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측 드라마 마약 취급.. 시청하거나 유포하면 최대 사형 [한반도 인사이트]
주민들에 인내만 요구
코로나 등 개선 방안 못 내놓고 억압만
최근엔 영변원자로 재가동 징후 포착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변화 징후 없어
남한 녹화물 처벌 강화
한류가 이미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아
상대적 박탈감 우려에 신경 곤두세워
시청하다 적발되면 노동교화형 선고
건강권·생명권 침해 심각
명목상으로 무상치료제.. 예방의학 강조
의료시스템 붕괴로 대부분 개인 부담
18세 미만 고아들 탄광 노동 동원키도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
"주민 동요 막기 위해 남측 문화 차단
탈북 좌시하지 않고 강경 탄압 나서"
북한은 인권 사각지대다. 2010년대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대가 도래한 이후에도 인권 유린 실태는 여전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엔 강화된 대북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북한은 주민들에게 인내를 요구할 뿐, 개선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북한 당국의 강렬한 핵무장 의지 아래 주민들의 상황과 인권 실태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는 게 국제사회의 분석이다.
한·미가 북한 비핵화를 강조하면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려고 하고 있지만, 북한 당국의 태도는 변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장기화를 배경으로 삼고,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난관’과 같은 표현 등으로 주민들에게 고난의 상황을 강조하고 있다. 고난의 상황을 계기로 주민들의 사상 강화에 나서면서 인권 유린 상황은 커지고 있다.
요지부동인 북한 당국의 태도 속에 주민들의 고충이 가중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이어졌으며, 이러한 상황 아래 북한 주민의 삶은 더욱 피폐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사회에서는 최근 마약 거래와 영화·드라마 등 한국 녹화물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이에 대한 북한 당국의 인권 탄압 사례가 다수 수집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저장장치의 발달과 정보화 사회로 북한에서도 의도와 무관하게 ‘한류’가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은 지는 오래됐다. 북한 주민들의 남한 문화 콘텐츠 확보는 주로 중국을 통해 USB로 비밀리에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발간된 통일연구원의 ‘북한인권백서 2021’에서도 이런 흐름은 확인된다. 통일연구원은 최근 10년 동안 북한 이탈주민 50명(남성 16명·여성 34명)을 대상으로 북한의 실태를 심층 조사했다.
조사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남한 녹화물을 습득하거나 시청한 주민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서구권 녹화물보다 상대적인 박탈감을 유발할 개연성이 큰 남한 녹화물에 대한 처벌이 무겁다는 게 이탈주민들의 증언이다.
한국 녹화물을 시청하거나 유포하면 사형에 처해지는 경우도 있다. 징역형에 해당되는 노동교화형을 선고받는 경우는 부지기수라고 이탈주민들은 전했다. 한 탈북자는 자신의 사촌이 친구 3명과 함께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다가 단속돼 2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고 밝혔다. 처벌을 받은 3명 가운데 2명은 미성년자였지만, 동일한 처벌을 받았다.
북한 당국이 특히 신경을 곤두세우는 단속 대상물은 한국 영화 관련 콘텐츠다. 다수의 탈북자가 이런 점에 동의하고 있다. 심층 인터뷰에 응한 또 다른 탈북자는 “한국 영화 감상은 빙두(필로폰)를 하다가 단속될 때보다도 강한 처벌을 받는다”며 “심지어 강제추방을 당하거나 정치범수용소에 가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단속 강화 흐름 속에서 뇌물로 이를 무마하는 사례도 넘치고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뇌물을 활용해 처벌을 면했다는 증언은 양강도 혜산시에서 거주했던 탈북자가 했다. 그는 혜산에서 거주할 당시 남한과 외국의 서적·음악 작품을 접했다. 이들 작품을 보다가 단속됐지만, 용케 뇌물을 써 처벌을 면했다고 그는 기억했다.
한국 녹화물이나 음악이 발각되는 경우 노동교화소에 가지 않으려면 편당 2000달러 혹은 1만 위안 정도에 상응하는 뇌물을 내야 한다는 증언도 다수 나왔다. 북한 헌법에는 표현의 자유가 규정되고, 주민들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보장한다고 주장하지만, 대다수의 북한 이탈주민은 당국의 대대적인 검열과 규제를 받고 있다고 증언했다. 또한 한국 녹화물 시청과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단속은 더욱 강화됐지만, 주민들의 정보접근에 대한 욕구와 수요는 감소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침해되는 북한 주민의 건강권과 생명권
모든 사람은 식량과 의료 등의 지원을 포함해 가족의 건강에 적합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를 갖는다. 이는 세계인권선언에서 강조된 내용이지만 북한에서는 통하지 않은 권리다. 북한은 명목상 무상치료제를 실시하고 예방의학을 강조하는 등 주민의 건강권을 적극 보호하고 관련 정책을 시행한다.
하지만 의료시스템의 붕괴로 북한 주민들은 건강권을 적절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에는 동·리 단위로 1차 의료기관인 진료소가 설치돼 있고, 시·군·구역 단위로 2차 의료기관인 인민병원이 있다. 이를 통해 무상치료제를 표방하고 있다. 이는 말뿐이다. 탈북자들은 개인이 의료서비스 비용을 거의 대부분 부담한다고 말했다.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진료, 입원, 수술, 약품 구매 등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자기 부담이 원칙이다. 입원할 때도 환자가 먹을 음식과 침구류도 직접 구비해야 한다고 전해졌다. 심지어 병원에서 사용하는 거즈나 의료장갑 등을 환자가 직접 사서 내야 하고, 입원 시 난방을 위한 땔감도 환자가 마련해야 한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생명권 역시 쉽게 침해를 받는 실정이다. 북한은 최근 몇년간 미신행위, 마약 거래행위, 한국 녹화물 시청 및 유포 행위에 대해 사형을 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인권 유린실태가 드러나는 곳은 북한에서 차고 넘치지만, 정치범수용소가 가장 대표적인 곳이다. 최근엔 정보기술의 발달로 한국과의 통화나 한국 영화감상 등의 이유로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되는 인원이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치범수용소 인원도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정치범수용소는 북한 당국이 ‘관리소’라는 명칭으로 운영하고 있다. ‘개천 14호 관리소’, ‘요덕 15호 관리소’, ‘명간 16호 관리소’, ‘개천 18호 관리소’, ‘청진 25호 관리소’ 등 모두 5곳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 당국은 공식적으로 관리소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북한의 설명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북한에서 ‘정치범죄’에 해당하는 경우는 △체제 비판 또는 수령을 모독 △한국행 시도 △한국 사람과 접촉 △한국에 우호적인 발언 △한국이나 외국에 중요 문건이나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 등이다. 정치범은 당사자는 물론 가족, 경우에 따라서는 친척까지도 연계되는 연좌제 처벌 대상이다.
탈북자들은 정치범수용소의 생활은 ‘인간 이하의 삶’이라고 강조했다. 수용자들은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리고, 때로는 법적 절차 없이 보위원에 의해 처형을 당할 수도 있다. 비인도적인 처우도 상습적으로 벌어진다. 이곳에 수용된 정치범들은 계획량을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발로 걷어차이고, 자루로 가격당하는 등 구타를 당하고 있다. 수용소에 수감됐던 일가족 7명은 쌀 8㎏ 배급받아 1개월을 버텨야 했다.
2010년부터 탈북자 수는 급감하고 있다. 북한 당국이 탈북을 시도하는 주민들에 대해 단속을 강화하고, 지속적으로 강제송환을 한 탓이다. 1990~2000년대만 해도 북한은 ‘고난의 행군’ 여파로 경제가 붕괴하면서, 생존을 위한 북한 주민의 탈북이 급증했다. 북한 당국 역시 극빈층에 해당되는 데다가 처치 곤란인 이들의 탈북을 묵인했다.
하지만 북한의 경제 사정이 다소 나아지면서, 해외 문화를 직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중간계층이 북한 체제에 대한 염증과 자유에 대한 갈망으로 탈북하는 상황이다. 북한 당국 역시 사회 지지기반인 이들 계층의 탈북을 좌시하지 않고, 강경하게 탄압하는 실정이다.
탈북 단속과정에서 주민을 사살하는 일은 비교적 쉽게 일어난다. 2019년에 탈북한 한 증언자는 당시 북한에서 탈북을 시도하다 붙잡힌 5명이 총살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탈북자도 ‘탈북을 시도하다 잡히면 무조건 총살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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