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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카불로 향한 대사관 직원 "아이들 다 컸으니 내가 가겠다"

입력 2021. 08. 27.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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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박했던 구출작전, 자살폭탄 테러 예고에 "신속히 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 인근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한 가운데, 한국인 협력자들을 카불에서 구출하는 작전을 진행했던 당시에도 IS(이슬람 국가)의 자살폭탄 테러가 있을 것이라는 첩보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구출 작전을 진행하고 있던 때도 첩보 테러가 있었냐는 질문에 "항상 긴장하고 있었다. 어쨌든 신속히 (작전을 마무리) 하고 나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15일(현지 시각) 탈레반이 사실상 카불을 장악한 이후 공항에서는 테러와 관련해 항상 최고 경계 태세를 유지했다. 다만 테러의 일시와 장소를 정확히 잡기 어려웠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카불 현지에서 아프간 협력자 구출 작전을 진행했던 김일응 주아프가니스탄 한국대사관 공사참사관은 27일 기자들과 만나 당시의 긴박하고 어려웠던 상황을 전했다.

그는 특히 24일(현지 시각) 버스를 이용해 365명의 협력자들이 공항으로 들어오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고 밝혔다. 김 공사참사관은 "23일(현지 시각) 26명이 공항으로 진입했는데 이렇게 해서는 진행이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이후 미군과 상의해서 버스를 대절했는데, 이들이 탈레반의 검문으로 인해 15시간 정도 버스에 갇혀 있었다"고 말했다.

김 공사참사관은 "협력자들은 23일(현지 시각) 오후 3시 반부터 24일 동이 틀 때까지 (탈레반 통제로 인해) 계속 버스 안에 있었는데, 에어컨도 없었고 밖에서 안을 볼 수 없게 칠을 한 상태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탈레반이 문제를 삼았던 것은 협력자들이 여행증명서 사본을 가지고 있다며 원본을 가져오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제가 공항 정문 쪽으로 원본을 보여주러 나가겠다고 하니까 그제야 통과시켜 줬다"고 말했다.

김 공사참사관은 "(협력자들이) 그 더운 날씨에 에어컨도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밀폐된 곳에 갇혀 있는 상황도 힘든데, 돌려보낼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공항에 있던 저희도 잠을 못자고 밤을 새웠는데 버스 들어오는 걸 보면서 힘든 것이 다 나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다시 카불로..."나는 아이들도 다 컸으니까 괜찮다"

김 공사참사관은 카불을 빠져나오면서 대사관 현지 직원들에게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고, 약 열흘이 지난 이후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그가 공항으로 무사히 들어온 아프가니스탄 협력자들과 일일이 포옹을 하는 장면이 사진으로 기록되기도 했는데, 긴박한 상황 속에 재회하게 된 것에 대한 안도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그는 "23일 오후에 버스가 공항에 들어오기로 했는데 들어오지 못하다가 24일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들어왔다"며 포옹을 했던 아프간인 협력자는 대사관 직원이었다고 소개했다.

▲ 24일(현지 시각) 카불 공항으로 들어온 주아프가니스탄 한국 대사관의 현지 직원과 포옹하고 있는 김일응 주아프가니스탄 한국대사관 공사참사관 ⓒ외교부 제공

김 공사참사관은 사진 속 인물에 대해 "제가 일했던 정무과에 지난해 8월에 들어와서 같이 일했던 행정직원이었다. 그 직원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과도 반가워서 포옹을 하게 됐다"며 "그 친구가 특히 얼굴이 상해서 마음이 아팠다"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15시간을 버스 안에서 갇혀 있다가 나왔는데 공항에는 관제 시스템 외에 모든 편의 시설이 막혀있던 상황이라 물, 음식 등 어떤 것도 제공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카불에서 카타르로 빠져나왔다가 22일(현지 시각) 아프간 협력자들을 구출하기 위해 다시 카불로 들어갔다. 여전히 불안정한 카불 정세 속에 이들을 데리고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을 얼마나 봤냐는 질문에 김 공사참사관은 "여러 생각을 했었는데 카타르에서 서울과 연락하면서 우리가 카불에 들어가지 않으면 대응이 안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본부에서도 (우리의 진입에 대한) 결심을 해줬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김 공사참사관과 함께 류부열 경호단장, 고관옥 대령 및 관계부처 직원 이렇게 4명이 구출 작전을 위해 카불로 다시 들어갔다. 김 공사참사관은 "저는 현지 협력자들과 연락을 해야했기 때문에 당연히 가야했고, 경호단 중에 누가 갈 것인지를 이야기했는데 류부열 경호단장이 본인은 아이도 다 컸으니 괜찮다고 해서 결국 가게 됐다"고 말했다.

▲ 류부열 경호단장이 23일(현지 시각)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의 애비게이트에서 KOREA(빨간 원 안)라고 쓰인 종이를 들고 한국 출국이 예정된 아프간 내 한국 협력자를 찾고 있다. 당시 게이트에는 수천~수만 명의 인파가 몰려 있어 각 국가별로 이같은 방식으로 이송 대상 인원을 찾아 나섰다. ⓒ외교부 제공

김 공사참사관은 "같이 카불에 들어간 대원들뿐만 아니라 군 수송기 작전을 총괄했던 이경구 국방정책차장이 전례가 없던 상황에서도 뛰어난 위기 대응 능력을 보여줬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리기도 했다.

그는 아프간 협력자들이 한국에 들어오는 것에 대해 보안 문제를 우려하는 일부 시각에 대해 "지금 오시는 분들은 바그람 미군기지와 차리카 기지 등에서 7~8년 근무를 했던 분들이다. 특히 미군 기지에서 근무하셨던 분들은 미국도 신원 조회를 했다"며 "이분들이 (테러 단체와 연계돼있는) 보안에 문제가 있는 분들이면 탈레반을 피해서 한국으로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공사참사관은 "국민 여러분들께서 따뜻한 마음을 보여주신 것에 감사드린다"며 "특히 (아프간인 들이 머무는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이 있는) 진천 주민분들께서 이해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험지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것에 대해 가족들도 걱정했을 것 같다는 질문에 김 공사참사관은 "개인적으로 아내와 4년 전에 사별하여 지금 딸만 둘 있는데, 걱정할까봐 아예 말을 하지 않았다"며 "어제 들어와서 통화했더니 카불 다시 갔다왔냐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딸들이 아무래도 걱정을 좀 했고 감정적으로 동요되기도 했을 것 같다. 그런 걱정할까봐 말 안한건데"라며 "엄마 없이도 씩씩하게 잘 자라줘서 고맙다"고 전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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