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는 MBC] 군의관도 '꾀병' 조롱한 병사..10개월 만에 '난치병' 판정

김건휘 2021. 9. 1.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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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바람만 스쳐도 비명을 지를 정도로 아프다는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 CRPS라고 하는 원인 불명의 난치병이 있습니다.

육군에서 복무하다 이 증상을 겪게 된 한 병사가 군대에서 '꾀병'이라고 조롱을 당하면서 열 달이나 제대로 된 처치를 받지 못했다고, MBC에 제보를 해왔습니다.

군은 뒤늦게 '의병 제대'를 인정 했지만, 그때는 이미 군 복무를 모두 마친 뒤였습니다.

제보는 MBC, 김건휘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목발을 짚고 힘겹게 걸음을 옮기는 청년.

휠체어에 간신히 앉아 고통을 호소합니다.

[이 모 씨] "아, 잠깐만…"

겨우 몸을 진료실로 옮겼지만, 이내 비명을 질러댑니다.

[이평복/서울대 의대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집에서 재활운동 계속 하고 계세요?> …… <여기도 아파요? 이거는?>"

원인 모를 극심한 통증이 수시로 온몸을 덮치는 희귀성 난치병 복합부위 통증증후군, 'CRPS'입니다.

"다리 색깔도 달라지고, 통증이 심해질 때 양쪽 다 그렇습니다. 카멜레온도 아니고… 마약성진통제를 아무리 사용해도 통증이 (제어가) 잘 안 됩니다."

이 청년은 2년 전 일병 시절 유격훈련을 받다 무릎을 다친 뒤 이 증상이 시작됐습니다.

"뚝 소리가 나면서 제가 주저앉았고, 뭔가 끊어진 느낌이 들면서 잘못됐다는 확신이…"

몸을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아팠지만 목발과 진통제를 줬을 뿐 곧바로 병원에 보내주진 않았다고 합니다.

수십 킬로미터를 끝까지 행군해야 했습니다.

"'더 이상 여기 못 있겠다, 다른 방법 없냐'는 질문에 '방법 없다. 참아라'…"

이 씨는 2주 뒤에야 국군병원에 입원할 수 있었는데, 원인을 못 찾겠다면서 대놓고 '꾀병 환자' 취급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 모 씨] "군의관이 '저 인원 멀쩡히 걸어다닐 수 있고, 꾀병이다' 앞에서 얘기했습니다. '통증 너무 심하다, 진통제라도 맞고싶다' 얘기하면 '아 그냥 참아라'. 타이레놀 하나 주고…"

진통제와 물리치료만 받는 사이 통증은 더 자주, 더 강하게 찾아왔습니다.

국군병원이'CRPS가 의심된다'는 소견을 낸 건 무려 열 달 뒤.

이 씨가 결국 정밀 검사를 받고 대학병원에서 CRPS 판정을 받았지만 군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상관은 이 씨와의 면담에서 "병명이 확진되자 당당해진 모습으로 부대를 압박하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저는 그래도 사람 대 사람으로 나중에 오해가 있었으면 '미안하다' 사과를 할 줄 알았어요."

육군은 "부상을 입은 유격 훈련 당시 병원을 가라고 했지만 이 씨가 거부했고, 이후에도 진료 휴가를 주는 등 치료여건을 보장했다"고 밝혔습니다.

국방부 역시 "본래 감별이 어려운 병이어서 진단이 늦은 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군은 증상이 시작된 뒤 1년 넉달이 지나서야 "의병전역 자격이 있다"고 통보했습니다.

이 씨가 병역 20개월을 채우고 만기 전역한 지 이틀 뒤였습니다.

MBC뉴스 김건휘입니다.

영상취재: 김동세, 노성은 / 영상편집: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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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김동세, 노성은 / 영상편집: 조아라

김건휘 기자 (gunning@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297775_349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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