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놔두고 왜 3.7조 들여 KPS 개발하냐구?[과학을읽다]

김봉수 2021. 8. 2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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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공짜 놔두고 왜 3조원이 넘는 돈을 쓰죠?"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사업이 본격화되자 일각에서 나오는 말입니다. 정부는 2035년까지 총 3조7000여억원을 들여 8대의 위성을 쏘아 한국만의 독자적이고 고정밀한 위치ㆍ항법ㆍ시각(PositioningㆍNavigationㆍTiming, PNT) 정보 제공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입니다. 그러나 한쪽에선 공짜로 미국이 제공하는 GPS(Global positioning system)이 있는 데 왜 굳이 한국이 돈을 쓰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3조7000억원이라는 예산은 한국 역대 우주개발 사업 중 최고 액수입니다. 10월 첫 발사를 앞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개발에 12년간 약 2조원이 투입된 것보다 더 많습니다. 14년간 매년 2000억원이 넘게 투자됩니다. 올해 서울시의 무상급식 예산이 약 7200억원인데, 3~4년 치에 해당하네요. 그런데도 왜 한국만의 PNT 시스템이 필요할까요?

◆GPS의 한계

GPS가 제공하는 PNT 정보에 명확한 한계가 있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초고정밀 PNT 정보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제공하는 상업용 GPS 서비스는 무료이긴 하지만 오차 범위가 최소 10~30m나 됩니다. 아파트에서 앱택시를 불러도 옆 동에 가있고 길이 복잡하거나 좁은 골목이 얽혀 있는 동네에서 운전을 하다 보면 내비게이션이 엉뚱한 정보를 제공해 낭패를 겪기 일쑤입니다. 또 GPS는 기본적으로 '외국'이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전쟁이나 외교적 갈등 등 예기치 못한 이유로 쓸 수 없게 될 수 있다는 얘기죠. 특히 현재 물류, 교통, 제조업 등 사회 핵심 분야들이 해외에서 제공하는 시스템인 GPS 하나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심각합니다.

◆초고정밀 PNT서비스 필요

4차 산업혁명으로 오차 범위 수미터 수준의 초고정밀 PNT 서비스의 필요성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차량 내비게이션으로 모르는 곳을 찾아가 본 사람들은 때때로 제공되는 엉뚱한 정보에 헤맨 적이 많으실 겁니다. 한국기계연구원이 개발 중인 로봇트랙터를 예로 들어 볼까요? 논이 좁고 경계가 모호한 한국 농토의 특성상 현재 오차범위 10m가 넘는 GPS 시스템은 사실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죠. 가만히 놔두면 남의 논에 들어가 헤집어 놓습니다.

드론무인택배도 한국적 현실에서 현재로선 불가능합니다. 울타리와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이 아니고 다닥다닥 다가구주택이 밀집돼 있거나 아파트가 많은 한국에서 초고정밀 PNT 정보가 필수죠.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자율주행차량, 산업 현장의 수송용 로봇, 에어 택시 등도 미터 단위의 정밀한 자동항법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사고 현장으로 출동하는 앰뷸런스, 오지에서 활동하는 산악구조대 등도 그렇죠. 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시대, 모든 산업 분야에서 '스스로 판단해서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수준의 기구들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KPS, '세계 최정밀' 정보 제공

미국의 GPS도 물론 수미터 단위의 PNT 정보도 제공한다지만, 자국의 안보ㆍ국방용으로만 한정됩니다. 이에 이미 다른 나라들도 독자적인 PNT 정보 시스템을 구축 중입니다.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나라만 해도 러시아(GLONASS), 중국(베이더우), 유럽연합(갈릴레오ㆍ2025년께 완성) 등 3곳입니다. 자국 대상 서비스(RNSS)시스템을 갖춘 나라도 인도와 일본이 있고, 한국의 KPS가 세번째로 도전합니다. 정지궤도 위성 3대, 경사궤도 위성 5대 등 총 8대를 쏘고 지상시스템ㆍ운영소프트웨어 등을 구축해 2035년께 완성됩니다. 한국의 KPS는 가장 최신 기술을 활용해 보다 정밀하고 안정적인 서비스가 가능하답니다. 한국은 이미 세계 최초 해양환경감시 정지궤도 위성인 천리안2B호를 자체 개발할 정도의 위성 강국입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KPS는 국내외 감시국에서 수신 신호를 모은 후 정밀한 항법 정보를 만들고, 이를 다시 위성을 통해 뿌려주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인도ㆍ일본의 RNSS보다 제공하는 신호가 더 많아서 안정도ㆍ정확도가 더 높습니다. 때마침 유엔(UN) 차원에서 위성항법시스템의 국제 표준 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7월 예비타당성검토 통과로 출발 신호탄을 쏜 KPS가 첨단 기술을 개발해 국제 표준 제정 작업을 선도할 수도 있겠죠.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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