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美기자협회 국제커뮤니티 "한국에 극도의 실망감"

유승진 2021. 8. 29.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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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채널A와 화상 인터뷰 중인 댄 큐비스케 미국기자협회(SPJ) 국제 커뮤니티 공동의장

"한국에 극도의 실망감을 느꼈다"
"법안 통과 시, 민주주의 국가 첫 사례일 것"
"미국은 언론사 상대 소송 매우 어려워"

미국기자협회(SPJ·Society of Professional Journalists) 국제 커뮤니티의 댄 큐비스케 공동의장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한국에 대해 "극도의 실망감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큐비스케 의장은 "이런 종류의 법은 기자들에게 자기 검열을 하게 만든다"면서, 법안이 통과될 경우 "제가 알기로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일을 하는 건 처음"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한국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다른 나라의 언론 자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고도 경고했습니다. 큐비스케 의장과의 인터뷰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직후인 지난 25일 새벽 5시(현지시간)에 이뤄졌고, 미국 워싱턴 D.C. 현지에서 화상으로 진행됐습니다.

미국기자협회(SPJ)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언론인 단체로 1909년에 설립됐습니다. 채널A는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관련해 이 협회의 본부 측에 공식 인터뷰를 요청했고, 본부 측에서 해외 언론 자유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협회 내 국제 커뮤니티(International Community) 공동의장을 소개해 인터뷰가 성사됐습니다.

지난 25일 채널A 메인 뉴스를 통해서 소개된 큐비스케 공동의장의 입장을 보다 자세한 인터뷰 전문 내용으로 전합니다.

이하 일문일답.

지난 25일 채널A와 화상 인터뷰 중인 댄 큐비스케 미국기자협회(SPJ) 국제 커뮤니티 공동의장

Q. 한국의 언론 중재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A. "우선 가짜 뉴스를 정의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수 백 명의 정부 지도자들을 통해 우리가 알게 된 것은 가짜 뉴스라는 것은 그저 그들에게 비판적인 뉴스이거나 그들을 최선의 상태로 보여주지 않는 뉴스죠. 이건 마치 사람들에게 '당신이 보고 듣도록 허락된 것은 이것입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건 민주주의가 할 일이 아닙니다."

Q. 기자들이 목소리를 내려는 의지를 약하게 만든다고 봅니까?

A. "그보다 더한 것이죠. 이런 종류의 법은 기자들에게 자기 검열을 하게 만듭니다. 만약 당신이 공격적인 기자라고 칩시다. 밖에 나가서 뭔가 좋은 이야깃거리를 가져왔어요. 당신의 에디터는 '우리는 소송할 형편이 못 된다. 그러니 너는 이 이야기를 할 수 없어'라고 말할 겁니다."

Q. 왜 한국의 여당이 이러한 법안을 강행한다고 생각합니까?

A. "외국인인 저에게 적절한 질문은 아닌 것 같지만, 그렇다고 의견이 없지는 않습니다. 왜 그 정당이 그러는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어느 곳에서나 정치인들이 왜 이러한 법을 좋아하는지는 알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말이죠. 모든 정치인들은 좋아 보이길 원합니다. 모든 기자들은 정치인들이 좋아 보이든 나빠 보이든 상관하지 않아요. 그들이 원하는 것은 정보죠. 그리고 때때로 그러한 정보는 정치인을 나쁘게 보이도록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정치인은 메시지 통제를 원하죠. 이게 그러한 방법입니다. 한국의 정치 상황은 잘 모르지만요. 미국은 1964년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 판결이 있습니다. 기자들은 실제적 악의(actual malice of intent)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고소될 수 없어요. 이 때문에 공인이 신문이나 방송을 고소하는 것은 아주 매우 높은 장벽(very high bar)를 갖고 있죠. 제가 (한국의) 이 법안에 대한 것들을 읽은 바로는 고위 공직자나 고위 기업인을 제외한 뉴스 소비자들은 언론사가 뉴스가 조작했다고 믿는다면 고소를 할 수 있다고 압니다. 하지만 용어가 모호해요. 무엇이 조작이고, 무엇이 가짜 뉴스라는 것입니까? 미국에서는 누구든 언제든 고소할 수 있습니다. 단지 (소송 제기자가) 실제적 악의를 증명해야 해요. (예컨대) 내가 기사에서 고의로 어떤 사람에 대해서 거짓말을 했고 그 사람이 그것을 증명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이 저를 고소할 수 있는 것이죠."

Q. 소송 제기자가 직접 증명을 해야 한다는 것인가요?

A. "그렇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언론사 상대 고소) 장벽이 매우 높고, 사람들은 신문이나 방송 매체를 잘 고소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법 문구는 매우 구체적입니다. 내가 (관련 외신 기사에서) 읽은 바로는 이 법안은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이는 언론 분야를 넘어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그게 엄청난 두려움이죠."

Q.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될 수 있는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A. "저는 외부인이고 한국의 정치 시스템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이건 한국인들에게 달려있습니다. 또 당신과 같은 기자와 동료들이 왜 이러한 법안이 사회에 나쁜지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에 달려있어요. 두려움 없이는 호의도 없습니다. 앞으로 나아가고, 정보가 당신을 이끄는 곳으로 가서 취재를 하세요."

Q. 법안이 통과되면 선례를 남기는데, 한국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나 인접 국가의 언론 자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봅니까?

A. "전 세계적으로요. 인접 국가뿐만이 아니라요. 아마 인접 국가가 먼저 영향을 받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독재자나 독재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가짜 뉴스' 이야기를 합니다. 그들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기자들의 노고를 사람들이 믿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그런 말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이 법안이 통과되면, 전 세계에 언론 중재법이 아니라 '가짜 뉴스법'으로 알려질 것입니다. 과거 한국 대통령들의 스캔들을 생각해 봅시다. 만약에 그들이 이러한 권력이 있었다면요? 모든 정보가 가짜라고 말할 권력이 있었다면요? 그때 아무도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모를 겁니다. 사람들은 부패나 더러운 거래에 대해서도 모를 겁니다. 그래서 제 생각은 세계적으로 이러한 법안을 추진하는 정치인들은 기자들이 국민을 대신해 정치인들의 어깨너머의 것을 보길 원치 않는다는 겁니다. 그것은 정치인들이 기업과 결탁하고 국민들이 몰랐던 옛날 좋았던 시절로 돌아가길 원하는 것이죠."

Q. 이러한 법안이 통과됐던 다른 국가의 사례를 알고 계시나요?

A. "홍콩이 이러한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사람들이 매우 걱정하고 있다는 것도요. 무엇이 좋은 언론인지 규정하려는 시도는 주로 독재자들에 의해 이뤄졌었죠.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는 보통 이러한 법안과 거리가 있죠. 예컨대 미국의 경우에는 수정헌법 1조가 있고 우리는 무엇이든 말할 수 있습니다. 아주 극소수의 제한만 있죠. (한국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민주주의 국가가 이런 일을 하는 건 제가 알기로는 처음입니다. 독재국가는 항상 그렇게 하죠.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는요? 아뇨. 저는 아직 그러한 경우를 모릅니다. (채널A와 인터뷰가 끝난 뒤) 몇 시간 정도 지나면 제가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될 수도 있지만, 제가 알고 있기로 한국은 첫 사례가 될 것이고 파장을 불러올 것입니다. 이러한 법안이 한국에서 통과되면, 다른 국가 독재자들이 언론에 더 많은 통제를 가하기 위한 법을 제정하도록 더욱 장려할 것입니다."

Q. 법안을 처음 듣고 든 인상은 무엇이었습니까?

A. "제가 받은 첫인상은 극도의 실망감(extreme disappointment)이었어요."

Q. 한국에 말인가요?

A. "네. 당신의 나라에 말입니다. (그동안) 당신들은 더 민주적이고 열린 사회가 되기 위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이러한 법은 다른 국가에서는 반민주적인 사람들에 의해 추진됩니다."

Q. 마지막 남기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이러한 법은 (기자들의) 자기 검열을 더 강하게 만들 겁니다. 1인 기자는 고소를 당하지 않을 수 있어도, 신문사는 당할 수 있죠. 엄청난 벌칙(penalty)과 함께요. 그러면 신문사는 아마도 '우리는 이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라고 할지 모릅니다. 만약 당신들이 그러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정부에서 기업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것이 정부와 기업이 원하는 것이죠. 그들은 닫힌 문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사람들이 알길 원하지 않습니다. 기자들의 임무는 이것입니다. '(닫힌) 문을 발로 차고, 창문을 당겨 열어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 말입니다."

유승진 워싱턴 특파원

유승진 기자 promot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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