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중국, 다시 시작된 '호랑이 사냥'..시진핑 장기 집권 기반 다지기?

이랑 2021. 8. 28.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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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때려잡기(打虎)'가 다시 시작됐습니다.

중국에서는 고위급 인사를 '호랑이'에 빗대기도 합니다.

고위급 인사인 '호랑이'를 사냥하는 것은 곧 고위급 인사에 대한 사정 작업을 의미합니다.

8월 26일 '호랑이 사냥 대장'으로 불리던 한 고위급 인사가 산둥성 칭다오 중국 인민법원 재판장에 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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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때려잡기(打虎)'가 다시 시작됐습니다.

중국에서는 고위급 인사를 '호랑이'에 빗대기도 합니다. 고위급 인사인 '호랑이'를 사냥하는 것은 곧 고위급 인사에 대한 사정 작업을 의미합니다.

■ '호랑이 사냥꾼'에서 하루아침에 사냥감으로

둥훙이 1심 재판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출처: 신화통신)


8월 26일 '호랑이 사냥 대장'으로 불리던 한 고위급 인사가 산둥성 칭다오 중국 인민법원 재판장에 섰습니다.

중국 지방정부 최고위층 등의 사정 감찰을 맡아왔던 중앙순시조 전 부조장 68살 둥훙입니다. 동훙은 직무상 권한을 이용해 개발사업과 공사 도급 등에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4억 600만 위안, 우리 돈 830여 억 원을 받은 혐의로 1심 재판을 받았습니다. 기소장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20년까지 20년 넘게 뒷돈을 챙겼습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둥훙은 죄를 인정했고 재판부는 추후 기일을 정해 선고할 예정입니다. 호랑이를 사냥하던 대장이 되려 '먹잇감'이 된 순간입니다.

■ 둥훙의 기소가 의미하는 것은?

'호랑이 사냥 대장'에서 쫓기는 신세가 된 것도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지만 그보다는 그가 어떤 사람이었느냐 때문에 뒷말이 무성합니다.

둥훙은 그동안 왕치산 부주석의 핵심 인사로 불려왔습니다. 두 사람은 지난 1998년 인연을 맺은 뒤 광둥성, 하이난성, 베이징에서 함께 일했습니다. 14년 여 기간을 왕치산 부주석의 비서로 지냈습니다.

왕치산 중국 부주석 (출처: 신화통신)


왕치산 부주석은 당정 서열 8위 정도지만 실제로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어린 시절 친구이자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왕 부주석은 시 주석 집권 1기인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중앙기율위원회 서기를 맡아 반부패 사정 작업에 앞장선 인물입니다. 그 작업에는 둥훙도 함께 했습니다.

말이 '부패와의 전쟁'이지 정치 숙적을 솎아 내는 목적도 있었습니다. '부패와의 전쟁'을 이끈 왕 부주석은 그 뒤 시진핑 주석의 오른팔로 불려왔습니다.

그런데 왕 부주석의 행동대장 격인 둥훙이 부패인사가 돼 재판을 받게 된 겁니다. 당장 왕치산 부주석에 대한 시진핑 주석의 신뢰가 깨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 내년 제20차 전국대표대회 앞두고 기반 다지기?

이런 가운데 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는 8월 26일 베이징 국무원 신문판공실에서 '중국공산당의 역사 사명과 행동가지' 문헌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중앙선전부 측은 반부패와 함께 당내 특권계층 형성을 막겠다고 밝히면서 특히 지난 1주일이 '가장 밀도 높은 반부패 주간'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그 기간 낙마한 사람이 8명, 처벌받은 사람이 13명입니다.

"(시진핑 주석이 집권한 2012년) 제18차 당대회 이후 (반부패로) 90여 만 명이 제명됐습니다."
- 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 기자회견 중

집권 초기부터 반부패를 강조해 온 시 주석은 내년 열리는 제20차 당대에서 3연임이 확실히 됩니다.
그 전에 부패와 중국 내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야 공산당 권력을 공고히 할 수 있습니다.

부패 척결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집권 초기처럼 중국 내 다른 목소리를 내는 당내 세력에 '경고'를 보낼 수도 있습니다.

7월 1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공산당 창당 100주년 경축식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


실제 중국 전역에서는 고위직 사정 작업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미 구이저우·간쑤·칭하이·산시·산둥성 등의 전·현직 고위직 인사들이 줄줄이 낙마한데 이어 저장성 항저우 당서기인 저우장융(周江勇)이 심각한 기율 및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반부패 전쟁 다음으로는 20년 전까지도 조사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20년 전이라면 시 주석 집권 이전인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집권기까지 모두 들여다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미 북부 네이멍구 자치구에서는 지난 20년 동안의 석탄 산업 분야 부패를 파헤치고 있습니다. '사정의 칼바람'이 이번에는 얼마나 매서울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내년 당 대회까지 중국 정계는 또다시 살얼음판이 돼가고 있습니다.

이랑 기자 (herb@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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