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구리 도금액' 국산화 성공..일본 수출 노린다
[경향신문]
국내 연구진이 반도체 제조공정에 쓰이는 소재 가운데 유일하게 국산화율이 0%였던 ‘구리 도금액’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이민형 박사팀은 미국과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던 반도체 공정용 구리 도금액의 원천 기술을 독자 개발했다고 31일 밝혔다.
구리 도금액은 반도체 재료가 되는 얇은 원판인 ‘웨이퍼’ 위에 새긴 회로 패턴을 구리로 덮어 씌워 전기적 특성을 띠게 하는 공정에 사용되는 소재다. 구리 도금액은 반도체를 만들려면 반드시 필요하지만, 지금까지는 국내에서 만들지 못했다.
연구진의 목표는 구리 도금액 자체를 만드는 것은 물론, 이를 최대한 평탄하게 웨이퍼에 덮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그래야 생산수율과 제품의 성능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3년간 1만5000번 실험을 거친 끝에 도금막 표면을 평탄하게 만드는데 가장 뛰어난 효과를 내는 유기 첨가제들과 이들의 적절한 혼합 비율을 알아냈다. 이를 통해 도금 두께 편차를 세계 최고 수준인 ‘2% 이내’로 구현했다. 비유하자면 언덕 없이 아주 평평하게 땅을 고르는 기술을 만든 셈이다. 연구진은 외국산 소재와 비교할 때 생산성이 약 150%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지난해 12월 국내 전자소재 기업에 이전해 6개월간 대기업 제조공정에서 시험평가를 해 왔으며, 해당 대기업에서 도금 품질기준을 만족시킨다는 평가를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구리 도금액을 향후 일본 등에 수출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민형 박사는 “약 2000억원 규모인 국내 반도체 도금액 시장은 대기업에는 작지만 중소기업에는 고도의 기술력이 있어야 진출할 수 있는 영역이었다”며 “향후 고성능 주석-은 도금액이나 인듐 도금액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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