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작년 광화문 집회에 '격노'.."몇 명 깽판에 노력 물거품"

김태규 2021. 9. 1.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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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강민석 전 靑 대변인 저서 출간…미공개 사례 다수 포함
홍남기·김상조 비판 일화…"총선 뒤 대책 무슨 소용인가"
"박원순 시장과 오랜 인연"…文대통령 슬픔 사례로 꼽아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영상)에 참석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1.08.31.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코로나19 2차 대유행을 촉발한 광화문 집회 참석자 중 일부가 보인 행태에 대단히 분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마스크 대란 초기 적발된 매점매석 행위, n번방 사건 당시 확인된 미성년 성착취 사례에도 격노했다.

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이 퇴임 후 1년 2개월의 청와대 생활을 토대로 1일 선보인 '승부사 문재인' 가편집본에는 문 대통령이 '격노'했던 대표적 사례로 위와 같은 3가지 사례들이 담겨있다. 강 전 대변인의 책은 오는 9일 정식 출간을 앞두고 있다.

강 전 대변인은 '대통령의 분노(怒)' 챕터에서 첫 번째 사례로 코로나19 발생 초기였던 지난해 2월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발표한 150만 장의 마스크 매점매석 행위 적발 당시 보였던 문 대통령의 반응을 소개했다.

관련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은 "매점매석은 국민 안전과 관련한 반사회적인 행위인데, 그게 엄청난 짓이란 경각심이 없고, 법도 유하잖아요. 좀 더 단호한 행정처분이 필요해 보인다"며 기획재정부의 마스크·손소독제 매점매석 행위 금지에 관한 고시를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강 전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매점매석 행위 자체에도 분노했지만, 제도적 미비에 보다 문제의식을 느꼈다"고 적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2차 유행을 촉발한 지난해 8·15 광화문 집회에 참가한 일부 보수 유튜버의 코로나 확진 판정 사례에서도 분노했었다고 강 전 대변인은 떠올렸다. 확진으로 인한 병원 치료 과정에서 제공된 식사에 불만을 토로하며 정부 방역지침을 비판한 태도를 보면서 '분노 게이지가 더 올라갔다'고 적었다.

문 대통령은 "입원해가지고 마치 호텔이라도 들어온 것처럼 비아냥거리는 놀음을 하다니…세상이 상식 있게 돌아가야지"라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한 이후 통행량이 17% 줄었고, '집콕' 인증을 돌릴 정도로 (방역을) 열심히 한 것인데, 몇 명이 깽판 쳐서 많은 사람 노력이 물거품이 되게 하다니요"라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국민적 공분을 샀던 'n번방 사건' 당시 범인들이 미성년자들의 몸에 노예 문신까지 새겼다는 보도를 보며 "이게 도대체……참……진짜 비열합니다. 세상에……."라고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고 강 전 대변인은 떠올렸다.

'대통령의 슬픔(哀)' 챕터에서는 사법연수원 동기였던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숨진 채 발견된 다음 날 밝혔던 문 대통령의 소회를 대표적 슬픈 사례로 강 대변인은 꼽았다. 당시 문 대통령은 강 대변인에게 "나는 박 시장하고 (인연이) 오래 됐다. 사법연수원 동기였다. 조영래 선배(작고)하고, 박원순 시장, 나, 이렇게는 (연수원 동기이자 인권변호사) 3인방이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역사책방에서 열린 '승부사 문재인'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1.09.01. kch0523@newsis.com

당시 노영민 비서실장은 고인의 빈소를 조문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너무 충격적"이라고 말했다고 전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을 대신해 빈소에 노 실장을 조문 보냈다.

'대통령의 즐거움(樂)' 챕터에서는 올해 설 연휴 당시 청와대 관저에서 토리·찡찡이·마루·곰이 등 반려견·반려묘와 함께 보내는 문 대통령의 순간을 꼽았다. 출근 길에 녹지원 근처를 지나는 오리 가족을 지켜보던 문 대통령의 모습도 대표적인 즐거운 사례로 적었다.

강 전 대변인은 지난해 3월 대통령 주재의 비상경제회의 과정과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내부 이견에 대해서도 비교적 자세히 소개했다. 책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당시 김상조 정책실장의 소극적 태도를 문 대통령이 질타하는 내용이 그려져 있다.

문 대통령은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소득 하위 50% 지급을 주장한 홍 부총리와 총선 후로 지급을 미루자는 김 실장에게 "총선 이후로 미룰 수는 없다. (하든 안 하든) 결단을 앞당겨야 할 상황"이라며 한다면 선제적으로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문 대통령은 비상경제 시국을 강조하며 "뭔가 마지노선, 저지선으로 (코로나 위기를) 막겠다는 결의를 보여줘야한다. 다 지나고 경기부양책을 쓰면, 갈 데까지 다 가버리고 나면 대책이 무슨 소용인가"라고 질타했다.

김 실장과 이호승 경제수석에게 문 대통령은 "국민은 상황을 냉정하게 본다.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무슨 대책도 통하는 것"이라며 "실효성이 있다면 국민이 동의한다. 그것은 포퓰리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 전 대변인은 "대통령의 지시는 경제학 교과서에 머물러 있지 말라는 뜻이었다"고 풀이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소득 하위 70% 가구에 대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발표한 뒤 "경제부총리는 재정 당국 수장으로 가급적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려는 입장이었다. 부총리로서 당연하다고 본다. 정책실장도 같은 관점이었다"며 "하지만 본인 소신과 다를지라도 대통령의 결단으로 받아들여달라"고 둘을 다독였다.

강 전 대변인은 당시 상황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던 배경에 대해 "총선을 한 달 남겨놓은 상황에서 무슨 시비가 걸릴지 몰라 언론에는 알리지 않았었다"고 적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역사책방에서 열린 '승부사 문재인'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1.09.01. kch0523@newsis.com

강 전 대변인은 책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정세균 전 국무총리,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현재 여야 대선 주자들과 함께했던 문 대통령의 사례와 함께 강 전 대변인 개인적 평가도 소개했다.

이낙연 후보의 경우 협치를 강조했던 당대표 연설 '우분투(당신이 있어야 내가 있다)' 메시지를 대통령이 칭찬했던 사례를, 이재명 후보의 경우 코로나 방역과 재난기본소득 건의 내용을 대통령이 주로 수용한 점을, 정세균 후보의 경우 뉴딜펀드 등 경제정책 제안을 문 대통령이 채택한 점을 각각 소개했다.

특히 이재명 후보를 향해서는 지난해 초기 국면부터 코로나 위기의 시작을 예견한 점 등을 거론하며 "문 대통령과 코로나 헌터 이재명은 이미 동행을 시작하고 있었다"고 높게 평가했다.

반면 강 전 대변인은 윤석열 후보에게는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윤석열씨는 출마 선언을 하면서 우리 정부가 '국민을 약탈'했다고도 한다. 왜와 무엇조차 담지 않은 거친 주장을 하는 만용이 용기로 받아들여져 가슴이 답답했다"고 적었다.

또 "임명장 받을 때는 멀쩡하다가 임명장 받고 나면 파괴되는 게 그의 헌법 정신과 법치고, 수사 권력을 휘두를 때는 멀쩡하다 갑자기 무너지는 것이 그의 정의와 상식"이라고 비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yusta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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