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상장애인이 1년만에 검정고시 중·고졸 합격

박정경 기자 2021. 8. 3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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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요. 법학이나 사회복지를 전공해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습니다." 와상장애인 이은지(30·사진)) 씨가 2021년도 제2회 초·중·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에서 고졸 합격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5월 올해 1회 검정고시에서 중졸시험을 통과한 데 이어 3개월 만에 얻은 성과다.

누워서 생활하는 이 씨가 검정고시에 합격할 수 있었던 데는 '찾아가는 검정고시' 역할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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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세 이은지씨 재택시험으로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어”

“상처받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요. 법학이나 사회복지를 전공해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습니다.” 와상장애인 이은지(30·사진)) 씨가 2021년도 제2회 초·중·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에서 고졸 합격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5월 올해 1회 검정고시에서 중졸시험을 통과한 데 이어 3개월 만에 얻은 성과다.

지난 30일 문화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 씨는 “장애로 인해 누워서만 생활해야 하기에 학업을 이어갈 수 없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10세 때 의료사고를 당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면서 몸의 근육이 빠져나가고 피부가 손상되는 장애를 안게 됐다.

초등학교는 여러 선생님의 도움으로 어렵게 졸업했으나 중학교 진학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그는 줄곧 집에서 홀로 누워 생활했지만,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태블릿 PC 등을 활용해 동영상 강의를 시청하며 공부를 이어갔다. 이 씨는 “몸이 약해 하루에 한 시간 이상 책을 보기 어려웠다”며 “검정고시를 본격적으로 준비한 건 일 년이 채 안 됐는데, 큰 성과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누워서 생활하는 이 씨가 검정고시에 합격할 수 있었던 데는 ‘찾아가는 검정고시’ 역할이 컸다. 서울시교육청은 2018년부터 고사장까지 이동이 어려운 중증 지체장애인은 자택이나 본인이 이용하는 복지관에서 검정고시를 치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씨는 검정고시를 모두 재택 시험으로 치렀다.

이 씨는 학업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대학 공부는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어렵겠지만, 도전해 보고 싶다”며 “10대 때는 막연히 심리상담사가 되고 싶었는데, 이제는 시야를 더 넓혀서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직업이라면 뭐든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망가지고, 부서지고, 쓰러진 사람도 고귀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걸 스스로 증명해 보이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제2회 검정고시는 4138명이 응시해 3484명이 합격했다고 밝혔다. 합격률은 84.19%로 지난해 치러진 검정고시 2회 평균 합격률 83.64%보다 소폭 상승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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