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수용 선례' 우려..난민 아닌 '특별기여자' 규정
[경향신문]
출입국관리법령 개정에 착수
국내 ‘장기체류자격’도 부여
“생계비·정착금 등 지원 준비”
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 한국 정부 기관과 함께 활동했던 아프간인 378명이 26일 한국에 입국했다. 정부는 이들을 ‘대한민국에 특별한 공로가 있는 외국인’으로 보고 장기체류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아프간 협력자들의 입국에 맞춰 브리핑을 열고 “정부는 아프간에서 우리 정부와 함께 활동했던 현지인 조력자들과 이들의 가족들을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날 입국한 아프간인은 378명으로 아프간 현지의 한국대사관, 코이카, 한국병원, 한국직업훈련원, 한국기지에서 근무한 사람들과 그 가족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주로 한국 정부의 현지 재건사업을 도왔다.
법무부는 이들에게 장기체류 자격을 부여할 방침이다. 아프간에서 국내로 입국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비자가 필요하지만 정부는 아프간 현지의 급박한 상황을 감안해 일단 한국으로 이송한 후 공항에서 단기방문 (C-3)비자를 발급했다. 이어 장기체류가 허용되는 방문동거(F-1)비자로 신분을 변경해 임시 숙소에서 생활토록 하고, 이후 국내 취업이 가능한 거주(F-2)비자를 부여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들을 ‘난민’이 아닌 ‘특별기여자’로 규정했다. 난민에 대한 부정적 여론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특별기여자’의 국내 체류 자격이나 처우에 대한 법적 근거는 미비한 상황이다. 이에 법무부는 이날 ‘대한민국에 특별한 공로가 있거나 공익의 증진에 이바지한 외국인에게 국내 장기체류 자격과 취업 자격을 부여하는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건이 대규모 난민 수용의 선례가 될 것을 우려한 정부가 ‘난민’ 대신 ‘특별기여자’로 규정해 별도 법 규정을 만든 것으로 풀이된다.
‘난민’ 규정을 피하려다보니 정부 부처가 서로 다른 용어를 사용하는 혼란이 일기도 했다. 전날 외교부는 아프간 협력자들을 ‘특별공로자’로 불렀지만 이날 법무부는 ‘특별기여자’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특별공로자는 국가유공자법과 국적법 조항에 규정된 용어로, 국적법상 특별한 공로가 인정되면 특별귀화 대상이 될 수 있다.
정부가 ‘특별기여자’의 법적 근거를 만드는 절차에 이제 막 착수한 터라 난민으로 인정되면 받을 수 있는 사회보장을 이번에 입국한 아프간인들은 당분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장관은 “이분들은 생계비라든지, 정착지원금, 교육 등에 대해 난민보다 더 많이 배려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에 대한 공헌을 보상하는 방식으로 절차를 진행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다. 이일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는 “정부에 기여한 사람들 이외에도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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