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나노 반도체 경쟁 '격화'..대만 도발에 삼성 "신기술로 추월"

박진우 기자 2021. 8.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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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언론 "삼성 기술력 낮아 3나노 양산 못해"
삼성전자, 240조 투자계획 발표하며
GAA 미세공정 활용 3나노 조기 양산 계획 밝혀
파운드리 1위 TSMC 도발에 정면 대응 나선 삼성

삼성전자가 최근 240조원 규모의 대대적인 투자를 발표하면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FET 공정을 활용한 3㎚(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제품을 조기에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이번 투자 계획에서 시스템 반도체와 관련한 제품과 공정이 이렇게 구체적으로 언급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이는 최근 대만 언론 등에서 파운드리 1위인 TSMC와 비교해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현저히 낮다는 비하성 도발에 정면 대응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은승 삼성전자 DS(디바이스 솔루션)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은 최근 온라인으로 진행된 삼성 테크&커리어포럼에서 “경쟁사(TSMC)보다 GAA 기술을 먼저 개발하고 있다”라며 “이 기술을 확보하면 파운드리 사업이 더 성장할 것이다”라고 했다. 해당 포럼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엔지니어를 유치할 목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반도체는 ㎚(나노미터)단위의 미세한 광원으로 정밀한 회로를 그리는 것이 관건이다. 광원 굵기가 가늘 수록 회로 성능은 높아지고, 전력 소비는 낮아지기 때문이다. 현재 광원 크기가 10㎚ 이하인 공정이 가능한 파운드리 업체는 전 세계에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5㎚ 크기까지 광원이 작아졌는데, 이는 머리카락 굵기(0.1㎜)의 5만분의 1이다. 3㎚는 이보다 더 작은 광원으로, 이 공정으로 제작된 반도체는 5㎚ 반도체보다 칩 면적이 35% 작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5㎚ 반도체에 TSMC와 삼성전자는 핀펫(FinFET) 구조를 적용하고 있다. 반도체 구성을 이루는 트랜지스터는 전류가 흐르는 ‘채널’과 채널을 제어하는 ‘게이트’로 구분되는데, 핀펫 구조는 게이트와 채널이 3면에서 만나는 구조로 마치 물고기의 지느러미처럼 생겼다고 해 ‘핀(Fin)’이라는 이름을 부여받았다. GAA의 경우 채널의 4면을 게이트가 둘러싸는 구조로, 전류 흐름을 보다 세밀하게 제어하는 등 채널 조정 능력이 극대화되는 효과가 있어 업계는 GAA가 핀펫에 비해 미세공정에 더 적합한 구조로 인식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고객사에 3㎚ GAA 공정설계 키트를 제공해 테스트를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테스크 결과, 칩 면적은 45% 줄어들었고, 전력 효율은 50% 개선됐다.

GAA가 핀펫보다 미세공정에 더 유리하다는 것은 이미 TSMC도 인식하고 있다. TSMC는 조기 상용화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TSMC는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전 세계에 출원된 GAA 관련 특허의 31.4%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특허 비중이 20.6%다. 다만 TSMC는 3㎚까지 핀펫 구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는 TSMC가 핀펫 구조에 머물러 있는 사이 단숨에 파운드리 미세공정에 선진 기술을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정 사장은 “핀펫 기술이 처음 적용된 14㎚ 반도체를 TSMC보다 먼저 개발한 일이 있다”라며 “삼성전자는 2017년 파운드리 사업을 시작했지만, 메모리 반도체 노하우를 바탕으로 TSMC를 추월할 것이다”라고 했다.

삼성전자의 3㎚를 향한 의지는 최근 발표한 24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에서도 알 수 있다. 반도체 분야 투자에서 14㎚ 이하 D램, 200단 이상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전략과 함께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GAA 등 신기술을 적용한 새 구조로 3㎚ 이하 제품을 조기에 양산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가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비주력인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그만큼 TSMC를 넘어서겠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해석이다.

삼성전자는 240조원 투자 계획에 따른 파운드리 생산기지의 증설 가능성도 전했다. 송병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상무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충분한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라며 “현재 파운드리 라인이 완전 가동에 가깝기 때문에 개발에 필요한 공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이어 송 상무는 “글로벌 기업과 비교했을 때 삼성전자는 단기간 집중력을 끌어올려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보였다”라며 “파운드리에서도 이런 저력이 통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건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중에서도 세계 1위를 점하고 있는 메모리보다는 비메모리(시스템)에 시장 관심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지난 4월 대만 TSMC가 향후 3년간 파운드리 사업에 113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해 시장에 충격을 줬는데, 삼성의 계획은 TSMC와 견줘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라고 했다.

김동연 KG증권 연구원은 “파운드리 중심의 비메모리 반도체 투자가 기존 계획 대비 3~4년 앞당겨졌다”라며 “(삼성전자는) 새로운 구조인 GAA를 선제 적용한 3㎚를 내년부터 본격 양산해 TSMC, 인텔 대비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점유율 확대 전략을 사용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관련 공격적인 투자와 발언을 쏟아내는 것에 대해 대만 언론과 업계의 도발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본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디지타임즈리서치는 최근 삼성전자 초미세공정의 경쟁력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삼성전자가 2023년까지 3㎚ GAA 공정을 양산할 가능성이 작다”라며 “GAA 공정의 수율 확보도 (삼성전자가 계획한) 2022년까지 이뤄지기 어렵고, 3㎚ 제품에서 GAA 기술력을 확인하려면 2023년 이후가 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디지타임즈리서치는 대만 정보기술(IT) 매체 디지타임즈 산하 시장조사업체로, 디지타임즈는 번번히 TSMC를 추격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대해 평가절하식의 보도를 주로 내는 매체로 유명하다. 앞서 디지타임즈는 TSMC와 삼성전자의 초미세공정을 비교 분석한 보도를 통해 “삼성전자가 10년 내 TSMC를 이길 가능성은 없다”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타임즈는 평소 삼성전자에 대한 악의적인 보도를 많이 내왔다”라며 “사업 5년도 안 돼 TSMC와 양강 구도를 형성한 삼성전자를 대만의 매체가 견제, 도발하는 것으로 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라고 했다.

한편, 인텔 역시 GAA 기술을 활용한 파운드리 사업을 발표한 상태다. 인텔은 내년부터 극자외선(EUV) 장비를 도입해 4㎚에 진입하고, 2024년 하반기에는 2㎚ 공정에서 자체 GAA 기술인 리본펫(RibbonFET)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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