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사죄' 거짓이었나..남양유업 매각 결국 파국(종합)

임혜선 2021. 9. 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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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들 직위 유지 요구 등
경영권 교체 '변심' 의록혹
주식 매각 결렬설 불거지다
계약 체결 3개월만에 무산
남양유업 향후 재매각 추진
"다른 매수자에 매각 못한다"
법원 한앤코 손 들어줘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일명 ‘불가리스 사태’로 촉발된 남양유업 인수합병(M&A) 건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지난 7월30일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매각 절차를 최종 완료하는 임시 주주총회를 돌연 연기하면서부터다. 앞서 5월 홍 회장 일가와 한앤코 간의 3107억원 규모의 남양유업 주식매매계약이 체결된 이후 공정거래위원회 승인을 거쳐 거래 종결일은 7월30일 오전 10시로 확정됐다. 이에 홍 회장 측은 회사 매각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30일 오전 9시에 열기로 했다. 임원 선임 및 사임 등기 등 각종 제반 절차도 거래 종결일을 기준으로 준비됐다. 하지만 홍 회장 측은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한앤코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주주총회를 6주 연기했다.

이에 ‘매각 결렬설’이 불거졌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홍 회장은 2주 후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소송 전문로펌 LKB앤파트너스를 선임하고, 두 아들이 승진 및 복직하는 등 잇따라 ‘변심’을 내비쳤다. 한앤코 측은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법에 홍 회장 측을 상대로 거래종결 의무의 조속한 이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홍 회장은 결국 1일 한앤코에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계약을 체결한 지 3개월 만이다.

"불평등한 계약이었다"

홍 회장 측은 "M&A 거래에서는 이례적일 만큼 계약금도 한 푼 받지 않았다"면서 "계약의 내용 또한 한앤코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불평등한 계약이었지만, 남양유업 경영 정상화를 위한 경영권 교체라는 대의를 이행하고자 주식매각 계약을 묵묵히 추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앤코가 거래 종결 이전부터 남양유업의 주인 행세를 하며 부당하게 경영에 간섭하기도 하고 사전에 했던 약속마저 지키지 않은 채 서둘러 거래를 종결하려 했다는 게 홍 회장 측 주장이다. 한앤코가 계약 체결 후 태도를 바꿔 사전 합의 사항에 대한 이행을 거부했고, 비밀 유지의무 사항도 위배했다고도 말했다.

홍 회장 측은 "선친 때부터 57년을 소중히 일궈온 남양유업을 이렇게 쉬이 말을 바꾸는 부도덕한 사모펀드에 넘길 수는 없다고 결심했다"고 호소했다.

매각 결렬 배경에 대해 IB업계에서는 홍 회장 측이 조건 변경을 요구했지만 이를 한앤코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앤코가 최근 내놓은 입장문에서도 "매도인 측은 계속된 문의와 설득에도 2주 이상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무리한 사항들을 선결 조건으로 내세워 협상을 제안해왔지만 정중히 거절했다"고 밝힌 바 있다. "홍 회장 측이 두 아들의 직위 유지를 요구했다" "백미당을 회사 매각과 별도로 품으려 했다" "더 높은 매각가 요구" 등 설은 분분하다. 한앤코 측은 "비밀 유지 의무 사항을 위배한 바 없다"면서 "사전 합의사항이 무엇인지 직접 밝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법원, "다른 매수자에게 매각 못한다"

앞으로 홍 회장 측과 한앤코 간의 법정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송전에서는 한앤코가 유리한 위치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우선 법원은 한앤코의 손을 들어줬다. 한앤코가 법원에 신청한 남양유업의 주식 매각 가처분 신청이 인용됐다. 이에 따라 남양유업은 한앤코 외에 다른 매수자에 회사를 매각할 길이 사실상 막혔다. 한앤코는 남양유업이 지난 5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이후 거래 종결 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에 따라 법원에 남양유업의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법원은 홍 회장 측의 단순 변심으로 계약 해제를 요구하는 상황으로 보고 이를 받아들였다.

홍 회장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한앤코와의 법적 분쟁이 정리되는 대로 즉시 매각 절차를 다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남양유업의 주식 매각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홍 회장 측은 다른 원매자를 찾아 나서기도 어렵게 됐다.

주가도 다시 흔들리고 있다. 남양유업 주가는 M&A 발표 이후 30만원대에서 70만원대로 2배 이상 치솟았지만 최근 매각이 불투명해지면서 이날 현재 55만원대로 떨어졌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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