적 공정이 아니잖아. 이 월급 다 세금이다"고 덧붙였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뉴스1

경과원 측은 "A씨가 작성한 글 중 일부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허위 사실로 경과원 법인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해 고소장을 제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과원 측의 이 같은 고소 사실이 알려지자 한 노조원은 "정당한 비판에 대한 제갈물리기이자 (게시자)색출을 위한 고소"라며 "전형적인 '이재명식 보복'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경과원은 이에 대해 "블라인드 자체가 이메일 인증으로 가입이 가능해 글을 올린 당사자가 현직 직원인지 아니면 퇴직자인지 등도 알 수 없다. 실제 직원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치로, 내부 간부회의를 통해 결정한 사안"이라며 "익명글 게시자를 색출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A씨의 게시글이 허위사실공표에 따른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검토에 나선 상태다. 다만 블라인드 본사와 서버가 모두 미국에 있고, 앱 자체가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가입자 정보를 저장하지 방식으로 설계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수사가 정상적으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sun07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