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株소설]"허상" vs "당위론"..'실적'을 고장낸 ESG는 어느 쪽?
다모다란 "ESG, 역사상 가장 마케팅 목적의 컨셉"
ESGU, SPY AUM比 1/20..작년후 유입속도는 10배
"이익 외 새 잣대 ESG..운용역들에 매우 어려운 장세"
"ESG는 인류, 자본주의의 당위론..정치에 속도 달렸다"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줌인]에셋플러스 펀드에 삼성전자가 없는 까닭)에서 패시브 펀드 또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두고 “악마가 가는 길”이라며 비판한 바 있습니다. 지수에 속한 기업이 모두 좋은 기업이 아닌데도, 시가총액 비중 등의 기준으로 무조건 자금이 흘러들어 가게 된다는 이유입니다. 매트 레빈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리스트는 이러한 불만을 해결할 수 있다며 재밌는 얘기를 합니다. 그는 게임스탑이 S&P500에 포함될 가능성에 대해 얘기하면서 “‘정상 회사와 함께 하는 S&P490 인덱스’와 ‘이상한 회사와 함께하는 S&P510 인덱스’ 두 개를 만들자”고 제안합니다. 게임스탑이 들어 있는 지수와 그렇지 않은 지수의 수익률 대결을 통해 시장이 선택하게 하고 결판을 내자는 겁니다.
이종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ESG의 내부 고발자’라는 제목으로 파이낸셜 타임즈의 한 기사에 대한 얘기를 전합니다. 해당 기사는 지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블랙록의 글로벌 지속가능투자 부문 최고책임자(CIO)였던 티라크 팬시가 최근 ESG에 대한 반기를 들었다는 내용입니다. ESG 투자 최전선에 있던 사람이 2년 만에 정반대 쪽에 서게 된 셈입니다. 티라크 팬시는 △ESG 투자는 기업 자본조달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점 △투자자 수익률 제고도 쉽지 않음 점 △ESG 투자와 일반 투자자 사이에 투자 시계(Investment Horizon)의 차이가 있는 점 △유통시장 내 증권을 사고파는 행위는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점 △ESG 펀드의 규모가 영향력을 행사하기엔 작은 점 등을 들며 ESG 투자가 ‘위험한 위약(Dangerous placebo)’라고 강조했습니다.
티라크 팬시나 다모다란 교수나 ESG가 안 된다고 보는 공통점은 ESG로 흘러간 돈이 선순환을 일으키기 어렵다는 점일 듯합니다. ESG 투자자들의 돈을 받기 위해선 기업들은 변화하고자 하는 어떤 절박함을 느껴야 하는데, 이러저러한 이유로 그러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당장에 ESG 워싱(Washing) 문제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겉으로만 ESG를 내세우면서, 속으로는 이윤을 위해 반사회적, 반환경적 행위를 저지를 수 있단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코로나19 이후 ESG의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입니다. 작년 초 이후 지난 7월 말까지 SPY에선 약 300억달러의 달러 자금 순유출이 발생했습니다. 같은 기간 ESGU에는 144억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됐습니다. 펀드 규모가 20배 차이나는 것을 감안하면 둘 간의 차이를 SPY의 자산이 줄어드는 것보다 10배는 빠른 속도로 ESGU로 자금이 들어간다고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신흥국 시장에서도 ESG는 열풍입니다. 신흥국 ESG ETF인 iShares ESG Aware MSCI EM ETF(ESGE)는 같은 기간 52억달러가 순유입돼 신흥국 지역의 최대 규모 ETF iShares Core MSCI EM(IEMG)의 92억달러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순유입 강도로 보면 ESGE는 월평균 8%씩 설정액이 증가한 반면, IEMG는 0.4%씩 늘었습니다.
‘현장’에서의 체감도 다른 것 같습니다. 주가는 실적과 밸류에이션의 곱으로 나타납니다. 밸류에이션이 형성되는 점도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어찌 됐든 실적과 연관됐단 점에서 보면 실적은 절대적인 변수입니다. 최근 이러한 실적이 먹히지 않는단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코스피의 2분기 실적과 서프라이즈 비율이 역대급으로 나타났지만, 지수는 박스권에 갇혔습니다. 피크 아웃 우려가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겠지만, ESG도 거론됩니다. ESG가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는 영향으로 실적과 주가가 갖는 상관관계가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ESG 패러다임은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다”
ESG 성격을 띤 돈이 많아지고, 기업들도 ESG화 되는 일이 더 가속화된다면 우리 삶은 더 나아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주주 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의 변화를 촉발하고 있는 점과 연관됩니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1930~1970년대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서 1970~2010년대엔 주주 자본주의가 지배적인 경영 및 투자 원리로 작용해 오다가 금융위기 이후 다시 이해관계자 주의를 채택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기업이 주주와 투자자뿐 아니라 직원, 고객, 협력사, 지역사회 등 전통적 이해 관계자와 환경, 사회 등 새로운 이해관계자를 포용할 때 재무적 성과를 포함한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변모되고 있는 게 ESG 패러다임이라고 판단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기후 문제는 좋다 나쁘다가 아닌 생사가 걸린 문제입니다. 기후 위기의 ‘갑자기 뒤집히는 점’인 티핑 포인트가 있는데, 1.5도입니다. 산업화 이전에 비해 지구의 연 평균 온도가 1.5도가 오르면 기상 이변이 폭발적으로 늘 거란 것입니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티핑 포인트가 오면 50년 빈도의 극한 폭염은 과거대비 8.6배, 집중호우는 1.5배, 가뭄은 2배 잦아들 거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티핑 포인트가 지나면 아무리 노력해도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점입니다. IPCC는 3년 전만 해도 티핑 포인트를 지나는 시점을 2052년으로 예측했다가, 최근 낸 6차 보고서를 통해선 2040년으로 앞당겼습니다. 중국이 2060년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을 ‘제로(0)’로 만들고, 유럽이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며, 현대차가 2025년부터 제네시스를 순수전기차로만 만들겠다고 선언한 이유입니다.
은기환 한화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기후 문제, 불평등 문제 해결은 인류와 자본주의가 생존을 위해 극복해야만 하는 당위론”이라며 “문제는 그 과정에서 ESG 워싱 등 논란이 있을 수 있는데, 시간을 얼마나 아낄 수 있는지는 정치가 얼마나 분발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고 전했습니다.
고준혁 (kotae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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