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재명? 고민하던 20대는 왜 홍준표에 정착했나

신범수 2021. 8. 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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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최근 여론조사서 눈에 띄는 상승세
20대 지지율 22%..전연령대 중 가장 높아
'꼰대' 이미지 속 청년층 지지 확보 이유는?
윤석열 하락표? 유동층 이동? 요인은 다양

지금부터 읽게 되시는 글은 본지가 의뢰해 얻은 여론조사 결과 여러 개를 기반으로 한 분석입니다. 여론조사는 통상 1000명을 표본으로 하며 이 중 20대는 140~170명 수준입니다. 때문에 “20대의 몇 %가 특정 정치인을 지지한다“는 결론을 내리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거듭된 여론조사에서 관찰되는 20대 표심의 ‘추세나 경향’ 수준으로 참고하시면 됩니다. 편의상 18~29세를 20대라 칭합니다. 분석 대상은 본지 15~20차 여론조사이며 15차(6월 2주), 16차(6월 4주), 17차(7월 2주), 18차(7월 4주), 19차(8월 1주), 20차(8월 3주)입니다. 원 자료는 윈지코리아컨설팅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홍준표 의원

8월 들어 발표된 많은 여론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은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상승세입니다. 그런데 “홍준표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고 지인들에게 말하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룹니다. ”대체 누가 홍준표를 지지한다는 거야?”라 되묻는 사람도 많습니다. 정말 누가 홍 의원을 ‘갑자기’ 많이 지지하고 있는 것일까요. 여론조사 세부 보고서를 보면 간단히 답이 나옵니다. 홍 의원 상승세는 ‘20대 표심’으로 상당 부분 해석됩니다. 현재 대선 국면에 나와 있는 많은 후보들 중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하며 심지어 꼰대라는 이미지도 있는 홍 의원인데 청년층이 많이 지지한다니, 다소 이외라 생각하는 분들 많을 겁니다. 우선 20대가 홍 의원을 얼마나 지지하는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앞으로 각 대선주자 직함을 생략하고 이름만 표기합니다. 이해를 도우려는 취지이니 양해 바랍니다.

위 표는 여야 전체 대선주자 12명을 순서 없이 불러준 뒤 1명을 고르게 한 결과입니다. 19차에는 이 설문 항목이 없어 뺐습니다. 윤석열과 이재명이 다른 이들을 여유 있게 따돌리며 1,2위를 번갈아 차지합니다. 3위는 이낙연으로 고정돼 보이고요. 홍준표는 4위권이지만 지지율은 한참 떨어집니다. 물론 15차 조사에서 3.9%에 불과하던 지지율이 20차 때 8.7%까지 올랐으니 상승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20대만 놓고 보면 양상이 다릅니다. 15차 때부터 6.6%로 이미 높은 수준이었는데 16차에서 12.9%로 ‘더블’이 됩니다. 20차에서 22.0%로 또 더블로 늘어나 전체 대선주자 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 20대 청년 5명 중 1명이 홍준표를 지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홍준표가 지지율 1위인 연령대는 20대가 유일합니다. 20대에서 윤석열과 이재명 지지율이 전체 대비 낮은 것도 특징입니다. 이를 두고 홍준표 의원 본인은 “윤석열에 실망한 표심이 나에게 이동한 것”이란 취지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분석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위 표는 보수야권 주자만 놓고 조사한 결과입니다. 전체 연령대에선 윤석열이 1위를 유지합니다. 홍준표는 3위권이다 2위로 올랐습니다. 이번엔 ‘지지후보가 없거나 모른다’고 답한 항목을 넣어 분석해봤습니다. 즉 전체 유권자에게 보수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고 물었을 때 17~20%는 없거나 모른다고 답한 것입니다. 이 수치는 20차에서 12%대로 크게 감소합니다. 그 사이 지지후보를 많이 결정한 것이지요.

그런데 20대만 놓고 보면 16~18차에서 1위 답변이 ‘없음/모름’이었고 그 수치도 20~27%로 상당히 높습니다. 그러다 20차에서 17%로 감소했고요. ‘없음/모름’의 감소와 홍준표의 상승은 전체 및 20대 유권자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 겁니다.

홍준표가 보수야권에서 순위를 올리면서 윤석열을 끌어내린 건 아니라는 것도 관찰됩니다. 윤석열은 지지율을 거의 잃지 않고 있으니까요. ‘윤석열 표가 나에게 왔다’는 홍 의원 본인의 해석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자료입니다. 물론 20대에선 홍준표의 상승과 윤석열의 하락이 동시에 발생하므로(전체 연령대와 달리) ‘윤석열에 실망한 20대가 홍준표로 이동했다’는 분석은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20대에서 홍준표의 상승은 윤석열 하락 효과보다는 ‘없음/모름’의 감소 효과에 기인한 게 크다고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아래는 홍준표 지지율이 급상승했던 16차와 20차 조사 때 그의 경쟁자인 보수야권 대선주자들의 20대 지지율이 어떻게 변했는지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위 표를 보면 홍준표 지지율이 많이 상승한 16차 조사에서 윤석열과 안철수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윤석열+안철수 하락분은 유승민(+7% 포인트)에 가장 많이 옮겨갔고 홍준표는 4.6% 포인트만 가져왔습니다. 또 ‘없음/모름’이란 응답도 6% 포인트나 늘어났죠. 즉 16차 조사 때 홍준표의 상승은 윤석열과 안철수의 하락에서 기인한 측면이 있어 보이지만, 그 하락분이 홍준표에게만 몰려간 건 아니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20차 조사를 보면 또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홍준표 지지율이 무려 10.1% 포인트 상승했는데, 이때 지지율을 잃은 쪽은 윤석열도 안철수도 아니었습니다. 이들은 오히려 소폭 올랐죠. 즉 홍준표와 윤석열이 서로 지지율을 뺏고 빼앗기는 관계에 있다고 확언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반면 20차 조사 때 ‘없음/모름’이 9.2% 포인트나 적어지고, 군수 후보들 지지율 합산도 6.8% 포인트 감소했습니다. 즉 군소 후보를 지지하거나 지지 후보가 없던 20대가 홍준표에게 이동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홍 의원 분석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는 평가를 뒷받침해주는 것이죠.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게 있습니다. 현재 대선판에는 ‘젊음’과 ‘신선함’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후보들이 여럿 있습니다. 20대는 이런 젊은 후보를 더 선호할까요 그렇지 않을까요. 20대가 홍준표를 왜 지지하는지와 관련 있는 질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20대는 여권의 박용진, 야권의 하태경이나 윤희숙 같은 상대적으로 젊고 신선한 후보들에게 그리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이들에게 보내는 지지율은 1% 내외이고 이는 전체 평균과 다르지 않습니다. 젊다고 젊음을 지지하는 건 아니네요. 아울러 윤석열과 최재형, 김동연처럼 정치에 처음 입문한 인물에 대한 지지도는 어떨까요. 20대는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새 정치인들을 딱히 특별 대접하지 않습니다. 윤석열은 오히려 ‘덜 지지’하고 최재형과 김동연은 전체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다시 홍준표로 돌아옵니다. 20대에서 홍준표 지지율이 높다면 30대는 어떨까요. 결론은 같이 높습니다. 그러나 20대만큼은 아닙니다. 홍준표에 대한 지지는 20,30대와 나머지 연령대로 확연히 갈립니다. 예컨대 20차 조사에서 홍준표의 20대 지지율은 22.0%에 달했지만 30대는 11.4% 수준이었습니다. 40대 이상부터는 4.5%, 5.3%, 2.3%, 6.0%로 매우 낮습니다. 흥미로운 건 30대의 움직임입니다. 30대가 홍준표를 평균 이상으로 지지하기 시작한 건 20차 조사 때부터입니다. 그전까지 30대는 40대 이상 연령대와 유사한 ‘낮은’ 지지율을 보였죠. 결론적으로 말하면 20대는 애초부터 홍준표를 많이 지지한 유일한 연령대였고 시간이 갈수록 더 홍준표에 쏠리고 있다 그리고 30대는 홍준표에 별 관심이 없다가 8월 들어 지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나머지 연령대 지지율은 여전히 미미하다로 정리됩니다. 즉 20차 조사에서 홍준표의 지지율이 급상승 한 건 ‘20대의 쏠림+30대의 동조’ 현상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홍준표의 지지세가 다른 야권 후보와 크게 다른 점은 ‘높은 20대 지지율’뿐이 아닙니다. 흥미롭게도 홍준표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습니다. 또 여성보다는 남성 지지율이 훨씬 높다는 묘한 특징이 있습니다.

국민의힘 지지자 중 홍준표를 택한 사람은 7%에 불과합니다(15차). 이들 대다수가 윤석열에게 쏠려있어 그렇습니다. 반면 민주당 지지자 중에선 11.8%가 홍준표를 지지한다고 하네요. 가장 최근 조사인 20차에서 민주당 지지자의 30%, 국민의힘 지지자의 14%가 홍준표를 지지한다고 답했습니다.

한편 15차⇒16차로 넘어가며 안 그래도 높던 남성 지지율이 추가로 상승하며(+8% 포인트) 남녀 차이가 더 벌어집니다. 19차⇒20차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위 정당별, 아래 성별 지지율은 20대가 아닌 전체 응답자 대상 자료입니다. 20대이면서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거나, 20대 중 남성만으로만 세부 분석하면 표본수가 너무 작아져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결론을 내려봅니다. 홍 의원 본인은 20대뿐 아니라 30,40대 지지율도 급상승 중이라고 분석하는데, 최소한 본지 의뢰 조사에선 20대로 국한하는 게 맞아 보입니다. 그리고 홍 의원은 국민의힘 취약 계층인 20~40대에서 인기가 좋으니 ‘확장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자평합니다. 그러면서 50,60대 이상 계층은 어차피 자신이 후보가 되면 돌아올 연령대 즉 ‘집토끼’라고 했습니다. 집토끼부터 잡고 나중에 산토끼 좇는 고전적 선거 전략과 정반대 방법을 본인은 취하고 있다고 분석하네요. 그러나 이는 다소 ‘결과론적’ 해석인 측면이 있습니다. 홍 의원이 산토끼 즉 청년층 지지를 끌어오기 위해 별도의 전술을 구사한 흔적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홍 의원을 취재하는 본지 정치부 기자에게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지지율 상승에 대한 어떤 논리적 분석이나 모멘텀을 제시하기보단 ‘우리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면서 주목도가 커졌다’, ‘윤석열의 문제점이 보이니 우리에게 표가 넘어오고 있다’ 정도로 캠프는 분석하고 있다.”

다음은 또 다른 기자의 분석인데, 홍준표의 상승세를 바라보는 국민의힘 당 내부 분위기에 근거한 설명입니다. “홍 의원이 20대에서 높은 지지율을 얻는 건 사실 이준석 대표의 덕일 수 있다. 홍 의원이 이준석·윤석열 갈등 상황에서 이 대표 편을 들어주면서 (20,30대 남성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이 대표 지지자들이 홍 의원을 밀어주게 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분석이 어느 정도 진실과 가깝다면 홍 의원 상승세가 ‘윤석열로부터 비롯됐다’는 캠프의 자체 분석이 어찌 됐든 들어맞기는 하게 된 셈이네요.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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