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던 그 이재명 맞나".. 불리하면 답변 회피에 "나쁜 버릇"

홍인택 2021. 9. 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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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저는 사이다보다 국밥 같은 역할을 해야 합니다."

'1위 대선주자'로서 집중 견제를 받고 있는 요즘, 이 지사의 사이다는 미지근해졌고, 국밥은 유권자들의 답답한 속을 풀어 주지 못한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이 지사의 '답변 회피'를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한 비겁한 전략이라고 비판한다.

이 지사의 답변 회피는 철저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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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검찰개혁 등 '답변 회피' 
'무료변론' 반박엔 직접 나서 저격
"의혹 소명, 대선주자 당연한 의무"
이재명 경기지사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오마이뉴스TV 토론회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이제 저는 사이다보다 국밥 같은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7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거침없는 태도를 누그러뜨리고 모든 걸 품어 안는 국밥 같은 대선주자가 되겠다는 뜻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승리는 그다지 어려울 것 같지 않으니,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경쟁력을 지키겠다는 취지였다.

'1위 대선주자'로서 집중 견제를 받고 있는 요즘, 이 지사의 사이다는 미지근해졌고, 국밥은 유권자들의 답답한 속을 풀어 주지 못한다. 도덕성 의혹과 정책 현안 앞에서 이 지사가 지나치게 재느라 답변을 피하는 탓이다.


도덕성 검증·정책 토론 회피...정세균 "나쁜 버릇"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이 지사의 '답변 회피'를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한 비겁한 전략이라고 비판한다. 이 지사가 도덕성 검증은 '네거티브'라고 치부해버리고, 정책 토론도 성실하게 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쌓이고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2일 "대선주자로서 몹시 무례할 뿐 아니라, 국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이 지사의 '답변 회피'는 TV토론회에서 자주 목격된다. 이 지사는 1일 당내 대선주자 1대 1 토론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부산대 입학취소 처분, 청와대의 검찰개혁 속도조절론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이 지사에게 우호적이었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끝까지 애매하시다"고 따질 정도였다.

정 전 총리가 이 지사의 기본소득 공약 재원 마련 방안을 묻었을 때도 이 지사는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다. 정 전 총리의 '미래씨앗통장' 정책의 재원 마련 방안을 거꾸로 물으며 관심을 돌리려 했다. 정 전 총리는 "이 지사는 누가 질문을 하면 답을 안하고 피하는 나쁜 버릇이 있다"고 발끈했다.

이 지사의 무대응은 선택적이다. 이 지사는 친형 강제입원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 재판 과정에서 '무료변론'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한 윤영찬 민주당 의원을 실명 저격했다. "어처구니없다"며 법적 대응을 경고하기도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7월 6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부동산시장법 제정 국회토론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언론 접촉 방식도 달라졌다. 이 지사는 공식 일정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현안 관련 질문을 받는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피하지 않았는데, 최근엔 "답변이 어렵다"는 반응이 잦아졌다. 이 지사 대선캠프는 "정책에 대한 기사가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는 이유로 정책 발표 기자회견에선 다른 질문을 일절 거부하기도 한다.


"본선에서 등장할 이슈를 미루는 것일 뿐"

이 지사의 답변 회피는 철저한 전략이다. 경선에서 이기려면 민주당 지지층의 표심을 붙잡아야 하고, 대선 본선을 생각하면 중도층의 마음도 사야 한다. 이에 '조국 사태' 같은 민감한 이슈엔 차라리 무응답하는 쪽을 택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7년 대선 때 현안에 대한 선명한 입장 표명을 피하는 '고구마 전략'으로 중도층 표심을 붙잡고자 했다.

그러나 대선주자라면 도덕성 의혹이나 정책 현안에 대해 구체적이고도 성실하게 설명할 책무가 있다. 유권자에 대한 당연한 의무다.

답변 회피가 이 지사의 경쟁력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지도 미지수다. 사이다와 국밥 사이를 오갈수록, 불안정하다는 이미지가 더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2일 "이 지사는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이슈와 손해가 되는 이슈를 판단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다"며 "경선에서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이슈가 본선까지 이어지거나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꼭 도움 되는 전략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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