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통기한 지난 빵·양상추 쓰고 세제도 없이 식기 세척 '경악' [이슈&탐사]

김경택,문동성,구자창,박세원 2021. 8. 27.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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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의 불안한 식자재] ② 경찰 수사 타깃은
한 청년이 2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맥도날드 일부 매장의 휴대전화 및 청바지 주머니 사용금지 증거물”이라며 주머니가 막힌 청바지를 들어 보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맥도날드의 일부 매장에서 2019~2020년 유통기한이 지난 햄버거 빵과 양상추 등을 판매한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은 맥도날드 식자재 문제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한 공익신고자를 최근 불러 이와 관련한 진술을 확보했다.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운 2차 유효기간 위반 문제에서 촉발된 맥도날드 식자재 문제는 형사처벌 여부를 따지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유통기한 하루만 넘겨도 위법

국민일보 취재팀은 2019~2020년 서울의 일부 맥도날드 매장 내부에서 촬영된 영상을 입수해 분석했다. 이들 영상에는 실온 상태의 햄버거 빵, 양상추, 양파 등이 유통기한이 지난 채 맥도날드 매장에 보관 중인 장면이 포착돼 있다. 취재팀은 “영상 속 유통기한을 넘긴 식자재는 모두 마감시간 이후 매장 내부에 있던 것인데, 햄버거 등에 쓰이는 식자재”라는 증언도 확인했다. 폐기용 식자재를 잠시 보관한 게 아니라 판매용으로 보관했다는 주장이었다.
맥도날드 일부 매장에서 유통기한이 하루 지난 채 보관 중이던 햄버거 빵(왼쪽)과 양상추. 제보 영상 캡처


문제의 매장에서 유통기한 위반 문제가 영상으로 처음 확인된 것은 2019년 ○월 27일이었다. 이날 새벽 2시쯤 찍힌 영상에는 실온에서 비닐포장지에 보관 중인 햄버거 빵이 나온다. 비닐포장지 겉면에는 ‘2019. **. 26까지’라는 유통기한이 검은색 글씨로 찍혀 있었다.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찍힌 또 다른 영상에는 양상추가 담긴 비닐포장지에 ‘2019. **. 26까지’라고 유통기한이 적혀 있었다. 마찬가지로 유통기한이 하루 지난 식자재였다. 맥도날드 한 직원은 “양상추는 봉지를 뜯은 이후에는 유통기한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기 어렵다”며 “가장 관리가 부실하게 이뤄지는 식자재”라고 말했다.

2020년 ○월 17일 새벽 2시50분쯤 촬영한 영상에는 유통기한이 하루 지난 양파를 박스째 보관하고 있는 장면도 등장한다. 박스 겉면에는 ‘2020. **. 16’이라는 유통기한이 적혀 있었다. 이 양파는 전날 마감시간까지 폐기했어야 하는 것이었다.

2020년 ○월 21일 새벽 2시쯤 찍힌 영상에선 유통기한이 하루 지난 양파가 포장이 뜯기지 않은 채 보관 중인 장면도 확인됐다. 맥도날드에서 근무한 한 직원은 “폐기하는 식자재들은 아무리 늦어도 마감 전에는 매장 밖으로 다 옮긴다. 마감 이후에 매장에 남은 것은 다 판매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통기한 위반 문제는 맥도날드 자체 기준을 위반한 2차 유효기간 스티커 갈이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유통기한을 넘긴 제품 등을 판매용으로 보관하거나 실제 판매한 경우엔 영업정지 처분뿐 아니라 사업자에 대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이 내려질 수 있다. 김태민 식품법률연구소 소장은 “유통기한 위반은 하루를 넘기더라도 처벌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세제 없이 물로만 컵 씻었다”

유통기한 문제와 별개로 맥도날드 일부 매장에선 탄산음료용 플라스틱컵 등을 세제를 사용하지 않고 사실상 물로만 상당 기간 세척한 정황도 드러났다. 맥도날드는 매장 내에서 음료를 마실 때 쓰는 플라스틱컵 등을 식기세척기에서 나오는 뜨거운 물과 세제로 살균·소독하고 있다.

그런데 2021년 5월 말 촬영된 일부 매장 내부 영상에선 식기세척기에 연결된 세제통이 비어 있는 장면이 포착됐다. 원래 이 세제통에는 분홍색 세제가 채워 있어야 했다. 그 옆에는 파란색 헹굼용 린스가 담긴 통이 4분의 3 정도까지 차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로부터 2주 뒤인 6월 초 찍힌 영상에는 세제통이 여전히 비어 있고, 린스가 2분의 1 정도로 줄어들어 있었다. 1주일 뒤 다시 찍힌 영상을 확인해봐도 세제통은 여전히 빈 상태였다. 3주 넘게 세제를 쓰지 않고 물과 린스로만 식기를 세척한 것으로 보인다.

식기 세척에 필요한 세제와 린스를 정상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 이 매장은 2020년 11월 중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위생등급 ‘매우 우수’(취득점수 90점 이상)를 받았다. 이 매장에서 근무했던 한 직원은 “지난해 11월 위생등급 평가를 받기 전날 밤늦게 세제를 새것으로 갈았는데, 최근까지 세제통을 교환한 횟수가 한두 차례밖에 안 되는 것으로 안다”며 “최근 9개월 동안 적어도 9번은 교체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오란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세제를 쓰는 건 항균이라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 물로만 씻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관건은 맥도날드 본사 ‘묵인’ 여부

서울 강남경찰서는 맥도날드 식자재 문제를 국민권익위에 신고한 공익신고자를 최근 비공개 조사하면서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식자재 유통기한 위반 여부뿐 아니라 2차 유효기간 스티커 갈이의 위법성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수사의 관건은 맥도날드 본사가 불량 식자재 문제를 묵인했는지 여부다. 맥도날드에서 수년간 근무했던 한 직원은 “매장 여러 곳을 관리하는 오퍼레이션 컨설턴트(Operations Consultant)가 점장들에게 재고·위생 관리 등 점검 상태를 체크하고 본사에 보고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식자재의 로스(손실)율을 일일이 관리하는 본사에서 일선 매장의 상황을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맥도날드는 26일 국민일보 보도와 관련해 “내부 조사 결과와 다른 내용이 제기됨에 따라 재조사를 실시 중”이라며 “경찰 조사 시 충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경택 문동성 구자창 박세원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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