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원로들 "쥐 잡다 독 깬다" 만류에도 의총선 강경 기류

이창훈 2021. 8. 3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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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지도부, 언론중재법 막판 의견 청취
전직 국회의장단 등 안팎 의견 수렴
상임고문단 "강행처리 毒 될 것" 경고
송영길 "독단 안할 것" 속도조절 시사
與野, 본회의 상정 놓고 4차례 협상
징벌적 손배 조항 놓고 평행선 대치
사실상 임시국회 처리는 물 건너 가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30일 국회 의장실에서 4차 회동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는 '언론중재법' 본회의 상정과 관련해 협의점을 찾지 못해 31일 10시에 다시 회동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에 속도전을 펼치던 더불어민주당이 당 안팎의 ‘입법 독주’ 비판과 ‘대선 악재’ 우려가 잇따르자 뒤늦게 전직 국회의장단을 비롯해 당 안팎의 의견 수렴에 나서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 민주당 원로들은 “쥐 잡다 독을 깬다”며 강행 처리에 대해 강한 우려를 전달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조항 삭제를 두고 여야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은 가운데 민주당은 강행 처리와 수정 후 본회의 상정 등의 경우의 수를 놓고 논의를 이어갔다. 총력전을 선포한 국민의힘은 문재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까지 공개 요청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는 30일 국회에서 네 차례 회동을 이어갔지만, 언론중재법 징벌적 손해배상제 조항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언론중재법 1∼2개 조항에 대해 조정 가능하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국민의힘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철회를 포함한 4대 독소조항 삭제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언론중재법 합의 처리 시 민주당의 결정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수정 제안도 거부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긴급현안보고에서 “이날 국회에서 열린 ‘현안 관련 긴급보고’ 회의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는 물론이고 만약 가결 처리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촉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준석 대표는 “(민주당이) 무리하게 강행 처리를 시도할 경우 토론은 무산되고 전적으로 그 책임은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에 귀속되도록 할 것”이라며 이날 예정됐던 민주당 송영길 대표와의 MBC100분 토론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상임고문단은 송영길 대표에게 “(대통령 선거일인) 내년 3월 9일이 같은 밤이 안 되려면 4월 7일 밤을 잊지 마라”며 내년 대선에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가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송 대표는 이날 문희상·김원기·임채정 전 국회의장과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을 초청해 차담회를 열었다. 문 전 의장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송 대표에게 “쥐 잡다가 독을 깬다. 소를 고치려다가 소가 죽으면 어떻게 하는가”라며 “언론의 자유, 비판의 자유는 생명이다. 우리가 정권의 정체성을 걸고 (지킨 것이고) 나도 정치를 시작한 게 그 때문”이라는 의견을 전했다고 밝혔다. 유 전 사무총장은 이날 SBS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송 대표에게 “(4·7) 재보선 참패의 원인이 뭐냐. 180석의 위력을 과시하고 독주하는 것처럼 (보였다가) 결국 심판받은 것 아니냐”고 전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당초 이날 언론중재법을 본회의에 상정해 8월 임시국회 안에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당내에서 법안의 독소조항과 처리 과정의 절차적 문제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이 제기되자 이날 국회의장 주재 원내대표 회의 직전까지도 본회의 상정을 두고 뚜렷한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에 부정적인 청와대의 기류도 단독 처리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오후 국회를 찾아 김기현 원내대표와 두 번째 협상을 마치고 나온 윤 원내대표를 만났다. 이 수석은 ‘언론중재법 문제를 논의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지만, 강행 처리에 따른 부담 의견을 일부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 경선기획단장 강훈식 의원도 KBS라디오에서 “청와대 일부에서도 부담스러워하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후 각자 자리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이날 오후에 열린 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언론중재법 본회의 상정을 두고 “이번 회기가 언론중재법을 처리할 적기”라는 강경 기류가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도 원칙적인 강행 처리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따라서 8월 처리는 사실상 어렵게 됐지만, 민주당은 9월 정기국회에서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조항을 삭제하지 않는 한 여야의 극한 대립이 9월 정기국회에서 그대로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허종식 의원은 이날 오후 의총 도중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한 달∼3개월 정도 언론계를 설득하고 여야가 협의하는 시간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장철민 의원 등 일부 의원은 의총에서 유튜브 등 1인 미디어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을 ‘패키지’로 함께 처리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창훈, 이도형, 김현우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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