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화곡동에서 빌라 100채 경매로.. 세 모녀 전세사기 후폭풍

유병훈 기자 2021. 8. 2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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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다세대·연립주택이 100여건 넘게 무더기로 경매로 나왔다. 세 모녀가 500채가 넘는 빌라의 세입자들에게 전세보증금을 갚지 않은 후 잠적한 사태의 후폭풍이다. 화곡동 일대 빌라 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빌라

28일 조선비즈가 지지옥션에 의뢰해 확인해본 결과 지난 25일 기준 강서구 화곡동의 다세대·연립주택 중 경매가 신청된 건수는 111건이며, 그중 매각 기일이 변경되거나 경매 신청이 취하되지 않고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 건은 모두 105건이었다.

지난 7월 전체 73건, 진행 50건이었던 것에 비해 비약적으로 높아진 수치다. 화곡동 일대에 월간 매각 진행 건수가 100건을 넘어간 것도 올해에는 이번달이 처음이다. 강서구의 8월 다세대·연립주택 전체 경매 건수가 125건임을 고려하면 약 89%가 화곡동에 몰린 셈이다.

특기할만한 점은 경매 신청인 중 임차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급격히 높아졌다는 것이다. 강서구에서 임차인 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의한 경매신청 건수는 올해 들어 7월까지 매달 5~7건, 전체 대비 비율로는 6.4~14.4%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이번달에는 전체 125건 중 63건, 50.4%까지 급증했다. 지지옥션은 이같은 현상이 전세보증금 미반환사고에 따른 것으로 추정했다.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급증한 이유는 강서구 화곡동 일대에서 깡통 전세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신축빌라 중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90%를 넘어 집을 팔아도 전세보증금과 대출금을 갚기 어려운 이른바 ‘깡통주택’ 비율은 강서구가 82.6%로 1위였다.

서울 전체 평균이 26.9%고, 2위인 도봉구가 55%인 점을 감안하면 압도적 수치다. 지난 6월에는 화곡동의 전용면적 27m²짜리 빌라가 매매계약과 전세 계약이 같은 날 같은 금액(3억500만원)에 동시에 이뤄진 경우도 있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화곡동 일대에 대규모 전세보증금 사고가 터졌다. 세 모녀가 전세보증금으로 미분양 빌라를 매집하는 방식으로 화곡동과 주변 일대에 최소 524채에 달하는 빌라를 사 모았는데, 깡통주택이 나오기 시작하자 대규모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화곡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금의 경매 대란은 세 모녀의 전세 보증금 사고의 여파로 보인다”면서 “빌라 전·월세를 알아보는 손님 중 일부가 경매 상황을 보고 무슨 일이냐고 묻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강서구 일대 연립·다세대 주택시장이 크게 출렁일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서구의 연립다세대 매매가격지수는 지난달 0.30% 상승했다. 이번달 화곡동 일대에 워낙 경매가 많이 나온 만큼 낙찰 결과에 따라 일대 빌라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화곡동 일대의 빌라 매각률은 11.9~30%, 매각가율은 60~81.5% 수준이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매각가율은 낮지 않은 수준인데 매각률은 떨어지는 편”이라면서 “입찰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물건이 많지는 않다는 뜻”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대출 규제로 시장이 ‘돈맥경화’를 우려하는 상황에서 이렇게 비슷한 조건의 매물들이 대량으로 쏟아지면 쉽게 낙찰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번 대량 경매로 인해 화곡동과 그 일대의 빌라 매매시장은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최근 아파트 가격이 너무 오르면서 대체 수요가 폭증한 만큼 경매 시장 안에서 소화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이 경우 주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이어 “경매가 이뤄지더라도 임차인들의 심적·경제적 피해는 발생하기 마련”이라면서 “이는 제도의 미비보다는 제도의 홍보가 부족한 탓이므로,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을 통한 구제에 대해 임차인들이 숙지하도록 정부가 홍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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