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갑자기 오토바이 엑셀을"..알고보니 '선의'였다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한 할아버지가 엑셀을 당기는 바람에 오토바이 사고가 발생했다는 20대 배달기사의 사연에 할아버지 아들은 “아버지가 도와주려다 그랬다”는 입장을 전했다.
지난 2일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한문철TV’에는 ‘모르는 할아버지가 갑자기 오토바이 엑셀 당긴 사고… 그 사건에는 우리가 몰랐던 진실이 있었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한 변호사는 이 영상에서 전날 올렸던 한 영상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영상 속 할아버지의 아들로부터 장문의 이메일과 전화가 왔기 때문이다.
전날 영상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경기 수원시의 한 도로에서 배달기사가 오토바이 뒤에 실린 배달 통에 물건을 넣고 있었다. 그런데 이를 지켜보던 한 할아버지가 갑자기 오토바이 핸들을 잡고 엑셀을 당겼다. 이에 깜짝 놀란 배달기사가 오토바이를 붙잡았지만, 오토바이는 그대로 질주해 화면 밖으로 사라졌다.
그는 “근데 갑자기 할아버지 아들한테 전화 오더니 대인 접수 해달라고 한다. 어이가 없다”며 “(할아버지가) 심장이 안 좋은 분이라 놀래서 대인 접수 해달라는데 이거 어떡하나”라고 덧붙였다.
오토바이를 새로 장만한 날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는 그는 “(오토바이) 옆쪽 다 갈아야 해서 200만 원 정도 나올 거 같다”며 “(배달 대행을 하는) 저희 같은 경우는 주말에 (돈) 못 벌면 큰일이다. 여유가 없어서 집 주차장에 (오토바이) 세워두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 변호사는 “할아버지의 단순한 실수라면 과실손괴죄로 처벌하지 않지만 자신이 만져서 오토바이가 나갈 수 있다는 걸 알 만한 사람이라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재물손괴죄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며 “할아버지가 제보자(배달기사)에게 100% 손해배상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 영상이 공개된 후 할아버지 아들은 한 변호사 측에 “너무 악의적으로 영상이 나와서 많이 속상하다”며 당시 상황을 전해왔다.
아들은 “(당시) 저희는 (화면 속) 건물 왼쪽에 순댓국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아버지가 속이 안 좋으시다고 해서 잠시 바람 쐬러 나오셨는데 앞에 오토바이가 있었다”며 “앞에 잘린 (CCTV) 영상을 보면 오토바이 뒤에 (배달기사가) 음식 같은 걸 올리는 과정에서 오토바이가 많이 흔들리고 중심을 잃은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아버지께서 손자 같은 애가 오토바이 중심을 못 잡는 것 같아서 지켜보다가 안타까워 오토바이를 잡아주다 사건이 발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아들이 한 변호사 측에 전달한 영상에는 할아버지가 건물에서 나온 뒤 배달기사가 배달 통에 물건을 싣는 동안 오토바이가 크게 한 번 휘청였고, 그 이후에도 몇 번 흔들리는 모습이 보인다.
그러면서 “(배달기사가) 열심히 살려는 어린 친구라 저희가 돈을 주는 게 맞겠다 싶어서 오토바이 운전자한테 요구하는 걸 말하라고 했다”며 “그 친구(배달기사)는 자기 오토바이는 손상이 없다고 말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사실 아버지가 심장이 안 좋으셔서 그날 그 친구의 욕과 반말에 많이 힘들어하셨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사건 발생 사흘 뒤 경찰 조사를 받으며 CCTV 영상을 봤다고 밝혔다. 직후 배달기사와 통화해 합의하고 끝내려 했으나 오토바이 수리비를 번복하는 배달기사에 믿음이 가지 않았고, 민사 소송을 한다기에 그렇게 해결하자고 했다고.
한 변호사는 아들의 입장을 전한 뒤 배달기사에 전화를 걸었다.
배달기사는 한 변호사와 통화해서 오토바이 수리 견적이 총 199만 원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할아버지가 도와주시려는 것인지 몰랐다”며 “어제 아들과 전화하면서 죄송하다고 얘기했다. 오해는 만나서 풀기로 했다”고 말했다.
배달기사는 흔들리는 오토바이를 자신이 붙잡았고, 할아버지가 선의로 다가온 지 몰랐다는 것이다.
욕과 반말을 했다는 아들의 주장에 대해선 “할아버지가 가려고 하셔서 사고 처리를 놓고 다툼이 있었다”며 “욕은 한 적 없다. 반말도 ‘그만 좀 하시라고’ 정도였다. 경찰 오고 나서 상황 재연하다 언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 (할아버지) 아드님이랑 통화하면서 도와주시려다 그랬다는 걸 알았다. 이제 악감정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저를 도와주려는 분한테 수리비를 받기가 좀 그래서 라이트 깨진 거 20만 원만 받았다”며, 17만 원 들여 핸들을 대충 고쳤다고도 했다.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스스로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는 그는 9시에 출근해 새벽 3시까지 일해 한 달에 1000만 원을 번다고 했다.
이를 들은 한 변호사는 “큰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수리비 37만 원을 보내드리겠다고 했고, 배달기사는 극구 사양했다.
그는 끝으로 “오늘 할아버지 만나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아드님한테 말해놨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저희 아버지는 전문 사기꾼처럼 뉴스까지 나와서 심적으로 많이 괴롭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계속 자비로 병원을 다니셨고, 오토바이는 앞부분 라이트가 깨져서 수리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더 이상의 안 좋은 댓글은 오토바이 학생과 저한테 상처가 되니 자제 부탁 드린다”고 당부했다.
한 변호사는 “도와주다가 손해를 끼쳤다고 하더라도 물어줘야 한다”면서도 “(다만) 법원에서도 좋은 마음으로 그랬으면 손해배상을 조정할 수 있다. 저 같아도 오토바이 흔들릴 때 잡아줄 거 같다”고 말했다.
박지혜 (nonam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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