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폐를 구분해 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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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일이다.
점자를 지폐에 추가하거나, 지금 지폐에 있는 점과 같이 촉각을 통해 구별할 수 있는 요소를 강조해 보다 명확하고 뚜렷하게 해준다면 시각장애인이 지폐를 구별하지 못해 경제적인 손실을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국은행에서 2018년 시각장애인의 지폐 구분을 돕기 위해 지폐종류확인카드를 제작하기도 했으나, 원리 및 사용법을 한국은행 측에 직접 문의한 결과 지폐의 길이 차이를 이용해 금액을 구분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정도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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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대 기자]
▲ 지폐는 금액별로 가로의 길이가 다르다. 또 오른쪽 하단에 점으로 금액 구분이 가능하다. 오만 원은 큰 점 하나, 만 원은 점 세 개, 오천 원은 점 두 개, 천 원은 점 한 개가 찍혀있다. |
ⓒ 조현대 |
내가 중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전맹 시각장애인이었던 반장이 소풍비를 걷기 위해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만오천 원씩을 걷고 있었다. 급하게 돈을 주다 보니 내가 오천 원짜리를 만 원으로, 천 원짜리를 오천 원으로 오인하여 만오천 원이 아닌 육천 원을 주게 되었다. 반장 역시 이를 바로 알아차리기 어려웠기 때문에 자기 돈으로 그 돈을 채워 넣느라 애를 먹었던 적이 있다. 내가 금액에 넘치게 잘못 건넨 돈을 친구들이 돌려준 적도 있었다.
얼마 전 <경향신문>에는 한 시각장애인의 경험담이 실렸다. 그는 출장 안마 비용으로 6만 원으로 알고 받았는데 집에 돌아와 확인해보니 만오천 원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시각장애인은 지폐를 구분하는 데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경제적 손해를 보기도 한다.
한국은행 지폐엔 오만 원, 만 원, 오천 원, 천 원 짜리가 있다. 각각의 지폐는 가로의 길이가 다른데, 154mm인 오만 원 짜리부터 금액이 적어질수록 6mm씩 짧아진다. 오만 원짜리 앞면 오른쪽 아래 부분에는 큰 점이 찍혀 있다. 만 원짜리에는 작은 점이 세 개 찍혀 있고, 오천 원짜리에는 작은 점이 두 개, 천 원짜리에는 점이 하나 찍혀 있다.
신권인 경우에는 이 점을 통해 구별이 가능할지 모르나, 돈이 돌고 또 돌아 여러 사람을 거치며 구겨지고 헤지다 보면 촉감으로 금액을 구별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자를 가지고 다니며 지폐를 꺼낼 때마다 길이를 재어볼 수도 없는 일이다.
시각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지폐 구별할 방안 실행되어야
지금은 현금 대신 신용카드를 많이 사용하기는 하나, 시각장애인은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경우가 비장애인보다 적다. 우선은 은행에서 시각장애인의 신용카드 발급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은 결제 금액이 찍힌 영수증을 확인하거나, 실제 비용과 다른 금액이 청구되었을 때 즉시 바로잡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시각장애인들 역시 신용카드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돈을 주고 받을 때마다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비장애인에게 물어보아야 하는 경우가 잦다. 전맹 시각장애인끼리 돈을 주고받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지폐를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점자를 지폐에 추가하거나, 지금 지폐에 있는 점과 같이 촉각을 통해 구별할 수 있는 요소를 강조해 보다 명확하고 뚜렷하게 해준다면 시각장애인이 지폐를 구별하지 못해 경제적인 손실을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국은행에서 2018년 시각장애인의 지폐 구분을 돕기 위해 지폐종류확인카드를 제작하기도 했으나, 원리 및 사용법을 한국은행 측에 직접 문의한 결과 지폐의 길이 차이를 이용해 금액을 구분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정도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정확한 사용법은 시각장애인협회에 다시 문의해야 했고, 사용해보았을 때에도 썩 유용하다고 할 수 없었다.
이러한 불편함이 공론화되어야 한다. 시각장애인연합회를 비롯한 관련 단체와 시각장애인 복지관, 맹학교 및 교육기관 등에서도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 정부 당국에 요구하여 시각장애인들이 보다 편리하게 지폐를 구별할 수 있는 방안이 조속히 실행되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전맹 시각장애인끼리도 비장애인의 도움 없이 지폐를 구별해 주고받을 수 있게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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